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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상이 Jul 18. 2017

아기돼지 삼 형제의 진실 이야기

THE TRUE STORY OF THE 3 LITTLE PIGS!

      

THE TRUE STORY OF THE 3 LITTLE PIGS!

                          AS TOLD TO JON SCIESZKA ●ILLUSTRATED LANE SMITH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 형제의 진실 이야기

  

  

 

어떤 사건에 대해 한쪽 말만 듣고 오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서야 “ 역시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요즘은 연예인들의 가십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모든 뉴스를 온전히 믿지 않게 되었다. 매스미디어의 홍수 속에 언제부턴가 가짜 뉴스들이 판치고 이에 대한 사실을 규명할 새도 없이 다시 왜곡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신문과 매스컴의 편파적인 뉴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러한  대중 미디어의 세태를 잘 반영한 흥미로운 동화책이 있다.  

    

 존쉐스카JON SCIESZKA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에 의문을 던지며 비틀어 다시 쓰는 작가이다.

 백설 공주는 행복했을까? 개구리 왕자는 그 후 어찌 되었을까? 미운 오리새 끼는 정말 백조가 되었나?

 그중 <아기돼지 삼 형제 이야기>를 늑대의 입장이 되어서 쓴 동화책이 바로  『THE TRUE STORY OF THE 3 LITTLE PIGS!』이다.   

  

책의 표지에 ‘DAILY WOLF(늑대 신문)’의 기사를 읽는 돼지의 손이 보인다. 돼지 손은 늑대 신문을 구겨버리기 일보 직전이다. 늑대 신문에는 당연히 늑대 입장의 기사가 실려 있을 것이다. 늑대 신문을 읽는 돼지 손에 돼지의 심정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늑대 신문을 읽는 돼지는 분노하고 있다.   

   

Everybody know the story of the Three Little Pigs. Or at least they think they do.

But I'll let you in on a little secret. Nobody knows the real story, because nobody has ever heard my side of the story.  

  

아기돼지 삼 형제의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 아니 적어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도 진짜 이야기는 모른다. 왜냐하면 늑대 쪽의 이야기는 아무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다 알고 있는 아기돼지 삼 형제 이야기의 진실. 우리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늑대의 변론을 들어보기로 하자.


“내 이름은 <AIexander T. Wolf>이지만 그냥 ‘Al’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림책 늑대의 모습은 험악한 얼굴이 아니다. 오히려 꺼벙하고 귀여워 보인다.

Al이 말하길, “늑대가 오해를 받은 것은 순전히 식성(our diet) 탓”이라 한다. 늑대가 먹는 버거 속에는 토끼와 생쥐가 들어있다. 늑대가 토끼와 생쥐를 먹는 것이 왜 늑대 탓인가? 그러고 보니 늑대 말이 이해가 된다. 늑대가 초식동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은 늑대 탓이 아니니까. 우리 인간들도 늑대처럼 치킨버거와 불고기버거를 먹지 않나? 인간이 초식동물이 아닌 것도 인간 탓이 아니듯이.      


어느 날 늑대 Al은 심한 감기에 걸렸다. 그런데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할머니의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Al은 케이크 반죽을 하다가 설탕이 떨어졌음을 알고 이웃으로 설탕을 빌리러 갔다. 마침 이웃에는 새로 이사 온 돼지가 살고 있었다.  돼지는 지푸라기 집에 살고 있었다. 세상에나, 지푸라기로 집을 짓다니!

"Can you believe it? 믿을 수 있겠어요?"

    

”Little pig Little pig are you in?

 Al은 노크를 하며  돼지를 불렀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Al이 그냥 돌아 나오려는데 그때 하필 재채기가 터졌다. 감기까지 걸린 Al은 지푸라기 때문에 더 코가 근질거렸을 것이다. Al의 재채기는 요란했고 지푸라기로 지은 돼지의 집은 태풍이 덮친 듯 폭삭 무너져버렸다. 무너진 짚더미 속에는 집에 없는 줄 알았던 돼지가 처박혀 죽어 있었다.

늑대 Al은 말한다. “신선한 음식을 두고 그냥 가는 것은 늑대에게는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은 아주 큰 치즈버거가 놓인 것과 마찬가지야.”라고.

그래서 Al은 돼지를 먹어버렸다.    

 Al은 아무튼 설탕이 꼭 필요했기에 둘째 돼지에게 갔다. 둘째는 얼기설기 나뭇가지로 지은 집에 살고 있었다.

