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WHERE THE WILD THINGS ARE 괴물들이 사는 나라
story and pictures by MOURICE SENDAK
나는 처음에는 이 동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일러스트가 어둡고 음침하고, 선뜻 애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들은 이 책을 좋아했다. 왜 애들은 이 동화를 좋아할까. 오래 시간이 지나 득도하듯 깨달았다. 이 책의 진가를.
엄마는 동화책을 읽을 때 먼저 이해하려고 한다. 내용 파악을 하고 교훈적인 것을 끄집어내려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해석하고 판단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단지 느낀다. 엄마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모험과 판타지라고 생각할 때 아이들은 단박에 알아차렸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 그곳은 상상의 나라가 아닌 바로 < 우리들 일상의 나라>라는 것을.
작가 모리스 센닥 (Maurice Sendak) 은 1928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맨해튼의 화려한 불빛 저 너머 가난한 노동자들의 뒷골목도 보았을 것이다. 2012년에 타계한 저자는 생전 인터뷰에서 “나는 동화작가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는 어린이에 대한 진실을 말할 뿐이다 ”라고 했다. 그의 많은 작품들은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 두려움과 외로움을 다루고 있다. 그는 모험과 판타지를 그리는 작가가 아니었다.
Max는 한밤중에 늑대 옷을 입고 못된 짓을 한다. Max는 책을 밟고, 벽에 못을 박고, 강아지 인형을 처형하듯 옷걸이에 매달았다. 이러한 Max의 못된 짓은 일일이 나열할 수도 없어 " made mischief of one kind and anther" 이런저런 못된 짓이라고 했다.
이 세상 어느 엄마가 아이를 혼내고 싶을까. 누군들 우아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을까. 분명 엄마도 참고 참다가 소리쳤을 것이다. “ WILD THING!” 괴물 같은 놈!
엄마가 괴물이라고 하자 Max는 “ I'LL EAT YOU UP! " 엄마를 먹어버릴 거야 라고 했다.
엄마는 Max를 저녁밥도 주지 않고 침대로 쫒아버렸다. 방에 갇힌 Max는 허리에 뒷짐을 지고 “흥! 까짓것 굶으면 되지!” 하는 표정이다. 반성은커녕 의기양양하다. 그때 방안은 순식간에 나무가 자라고 넝쿨이 뻗어 올라 벽과 천장을 뒤덮었다. 그때 어디선가 보트 한 척이 바다에 떠밀려오고. (그 보트에는 'MAX' 이름이 쓰여 있다.) Max는 그 MAX호를 타고 항해를 떠난다.
He sailed off through night and day
and in and out of weeks
and almost over a year
to where the wild thing are.
하루 밤낮. 몇 주. 거의 일 년이 걸려 Max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당도한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어떤 곳일까.
Max가 괴물들의 나라에 도착했을 때 괴물들은 사나운 눈과 이빨들을 드러내며 괴성을 질렀다.
괴물들은 이미 MAX를 알고 있고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만 같다. 괴물들의 험악한 행동은 환영식 같다.
Max는 난리 치는 괴물들을 마법처럼 “ BE STILL!” 이 한마디로 (강렬한 눈빛과 함께) 제압하여 괴물 나라의 왕이 된다.
“let the wild rumpus start!”
엄마의 잔소리가 없는 나라. 아무도 내게 “ 가만히 있어! 조용히 해!”라고 하지 않는 나라. 내 맘대로 악을 쓰고 금지된 놀이를 맘껏 할 수 있는 나라. 모두 내 명령에 따르는 내가 최고인 나라. 그곳에서 Max는 왕관을 쓰고 있다.
Max가 괴물들을 제압해 버린 주문 같은 “BE STILL!” 가만히 있어!
아마 이 명령에 Max도 무수히 굴복당했을 것이다.
Max가 가고 싶은 그 나라를 ‘괴물 나라'라고 말한 이는 누구인가.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의 영화 < 자전거 탄 소년>이 있다.
주인공 소년 <시릴>은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 우연히 시릴의 위탁모가 된 미용사 <사만다>.
소년 시릴은 사만다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러나 이미 새 여자가 생긴 아버지는 시릴을 키울 수 없다고 말한다. 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시릴은 자신의 얼굴을 자해하는 행동을 한다. 사만다는 급히 차를 세우고 거칠게 자신을 쥐어뜯는 시릴을 끌어안아준다. 사만다가 시릴의 분노를 껴안을 때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악장이 흐른다.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그때 시릴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잠시 빠졌던 곳. 어쩌면 그곳은 Max가 찾아간 나라보다 더 잔인한 진짜 괴물이 사는 나라였을지 모른다. 위탁모인 사만다가 따뜻하게 안아주지 않았다면 소년 시릴은 진짜 괴물이 되었을지 모른다.
