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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상이 Jun 25. 2017

MAKE WAY FOR DUCKLINGS

이것이 오리를 위한 것일까.


MAKE WAY FOR DUCKLINGS  아기오리에게 길을 비켜주세요

Robert MeCloskey         

  


Mallard 씨 오리 부부는 살기 좋은 곳을 찾고 있었다.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안전한 곳. 이들은 보스턴 상공을 날아가다가 Public Garden을 발견했다. 지친 그들은 공원의 연못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아침 그들은 연못 바닥의 진흙 속에서 아침거리를 찾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한다.

그때 이상한 큰 새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Mallard 씨 부부는 큰 새를 보고 “Good morning” 인사하지만 큰 새는 대답이 없다. 이들 부부가 본 큰 새는 인공 백조 보트였다. 보트에 탄 사람들은 오리 부부에게 땅콩을 던져주었다.. Mallard 씨 부부는 처음으로 땅콩을 맛보았다.  


 

  Mallard 씨 부인은 “ I like this place” 이곳이 맘에 든다고 한다. 남편도 천적들이 없는 이곳을 좋아했다.  

“ There are no foxes and no turtles, and the people feed us peanuts. What could be better?

여우들도 거북이들도 없고 게다가 사람들이 땅콩도 주잖아. 얼마나 좋아?”

 그러나 그들은 곧 난폭한 자전거에 다칠 뻔하면서 이 공원이 위험한 곳임을 알게 되었다.


“ This is no place for babies...”  


 곧 태어난 아기들에게는 좋은 곳이 아니어서 그들은 다시 날아올라 시내를 벗어나서  ‘Charles River’를 발견했다.

“This is better”

 Mallard 씨는 찰스강이 퍼블릭 가든과 가깝고 조용해서 좋다고 한다. 부인도 동의한다. 그러나 퍼블릭 공원의 맛있었던 땅콩을 생각했다.


 

Charles강가에서 지내던 오리 부부는 어느 날 강둑을 넘어갔다가 경찰 아저씨 Michael을 만나고 그가 주는 땅콩을 또 받아먹게 되었다. 부부는 매일 땅콩을 얻어먹으러 Michael에게 갔다.

  

 드디어 찰스 강기슭에 여덟 마리의 귀여운 오리 아가들이 탄생했다. 아기오리 이름은 J에서 Q까지 알파벳 순서로 지었다 ( Jack, Kack, Lack, Mack, Nack, Ouack, Pack, Quack).

 Mallard 씨 부부는 부모가 된 책임감으로 아기오리들을 키우느라 정신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Mallard 씨는 아내에게 “ I'll meet you a week, in the Public Garden”이라  말하고  퍼블릭 공원으로 떠났다. 아빠는 아기오리들을 키우기에는 공원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주일 후에 만나자고 한 것은 아빠가 먼저 가서 거처를 마련해놓겠다는 것이리라. 엄마는 그동안 아기오리들에게 수영과 다이빙을 가르치고, 자전거와 스쿠터 바퀴들을 피하는 법을 가르쳤다. 또 한 줄로 나란히 서서 걷는 법도 가르쳤다. 이 모든 훈련을 다 마친 뒤에 드디어 아기오리들은 퍼블릭 공원으로 아빠를 만나러 가게 되었다.

엄마와 아기오리들은 무사히 아빠를 만날 수 있을까?  


 

위험한 자동차들을 뚫고 아슬아슬 길을 건너는 아기오리들. 엄마 오리가 맨 앞에 서고 아기오리 여덟 마리가 뒤에 나란히 쫓아가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엄마 오리의 어깨에 실린 뿌듯함이 느껴진다. 경찰 아저씨와 온 시민들의 배려를 받으며 당당히 아기오리들은 공원에 도착했다. 퍼블릭 공원에는 아빠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기오리들은 이제 위험하지 않은 시립공원에서 살게 되었다. 인공 백조 보트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땅콩을 얻어먹으며... 오리가족은 밤이면 천적이 없는 공원 연못의 작은 섬에서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자연과 인간이 사랑하고 배려해가며 함께 사는 사회.” 


두 번이나 칼데콧 상을 수상한 이 책의 저자인 Robert MeCloskey는 이런 사회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이라고 했다. 이 책의 일러스트 또한 저자가 직접 오리를 키우고 관찰해가며 그렸다고 한다. 목탄으로 스케치한 흑백 그림들은 참 마음에 든다.


그림책에서 보는 보스턴 시는 마치 구글 지도의 거리뷰를 보는 듯하다. 실제 보스턴에는 이 책의 무대인 시립공원이 있고 그곳에는 2003년 타계한 저자의 동상도 세워져 있다. 나는 가보지 못했지만 여행자들의 사진으로 공원에 만들어 놓은 아기오리들도 보았다. 보스턴은 전형적인 미국의 문화도시이며,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도시다. 하버드와 MIT가 있는 미국 최고의 교육도시이다. 


