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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인 May 07. 2024

기술낙관주의자의 선 넘는 미래예측

레이 커즈와일, 『특이점이 온다』, 김영사, 2007.


“미래는 실제보다 훨씬 앞서 우리 안에 들어와서는 우리 속에서 제 모습을 바꾼다.”


저자는 기술발전의 속도를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나 근거 없는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오늘날 급속도로 발전하는 유전학⸱ 나노공학⸱ 로봇공학 기술의 최전선과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특이점’을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특이점과 기술진화에 관해 설명한다. 특이점은 기술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이 매우 깊어서 인간의 생활이 비가역적으로 변화되는 시기를 뜻한다. 저자는 세상의 역사를 패턴의 진화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기초로 기술적 진화가 생물학적 진화의 뒤를 이음으로써 진화의 가속적 속도가 유지된다고 주장하며 ‘수확 가속의 법칙’을 제시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의 도래는 필연적이다.


중반부에서는, G⸱ N⸱ R이라는 세 가지 혁명들을 통해 어떻게 특이점의 시대가 다가올 것인지 설명한다. 우리가 처한 지점은 G(유전공학) 지점이고, 생명이 간직한 정보처리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인체의 생물학을 재편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N(나노공학)은 우리 몸과 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분자 수준으로 정교하게 재설계하고 재조립하게 해 줄 것이다. R(로봇공학) 혁명에서는 인간의 지능을 본받았지만, 그보다 한층 강력하게 재설계될 인간 수준 로봇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 세 가지 혁명들은 꼬리를 물고 중첩되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후반부에서는, 특이점의 영향과 위험을 다룬다. 저자는 특이점이 다가오면 우리는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하고 각종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혈액 프로그래밍, 뇌 재설계, 인간의 사이보그화, 늘어나는 인간 수명을 논의한다. 이어서 의식에 문제를 살펴본 다음, 다양하게 펼쳐질 존재론적 위험들에 관하여 설명한다.



나는 ‘레이 커즈와일’이 쓴 <특이점이 온다>가 기술발전이 만들어갈 미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기술 낙관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미래관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기술 낙관주의의 집대성이자 새로운 원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05년에 출간되었는데, 그때까지 이룩한 모든 과학기술의 발전과 속도에 주목하여 기술이 생물학적 진화를 초월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그리고 이것을 특이점 개념에 포섭함으로써 이후 논의될 기술 낙관주의 미래관의 원형을 제시했다. 일부 오류에도 불구하고 기술발전의 전반적인 방향에 대한 통찰은 여전히 유의미하다.


둘째, 변화의 속도, 좀 더 정확하게는 ‘가속성’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거 진화와 기술발전의 역사를 자세히 분석하여 기술발전의 재귀적 성격이 만드는 변화의 폭발적인 ‘가속성’을 발견하고, 이것이 기하급수적 발전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한다. 이런 생각이 든다. 변화의 한계, 즉 가속성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특이점은 범용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순간이 아닐까? (이때부터 인공지능이 기계의 속도로 자기 개선을 시작할 수 있으므로) 그렇다면 특이점 이후는 사실상 변화의 속도가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재귀적 발전이 기계의 속도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거의 실시간에 거의 무한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난다는 뜻이므로) 질문을 계속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이 책은 아주 훌륭하다.


셋째, 상상력의 한계가 미래 창조의 범위라는 생각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나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상상력이 언제나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자의 광범위한 상상력과 잘 정제된 미래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상상력도 제한 없이 뻗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울타리를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미래의 경계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주장이 약간 교조적인 분위기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과학에 근거한 주장이, 시간이 지날수록 신념으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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