“ He was a little smarter, but not much.”

지푸라기로 집을 지은 첫째 돼지 보다야 낫지만, 제집 마당의 나무를 베어 집을 지은 것을 보니 둘째 돼지 또한 똑똑하지는 않다고 Al은 생각했다.

Al은 이번에도 정중하게 노크를 했다.

"Mr. pig, Mr. pig, are you in?"

" Get away wolf. You can't come in. I'm shaving the hair on my chiny chin chin" 

“ 저리 꺼져 늑대야. 들어오기만 해 봐라 난 지금 면도 중이거든!”

 돼지는 마치 늑대의 턱주가리를 날려버릴 듯이 면도날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그때 Al은 더 큰 재채기를 해 버렸다. 절대 숨길 수 없는 것이 사랑과 재채기라고 하지 않던가. 하필 돌아서 오려던 그 찰나에 재채기가 터질게 뭐람. 나뭇가지로 지은 돼지의 집은 무너졌고 돼지는 깔려 죽었다.

다시 말하지만 좋은 음식을 두고 돌아서는 것은 늑대들에게는 예의가 아니었기에. Al 은 또 그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래도 Al은 할머니 생일 케이크를 포기할 수 없어 셋째 돼지에게 갔다.


This guy was the First and Second Little Pigs' brother. He must have been the brains of the family. He had built his house of bricks.   

 

첫째 둘째 돼지의 형제인 인 셋째 돼지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가문의 두뇌임이 틀림없었다.  셋째 돼지는 벽돌로 집을 지었던 것이다.     

Al은 이번에도 먼저 노크를 했다.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자 Al은 또 정중히 돼지를 불렀다.

"이렇게 내가 정중히 불렀는데 돼지가 얼마나 무례하게 대답했는지 아세요?"   

붉은 벽돌집의 쪽창으로 보이는 돼지의 얼굴은 우리가 아는 늑대보다 더 험악해 보인다.

무시무시한 돼지의 눈빛을 본 Al은 설탕을 얻겠다는 마음을 접었다.

 

   

“ He probably had a whole sackful of sugar. And he wouldn't give me even one little cup for my dear sweet old granny's birthday cake. What a pig!"

 “ 돼지는 설령 설탕이 한 자루 가득 있어도 한 컵도 나눠주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돼지이니까!”

Al은 할 수 없이 케이크를 포기했다. 대신 생일카드를 써야겠다고 맘먹고 돌아서 가려는 그때, 돼지가 뒤에서 Al에게 욕을 했다.

“And your granny can on a pin!"     

그런데 이게 뭐 그렇게 심한 욕일까?

이런 상황에서 돼지의 욕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이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는 동화책이기 때문에 심한 욕은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보통 아이들이 의자에 압정을 놓고 골탕 먹이는 수준’에서 이 문장을 쓴 것이라고. 말하자면 "너희 할머니 나가 죽어버려라" 이런 의미라는데 잘 쓰지는 않는 말이라 한다.  

   

" Now I'm ususlly a pretty calm fellow. But when somebody talk about my granny like that, I go a little crazy"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도 간혹 거의 미칠 때가 있을 것이다. 주로 치부를 건드리거나 자신의 가족에 대해 막말을 듣게 될 때이다. 누구든 이런 경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아무리 화가 나도 가족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돼지는 늑대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를 모욕했다.  

그렇다면 늑대 Al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다. Al이 너무 화가 나 (거의 미쳐서) 돼지의 벽돌집 대문을 발로 차고 소리 지르는 그 순간 돼지 신문의 기자들이 몰려왔다. 돼지 기자들은 늑대 Al이 난동 피우는 순간을 포착했다. 다음 날 돼지 신문( THE DAILY PIG)은 그 장면을 대서특필 했다.  


이것이 늑대가 말하는 아기돼지 삼 형제의 진실 이야기다.

양쪽 말을 다 듣고 보니 늑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늑대 말을 듣고 보니 늑대를 오해한 부분이 많다.

착한 돼지라고 믿었던 돼지들의 사악한 면도 드러났다. 알고 보니 돼지가 더 나쁜가?

늑대 말을 들으면 늑대가 옳고 돼지 말을 들으면 돼지가 옳다.

양쪽 말을 다 들었지만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우린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늑대 신문을 읽은 돼지들은 또 다른 변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들이 많다. 가령 돼지가 이렇게 또 반론한다면?


