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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동 May 07. 2024

의식과 지능에 관한 심오한 통찰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괴델, 에셔, 바흐』, 까치, 2017.


“근대 지성사의 중요한 사상들을 독창적인 방법으로 통합하는 불가사의한 책.”


저자는 ‘자아(의식)’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괴델의 정리, 에셔의 그림, 바흐의 음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자기-지시에 관한 전방위적 탐구를 통해, 물질에서 ‘자아(의식)’가 어떻게 발생 가능한지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와 수리논리학을 중심으로, 형식체계에서의 ‘한계’와 서로 다른 의미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동형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음악, 언어, 수학, 물리학, 컴퓨터과학에서 등장하는 다양하고 기이한 패턴과 그것들의 연관성을 탐구한다.


중반부에서는, 뇌의 뉴런과 DNA, 컴퓨터과학을 중심으로, 마음과 의식이란 본질적으로 무엇이고, 전일주의(세계는 부분 집합이 아닌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 파악해야 함)와 환원주의(높은 단계의 개념을 더 낮은 단계의 요소로 분할하여 정의)의 쟁점은 무엇이며,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창발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고찰한다. 특히 수리논리학에 기초한 활자형 수론 체계와 생물학적 체계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층위’ 사이의 관계를 기초로 체계의 초월 가능성을 집요하게 검토한다.


후반부에서는,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자아 감각’의 본질을 탐구한다. 기계에도 생각이 존재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튜링 테스트‘의 의미를 파고들고, '가정법'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창조성으로 연결되는지 검토한다. 특히 체계의 서로 다른 층위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을 통해 '자아 감각'이 생성된다는 통찰은 책 전체를 관통한다.



나는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쓴 <괴델, 에셔, 바흐>가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자아의 개념과 인공지능에 관한 심오한 통찰을 전해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동형성'의 인식에서 '의미'가 창출된다는 주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동형성’이라는 용어는 두 개의 복합구조가 서로에 대해서 일대일 대응될 수 있을 때 적용하는데, ‘동형성’을 인식하는 것은 지식에 중요한 진보를 가져다준다. 저자는 이러한 인식이 사람들의 마음에서 의미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름에서 같음을 찾는 일. 미래학과 같이 어려운 주제를 탐구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 ‘완벽한 체계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명제가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에서 증명한 것과 유사하게, 저자는 다양한 체계를 검토하며 증명 가능한 완벽한 체계란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가장 정교한 공식처럼 일단 어떤 체계가 구축되면, 바로 그 체계의 명확성 때문에 취약해진다는 모순은 내 생각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셋째, 부분과 전체의 관계 속에서 ‘창발’을 도출하는 논리적 흐름이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낮은 층위의 뉴런 활동에서 시작하여 여러 층위를 거쳐 가장 높은 층위인 자아(의식)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층위의 상호작용을 검토하는 지점과, 이를 종합하여 인공적으로 의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추론하는 방식은 무척 인상적이다.


넷째, ‘사고란 무엇인가’에서 보이는 저자의 고민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특정 질문에 인간의 언어로 답하는 걸 본다고 해서 컴퓨터가 지능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 공허함을 느낀다. 이 부분은 당시 인공지능 연구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던 기호주의나 환원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느껴진다.


다섯째, 기술방식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책 내용의 구성뿐만 아니라, 문단형식이나 장절 편성 또한 20장의 제목처럼 ‘이상한 고리 또는 뒤엉킨 계층질서’가 되도록 엮었다. 특히 우화 형식과 서술 부분이 번갈아 나오는 부분 또한 신선하며 탁월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양한 주제를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설명하고 있고, 분량이 방대하여 독서가 어렵다는 점이다. 정말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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