실컷 괴물 나라의 왕 노릇을 하던 Max는 난리 치는 괴물들에게 갑자기 “Now stop”이라 외친다. 그리고는 엄마가 Max에게 그랬듯이 괴물들을 침대로 쫒아버린다. 엄마가 그랬듯이 “ without their supper” 저녁도 주지 않고...... Max는 갑자기 괴물 나라의 왕 노릇이 재미없어진다. 왠지 Max는 외로워진다. 그때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풍겨온다. 그 냄새가 이끄는 곳. Max는 집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 Oh please don't go - ” 괴물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그를 뜯어말리며 위협도 하지만 Max는 단호히 뿌리치고 다시 MAX호에 오른다.
and sailed back over a year
and in and out of weeks
and through a day
돌아올 때의 Max의 시간은 떠날 때와는 반대로 흘러갔다. 떠날 때와 다시 돌아올 때의 Max의 모습도 사뭇 다르다. 떠날 때 결의에 찼던 눈빛이 돌아올 때는 지긋이 감겨있다. 떠날 때 신나서 올라갔던 입 꼬리는 돌아올 땐 생각에 잠긴 듯 내려와 있다. 떠날 때 구름 가득했던 하늘은 돌아올 땐 달빛이 어둔 바다를 비추고 있다.
먼 길에서 돌아온 Max의 방안은 열린 창문으로 보름달이 환하고 테이블에는 엄마가 가져다 놓은 저녁식사가 놓여 있었다.
"and it was still hot “ 그리고 그것은 아직도 따뜻했다.
내 아이가 항상 빛의 세계에 머물길 바라는 엄마에게 이 책은 선뜩 내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먼저 공감하는 이 동화는 엄마들이 어루만질 수 없는 아이의 깊은 곳까지 손길을 뻗어 위로한다. Max가 그 먼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다녀왔을 때 엄마가 갖다 놓은 저녁이 아직도 따뜻했기에 이 동화는 판타지가 아니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교육자들과 권위자들을 혹평을 했다. 바로 “엄마를 먹어버리겠다”라고 한 부분 때문이라 한다. 그렇지만 엄마가 먼저 Max에게 “ WILD THING" 괴물이라고 했다. 그래서 Max가 “ I'LL EAT YOU UP!"이라고 한 것이다. 야생의 괴물은 누구든지 인정사정없이 먹어 치우니까. 그것이 맥스가 아는 괴물의 습성이니까.
우리 내면의 타임머신은 공상과학이 아니다. 우리는 하루에 수십 번 아니 수천번 천국과 지옥을 오가기도 한다. 우리는 홀로 미지의 행성을,우주공간을 떠돈다. 누구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면 괴물이 될 수 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어디 먼 곳이 아닌 바로 우리 마음 안에 있다. 광속보다 더 빨리 누구든 그 나라에 갈 수 있다. 잠시 먼 괴물 나라에 간 아이를 어떻게 구출해 낼 수 있을까.
Max가 집으로 돌아올 때 달빛은 캄캄한 바다를 비쳐주었다. 달은 어디든 Max를 따라다녔다. 기울었다가 다시 차오르고 구름 속에 가려 있다가 다시 환하게 나타났다. 태양처럼 너무 뜨겁지 않은, 차갑게 절제하면서 어두운 골짜기 어디든 비추는 달빛처럼. 온화하고 변함없는 사랑만이 괴물 나라에 간 아이를 불러올 수 있다.
< 자전거 탄 소년>에서 잠시 범죄에 가담했던 소년 시릴이 힘차게 자전거를 타고 그 숲을 빠져나온 힘도 위탁모 사만다의 사랑이었다.
이 책의 커버를 다시 본다. 커버를 펼치면 괴물 나라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먼 고립된 섬에 뿔 달린 괴물이 홀로 앉아 있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두 눈을 감고. 날카로운 손톱을 지닌 이 괴물은 그러나 사람의 발을 갖고 있다. 이 괴물은 Max가 괴물 나라에 도착했을 때 수풀 뒤에서 얼굴만 내밀었던 괴물이다. 유일하게 인간의 발을 가진, 그 괴물이 바로 이 책의 표지에 홀로 앉아 있다.
지쳐있는 듯한 괴물. 빈 배. 찰랑이는 물결. 어딘가 슬픈 괴물의 모습. 나는 이 괴물이 맥스가 가는 곳 어디든 따라다니는 엄마의 모습 같다. 알면서 모른 척 아이 곁을 지키는 이 세상 모든 엄마 같다.
작가의 다른 책
kenny's Window (1956)
Very Far Away ( 1957)
The Sign on Rosie's Door ( 1960)
In the Night Kitchen(1970)
Outside Over There (1981)
- After Reading ( 영화보기)
-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책 내용을 바탕으로 했지만 새로운 다른 영화. 영어 듣기에도 좋은 감동적인 전체관람가 영화입니다.
- 다르덴 형제의 < 자전거 탄 소년> 은 12세 관람가. 반드시 엄마가 봐야 할 영화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