“지푸라기로 집을 지은 것은 늑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돼지가 어리석기 때문이 아니란다. 난 원래 까끌까끌한 지푸라기 느낌을 좋아한단다. 어떤 돼지들은 뽀송뽀송한 지푸라기 속에 잠드는 것을 좋아하거든. 또한 나뭇가지로 집을 지은 것은 바람이 잘 통하는 집을 좋아해서야. 그래서 집을 일부러 얼기설기 지은 것이란다. 또 집 앞에 나무를 베어버린 것은 나는 원래 그늘을 싫어하고 더 먼 곳까지 망을 보기 위해서란다. 네가 우리들 집 짓기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네 기준일 뿐이야. 너희 늑대와 우리 돼지의 습성은 서로 다르니까. 또 돼지라고 해서 다 같지도 않단다. 늑대도 다 같지는 않을 걸? 누구도 똑같지 않아. 그렇지 않니? 너는 또 우리 돼지들의 말투가 무례하다고 했는데 우리의 목청은 원래 타고난 것이란다. 오죽하면 돼지 멱따는 소리라고 하겠니? 돼지들이 명랑하게 얘기하는 거 봤니? 거칠고 탁한 목소리는 무례해서가 아니라 식성처럼 타고난 것이란다. 그리고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은데 너의 할머니는 정말 나빠. 너한테는 소중한 할머니겠지만 네 방에 걸린 할머니 사진을 보니까 그 할머니가 < 빨간 모자>에 나오는 그 나쁜 늑대였더구나!  ”  

 

아기 돼지 삼 형제의 진실 이야기.

늑대의 입장을 들어보았지만 “누가 착한가. 누가 옳은가” 논쟁한다고 진실을 판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비극을 애초에 예방할 수는 없었을까?

왜 늑대는 무너진 짚더미에 깔린 돼지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응급조치를 했다면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면 돼지가 늑대에 대한 오해를 풀고 다른 돼지 형제들과 다 함께 좋은 이웃으로 지낼 수도 있었을 텐데......

늑대는 돼지를 죽게 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흰 수염이 길게 자란 Al은 줄무늬 죄수복을 입고 아직도 설탕을 구하지 못하고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이제는 늑대를 사면해줘야 하나?


이 동화책에서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돼지 신문 ’THE DAILY PIG'의 왼쪽 상단 박스 안에 쓴 작은 문구이다.    

돼지 신문을 읽고 있는 인간의 손이 보인다. THE DAILY PIG  왼쪽에 작은 문구가 보인다. “All the News That's Fit For Pigs"

 “All the News That's Fit For Pigs 

"돼지 신문의 모든 뉴스는 돼지들에게 맞춘다."  


돼지 신문 기자들도 알고 있었다. 늑대가 설탕을 구하러 돼지들을 찾아간 것이란 걸. 그러나 이 사실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쁜 늑대로 만들어야 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사건이 될 수 있었다.   

이 책은 늑대의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매일 보는 신문의 진실. 뉴스의 공정성을 말하고 있다. 눈만 뜨면 우리의 손바닥에으로 뉴스의 쓰나미가 매일 덮쳐온다. 진위를 알 수 없는 매스미디어가 우리 일상을 점령하여 빠져나갈 곳이 없다.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반대로 억울함을 겪는 구조 속에 거대한 공룡처럼 뉴스는 대중을 지배한다.     

뉴스를 그대로 믿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가.

우리는 눈가리개를 하고 신문을 읽고 있다.


 쓰지 않은 것을 읽어내는 것이 진정한 독서다. 


진위를 가려낼 수 없는 시대. 이분법으로 판단할 수 없는 시대. 말하지 않은 것들을 들을 수 있고, 쓰지 않은 것들을 읽어내기 위한 공정한 신문 읽기가 지금 우리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 작가의 다른 책  

   

- The Stinky cheese Man and Other Fairly Stupid Tale

- Math Curse

- Squids Will Be Squids

- Science Verse

- Seen Art?         

존 세즈카의 <미운 오리 새끼>는

미운 오리 새끼가 자라고 자라서 정말 미운 오리가 되었다는 이야기



● 엄마를 위한 책 한 권.


《신문 읽기의 혁명 》개정판


저자: 손석춘

출판사: 개마고원         

                                      

신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 책은 신문 독자 대다수가 신문에 대해 의외로 무지할뿐더러 신문을 잘못 읽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책은 알기 쉽게 신문 편집의 논리와 비밀을 성명하면서 대중들이 신문을 입체적으로 꿰뚫어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언론에 관심 있는 시민의 필독도서

( 출판서 서평 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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