 이 책은 1941년 미국의 대공황기에 출간된 오래된 그림책이다. 저자 또한 힘든 시기에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처음 접한 후부터 지금껏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 이 동화에 대한 많은 리뷰들, 블로거들의 많은 글을 보아도 모두 다 한 결 같이 좋은 책이라 말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책이라 말하고, 저자의 의도대로 이 책의 교훈은 “자연과 인간이 사랑하고 배려하며 함께 사는 사회”라고 말한다. 1941년 출간된 이후로 지금까지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의문이 든다.      


과연 그럴까. 


오리의 습성에 대해 백과사전을 찾아보았다. '오리는 물가에 살며 수생동물과 곤충과 달팽이와 나무뿌리와 열매를 먹고산다. 오리는 물가에서 스스로 먹이를 구하며 사는 것이 본래 오리의 습성이다. 그러나 이 그림책 속에 오리들은 어떠한가. 오리들은 태어나자마자 강가에서 엄마에게 수영과 다이빙 훈련을 받았다. 안전하게 살아남기 위한 생존 훈련이었다. 그렇다면 왜 엄마 오리는 먹이 잡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을까. 엄마는 아기오리들에게 수영과 다이빙과 자전거와 스쿠터를 피하는 법만을 가르치고는 안전한 퍼블릭 공원으로 이사했다.  공원호수에는 먹잇감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오로지 먹을 것은 보트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땅콩만이 있을 뿐인데....... 

오리들은 보다 안전한 시립공원에서 먹잇감을 스스로 구하지 않고 인간들이 던져 주는 땅콩만 받아먹으면서 살기로 결정한 것이다.

"편하게 배불리 살아가는 삶."

이런 삶이 오리의 삶일까.

분명 곤충과 달팽이와 나무뿌리를 먹고살아야 하는 오리가 인공의 맛이 가미된 땅콩을 먹고살아야 되는데 이게 오리에게 좋은 것일까. 이런 삶이 우리가 바라는 자연과 인간이 사랑하고 배려하는 좋은 사회인가.    



땅콩을 얻어먹으며 사는 오리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오리 엄마 아빠는 공원에서 안전하게 아기오리들을 살게 했지만 그 땅콩을 먹고 자란 아기오리들은 건강할까. 오리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강가에서 천적을 피해 먹이를 구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지 않았을까. 배가 불룩한 경찰 아저씨에게 땅콩을 얻어먹는 오리 부부는 아무리 봐도 어딘가 비굴해 보인다.  

나는 오래전 어디에선가 읽었던 우리 선조들의 글을 기억하고 있다. 

한 선비가 야생거위 한 마리를 잡아가 가두고 먹이를 주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야생거위는 먹이를 먹지 않았다. 결국 선비가 그 거위를 풀어주자 거위는 날아갔다. 선비는 말했다.

“ 거위는 자신을 잘 지켰다.” 

야생거위가 먹이를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면 다시는 날지 못하고 영영 가축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동물화 되는 포스트모더니즘. 지금 우리의 자본주의 모습이다. 이 세계는 배만 부르면 된다. 굶주림이 없는 세계. 굶주림이 없기에 투쟁이 없고, 모험이 없고, 철학 또한 없다. 오직 배부름만이 있을 뿐이다.     

미국의 가장 오랜 역사의 도시. 세계 최고의 교육문화 도시인 보스턴 공원 연못에 오리의 먹잇감이 없다면 그 연못은 죽은 연못이다. 죽은 연못에서 오리들은 인간이 던져주는 땅콩을 먹고 배만 부르면 정말 괜찮은 걸까.  

   

하루 종일 백조 보트를 따라다니며 땅콩을 받아먹는 삶. 당장은 편안하고 안전해 보이지만 그 안락함이 가져올 끔찍한 미래를 알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매일 현실에서 그런 극악함을 마주하고 있다.    


유명한 그림책 하나에서 나는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미 자본주의의 위험을 감지한다.  편히 얻어먹고 당장 배만 부르면 된다. 돈이면 다 된다 자본주의의 논리에 우리 모두 의심 없이 안락함에 젖어들고 있는 것처럼, 이 그림책 또한 귀여운 아기오리들에게 매혹되어 동물사랑에 대한 책이라고, 더불어 사는 좋은 사회라고 의심 없이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또 읽어도 이 의문을 거둘 수가 없다.




- 작가의 다른 책     


- BLUEBERRIES FOR SAL

- Morning in Maine

- TIME of Wonder

- MARSHMALLOW

- the BIGGEST BEAR    





https://youtu.be/7 Q0 tcO3 Utxo

아기오리 구출하기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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