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하여(1)
20대 초중반의 나는 ‘혼자 지내는 법’을 잘 몰랐다. 혼자 있으면 괜히 외롭고 불안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SNS를 들여다보거나,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며 하루를 채웠다. 외로움 때문이었는지 그 시절 나는 연애의 공백기가 거의 없었다. 누군가와 헤어지면 곧바로 소개팅을 잡았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늘 다음 인연을 기다렸다.
지인들과의 약속이 없으면 일부러 다음 약속을 만들었다. 캘린더에 일정이 꽉 차 있으면 왠지 내가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 내가 인기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다른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작 나를 채울 시간은 줄어들었다. 매일 늦은 밤 귀가하면 방은 늘 어질러져 있었고, 내 마음도 그랬다. 아마 혼자 있는 시간에는 ‘온전한 나’를 마주해야 했기에 그 시간을 피했던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로웠던 이유는, 결국 ‘나와 잘 지내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나와 친해지는 방법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방치해 두었던 내 삶을 다시 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하루를 복기하며 조금씩 삶의 방향을 바로잡았다.
그 무렵 나는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었다. 지금의 남편과는 2주에 한 번 주말에만 만났다. 덕분에 그 사이의 시간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큰 성취를 이룬 건 아니지만, 대학 시절 흘려보냈던 나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태도를 바로잡을 수 있었던 시기였다. 타지에서 혼자 살며 출퇴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면서 점점 ‘나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엔 그 고요가 적막해 문득 슬플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익숙해졌고, 퇴사 후 대학원 시절을 바쁘게 보내면서 스스로 단단해졌음을 느꼈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에서 ‘외로움을 다루는 방법’은 바로 나와의 대화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에 유튜브나 드라마로 채우기보다, ‘가장 솔직한 나’와 마주해야 한다. 나는 그 방법으로 일기 쓰기를 추천한다. (이 부분은 나중에 더 깊게 다뤄보려 한다.)
일기를 쓰다 보면 지금 내 기분, 생각, 욕구 등 나의 모든 상태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그렇게 나와 친해지면,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혼자 있어도 공허하지 않다. 거창한 성취가 아니어도 괜찮다. 꾸준히 운동을 하거나, 계획한 공부를 이어가며 시간을 쌓다 보면 내 자신이 점점 믿음직스러워진다.
나를 돌보다 보면 외로움은 어느새 만족감으로 바뀐다. 반대로, 나를 제대로 돌보지 않을 때 외로움과 불안이 찾아온다. 어쩌면 외로움은 ‘이제 나에게로 돌아가야 할 때’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 신호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외로움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외로움은 사라져야 할 감정이 아니라, 나를 성장하게 하는 조용한 동반자일지도 모른다.
그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외로움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