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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동 May 06. 2024

브레인 리딩 기술의 최전선

헤인즈 외,『과학이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흐름출판, 2022


“인간의 역동적인 의식을 컴퓨터로 포착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뇌 스캔 분야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 뇌를 읽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우리의 뇌와 그 안에 일어나는 생각을 정의한다. 뇌와 정신은 분리되어 있을까? 아니면 같은 것으로 봐야 할까? 과거 철학자들을 고민에 빠뜨렸던 이원론이냐 일원론이냐에 대한 질문인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정신과 뇌가 분리되어 있다는 이원론을 지지한다. 저자는 차근차근 이원론의 문제와 한계를 설명하며, 신경과학자들이 일원론을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결론에 이르러 실제로 뇌 활성을 통해 생각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반부에서는, 뇌 활성 패턴을 읽을 수 있는 기능적 자기 공명단층촬영(fMRI)을 소개하고, 이를 통한 기발한 실험들로 안내한다. fMRI는 뇌의 어느 부위에서 지금 특히 많은 일이 벌어지는지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장비다. 저자는 이 장비를 이용한 브레인 리딩으로 정신의 다양한 차원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식, 상상, 꿈, 기억, 감정, 심지어 무의식까지도 어느 정도까지는 뇌 활성 패턴에서 읽어낼 수 있다.     


후반부에서는, 생각을 읽는다는 것의 한계에 관해 설명한다.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가정에서조차 모든 생각을 측정한다는 것이 완전히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주장한다. fMRI를 통한 브레인리딩 컴퓨터는 아직 학습하지 않은 새로운 생각을 만나면 거의 무용지물이다. 또한 fMRI는 공간(1밀리미터 수준, 중요한 신경세포 보기 어려움) 및 시간 해상도(언제나 실시간보다 몇 초씩 뒤처짐)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  

   


나는 ‘존 딜런 헤인즈와 마티아스 에콜트’가 쓴 <과학이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이 뇌 스캔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 브레인리딩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알려주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 주며 왜곡된 뉴스를 분별할 수 있는 눈을 길러주는 유익한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현재 이용 가능한 브레인리딩 기술이 할 수 있는 영역과, 불가능한 영역을 분명하게 인식시켜 주기 때문이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브레인리딩을 만능처럼 생각하고 있었지만, fMRI 장비의 물리적 한계와 뇌의 변하는 성질, 그리고 코드를 해독하는 부분에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알게 되면서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특히 에필로그 부분에 나사에서 사용하는 기술성숙도를 통한 브레인리딩 가능성 검토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저자는 거짓말 탐지나 신경 마케팅, 정신질환 진단은 가장 낮은 기술성숙도에 있고, 파킨슨병 움직임 개선은 가장 높은 기술성숙도에 있으며, 척수손상 환자들의 재활은 중간단계라고 말한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 등 여러 사람이 추진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는 아직 1단계에도 도달하지 못했으며, 현시점에서 그것은 순전히 허구라는 주장은 충격적이다.   

  

둘째, 인간의 자유의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유의지란 존재하는 것일까? 행동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결정하기 전에, 어떻게 뇌에서 그 행동의 실행 신호가 생길 수 있을까? 이는 피험자가 행동 충동을 느끼기 전에 이미 뇌 활성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여러 뇌 과학자들은 자유의지란 인간이 기꺼이 믿고 싶어 하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문득 지난번 책에서 읽은 “인간은 행동하기 전에 예측을 먼저 한다”는 주장이 떠올랐다. 미래학에 관심 많은 나로서는 이 부분을 읽으며 좀처럼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셋째,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문과 삽화가 감각적이고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툭툭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저자들과 대화하는 느낌을 받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몇 가지 주요 관점에 집중하고 있고, 전문적인 내용은 가볍게 짚고 넘어가는 바람에 책을 읽다가 생기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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