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몬까치 Oct 21. 2024

‘자기 사랑’ 이 어려운 이유

<나는 왜 나를 함부로 대할까?>

'스스로 몸과 마음을 돌보고 삶을 아름답게 가꿔가는 주체가 되는 것'을 못하는 사람. 늘 나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고, 후회했던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병원에 찾아갔던 어느 날, 의사 선생님은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 마치 '뺑덕어멈' 같다는 말을 했다. 뺑덕어멈은 심청전에 나오는 유일한 악녀로 심봉사의 재산을 탕진하고 심청이를 괴롭힌 못된 계모가 아니던가. 이어 자기와의 관계를 먼저 이해하고 재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하시며 오늘 집에 가서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을 고민해 보라는 말을 무심하게 던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여름의 끝자락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왜 우리는 자신을 별로라고 느끼는 것을 넘어 싫어하고 미워하고 심지어 혐오할까? 왜 다른 사람에게는 친절하지만 자기에게는 불친절할까? 다른 사람의 고통에는 공감하지만 자기의 고통에는 연민이나 공감도 없이 비난부터 퍼부을까? 우리가 겪는 고통과 불행의 상당 부분은 스스로 저지르는 2차 가해 때문이다. 우리는 고통에 고통을 덧붙이는데 익숙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기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나는 왜 나를 함부로 대할까, 문요한, 해냄출판사, 2022> 중에서


나는 소위 말해 '비난의 달인'이다. 과거의 상처가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을 대하는 폭정이 심하다고 하는데, 상처 때문인지, 타고난 성격이 원래 이런 건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한결같이 '나에게 친절한 마음'이나 '나에게 공감하는 마음'은 없었다. 일말의 융통성 없이 나를 다그치고, 작은 실수나 잘못에도 비난을 서슴지 않는 그런 무자비한 ‘뺑덕어멈’ 같은 사람이 바로 나다. 이런 나 자신을 고쳐보기 위해 더 이상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뒤돌아서면 또다시 자기 비난의 수렁으로 빠져들어 허우적 대고 있었다. 더 황당한 사실은 지금까지 스스로 공감을 꽤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모든 문제를 내 탓으로 돌리고,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끝없이 나를 희생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자기 비난과 자책의 악순환에 갇혀 살며 늘 후회했던 나날들. 지금부터라도 내 안의 욕구를 무시하지 않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명상하고, 달리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졌다.


하루아침에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해법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40년 넘게 살아왔던 나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평생을 함께할 삶의 동반자로서 스스로에게 친절해지는 것. 이것이 바로 '자기 사랑'이다. 스스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어른이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자기 사랑 연습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 브런치북은 잃어버린 나를 찾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아가는 여정의 기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