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sol Hwang 황진솔 Dec 17. 2021

탈북민 창업가이자,
내 친구였던 이대성님을 추모하며..

오랜 시간 통일혁신가로 더 브릿지와 함께 한 유진유통 이대성 대표님이 소천하셨습니다. 

유가족들에게 많은 위로와 기도 부탁드립니다.




2016년. 

북한에서 이사 온 이대성 대표를 탈북민 창업 프로그램을 위해 처음 만났다.

그는 날카로운 인상에 테닝이 진하게 된 검은 카니발을 타고 나타났다. 


첫인상은 강렬했고 차가워보였지만, 알아갈수록 그는 누구보다 따뜻했고 정감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사람을 좋아했고 강한 의지와 책임감, 호탕함이 있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돌아보니 난 그와 추억할 것이 너무나 많다. 


* 더 브릿지와 함께 한 유진유통 크라우드 펀딩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lumtoJesGq8




1. 친구 이대성


몇년 전 어느 바빴던 오후. 

그는 갑자기 나를 불러내서 맛있는 밥을 사주고 영화도 보여줬다. 


밥을 먹으며 나에게 어떤 도움을 요청하려고 하는건가 라고 계속 생각했는데 

결국 우린 그냥 즐겁게 밥을 먹었고 수다를 떨고 영화를 보고 헤어졌다. 


일방적인 도움을 주는 관계가 아닌 탈북민과의 수평적 협력을 추구하며,  

파트너이자 친구로 살아가는 미션을 늘 떠들고 다니던 나를 그는 정말 친구로 먼저 받아줬던 것이다. 

그리고 친구처럼 아무 허물없이 불러내서 밥도 사주고 

자신의 남한과 북한에서 경험했던 시시콜콜한 삶의 얘기를 웃으며 해주었다. 


집에 돌아오며 혹시 어떤 요청을 하려고 밥을 사는게 아니었나를 의심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이후 우리는 꽤 깊은 얘기를 주고 받는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몇개월이 지나 그는 나의 친구를 넘어 

더 브릿지의 첫번째 탈북민 정기기부자가 되었다. 


너무 놀라서 왜 정기기부를 신청했냐고 물으니 

더 브릿지가 잘 되어야 탈북민이 성장하고, 

탈북민이 잘 되어야 더 브릿지가 성장하는 것이 좋아서 기부한다고 했다.  


어쩌면 나보다 더 브릿지의 미션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그는 다시한번 나를 부끄럽게 했다. 


[이대성 대표와 주고 받은 메세지]


그는 나에게 있어 처음엔 창업교육을 받는 수혜자였지만, 

이후 친구가 되었고, 기부자로 나를 도와주었다. 

더 이상 그와 나에게 기부자와 수혜자로서의 경계는 없었다. 




2. 그는 북한이 고향인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탈북민을 사랑했다. 


한국온지 얼마 안된 탈북민 직원이 결혼을 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 익숙치 않아 신혼여행지를 선택하고 비행기 티케팅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직원을 위해 그는 제주도 항공권을 예약해주고 

신혼여행까지 따라가 직접 운전과 관광지도 안내해주었다. 


직원 신혼여행을 따라간 대표...


얼핏 생각하면 엄청난 민폐이고 비상식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일반 한국사람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탈북민 정착의 어려움을 

이대성 대표는 동포로서 알고 있었고, 그는 고용을 넘어 그들의 삶도 깊이 돌보고 있었다. 


이렇게 그는 더 브릿지가 왜 탈북민 창업가의 성장을 지원하는 지를 

명확히 상기시켜 주는 멋진 롤 모델이었다. 




3. 그는 건강한 남북통일을 꿈꾸며 탈북민의 역할을 기대했다. 


그와의 대화에서 항상 남한 사회에 깊이 고마워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탈북민에 대한 인식의 아쉬움은 컸지만 남한사회가 그렇게 생각하는 역사적 배경을 공감했고, 그 편견을 꼭 넘어서야 실질적 통일이 가능하다는 건강한 방향성과 균형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더 브릿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반시민들과 탈북민 창업가들에게 

균형있는 강연도 해주곤했다. 




4. 그는 누구보다 남북이 함께 협력하길 원했다. 


2019년.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통일에 대한 기대가 커지던 시점에 

나는 그에게 수제맥수 사업을 하는 재미교포를 소개해주었다. 


이대성 대표가 사업하고 있는 짝태와 맥주의 콜래보 제품을 기획했고 

백두산 물로 직접가지고 와서 제조한 소원 맥주와 함께 짝태를 판매하기도 했다. 


[유진유통 짝태 X 핸드엔몰트 맥주]


맥주사업가는 자신의 꿈이 북한 개마고원에 지역에 가장 질이 좋은 홉이 있다며

이를 활용하여 맥주는 제조하는 꿈이 있었고, 

이대성 대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그 홉을 자신이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 협력모델을 함께 수립해가며 우리는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통일 시대를 꿈꿨고 설레임이 가득했다. 


정치적 상황이 악화되어 아쉽게 시도하지는 못했지만 

탈북민 기업가의 잠재역량과 수평적 협력의 가능성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추억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간다. 


가끔 더 브릿지 전직원에게 밥을 사주며 힘내라고 응원해주셨던 그의 호탕함. 


그의 생일날 초대받아서 갔는데 남한 사람이 나 혼자라서 좀 당황했지만, 

남한 대표라는 자부심이 들기도 했던 웃픈 추억. 


나를 볼 때마다 일 그만하고 장가가라고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면 웃으셨던 모습. 

이젠 내 결혼식에 초대할 수 없어 넘 아쉽다.


하늘로 떠나시는 발인에도 한국 사람이 나 혼자라 또 한국대표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속상하다. 

고향은 다르지만 남북이 친구되는게 이렇게 힘든 것일까..


이 글에 담지는 못했지만 그는 힘없는 한명의 탈북민으로서 법의 부당한 집행에 피해자였다. 

이 부분은 향후 내가 할 수 있는 조직적인 노력을 하고자 하고 많은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2021년 12월 추운 겨울. 

그는 그렇게 한반도를 떠났다. 


언제나 힘차고 당당했지만 꽤 오래전부터 당뇨와 복수로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가장 마음 아픈건 남겨진 두 자녀와 사모님이다. 


특히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이 있고,

경제활동을 해본적이 없는 사모님이 혼자 키워가셔야 한다.  


그의 사업이 성장하도록 함께 작은 남북경협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이젠 무언가를 같이 해볼수 있을거 같았는데 이렇게 그를 떠나보내서 너무 허망하다. 


이땅에서 더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친구 이대성을 추억하고 그가 얼마나 멋진 대한민국 사람이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리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친구 이대성과 함께]


당신은 잠시 떠났지만 그 삶의 흔적과 소중한 의미는 앞으로도 제 삶 구석구석에 귀한 자양분이 될거에요. 


18년간 한국에서 정말 수고 많으셨고 이제 '탈북민 딱지' 없는 

자유로운 하늘 나라에서 천국 시민으로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이대성 대표님을 추모하고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에 메세지를 남겨주시면 유가족에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url.kr/4iopym



그리고 아래 계좌로 부의금도 보내주시면 

유가족에게 정말 큰 힘과 희망이 될거라 믿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고알림]

- 이대성 12월11일 부고

- 발인 2021년12월14일05시 국립중앙의료원0222624813

- 장례식장 203호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6가 18-79

- 장지 통일로추모공원

- 상주 이진복 


- 부의금: 김정인 카카오뱅크 333305056849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