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 보내는 스물네 번째 편지
해변에서 요가라니 너무 낭만적이다. 그 낭만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게 되는 우리를 발견하게 되니 좀 씁쓸하면서도 반발심에서 일까 한편으로는 더 신경 쓰지 말고 나 좋을 대로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창 시절부터 같은 교복에 같은 머리를 하고 튀지 말라며 교육받고 살았던 경험이 지금의 우리를 만든 거겠지? 하지만 이젠 뭐든 할 수 있는 어른이니까, 맞아 눈치 보지 말고 주지도 말고 즐기면서 살아보자!
자유부인 1일 차를 기념해서 편지를 적기로 했어. 오늘 남편이 한국을 갔거든! 사실 자유부인이라 스스로 일컫기 좀 민망하기도 해. 육아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 남편과 둘이서 긴 신혼을 보내고 있으니 말이야. 그래서일까 둘이 사는 집에 한 명이 없으면 꽤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네. 지난달 나 혼자 한국 갈 때는 내가 떠나는 입장이어서 그랬던 건지 지금과는 좀 달랐던 것 같아. 이번에는 감정을 느낄 틈도 없이 바쁘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 늘 존재하던 일부가 빠지는 거니까. 언제 해가 저물었는지 몰라 거실 불을 켜두지 않은 채로 방에 있었는데, 거실로 나와보니 아주 깜깜한게 아 정말 이 집에 나 혼자 있구나 싶었다니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솔직히 반반인 것 같아. 내가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남편의 존재가 참 컸구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묘하게 설레는 기분도 있고. 자기가 없는 데 설렌다는 말이 섭섭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분명히 이런 시간이 서로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줄거란 말을 하는 거니까 봐주겠지? 설렘은 뭐랄까 정말 완전히 나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주어져서 때문인 것 같아. 참 나도 웃긴 게 외로움을 많이 탄다면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은근히 좋아하더라고.
분명히 내게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무의식적으로 남편 눈에 비칠 내 모습을 생각해 봐. 좋은 와이프이면서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 싶고, 간혹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괜히 추하게 느껴지면 괜히 입술에 틴트라도 발라보고 그래. 좋게 얘기하자면 노력이겠지만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참 민감하다는 소리겠지. 언니가 말했듯이 눈치 보지 말고 내 인생을 즐기는 연습을 좀 해야겠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존재는 할까 과연! 조용한 집이 약간은 어색해서 이 글을 적는 동안 노래도 좀 틀어놓고 나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이 시간은 참 귀해. 이번 시간을 기회 삼아 혼자 힘을 돋우는 기회로 가져봐야겠어.
요즘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내 얘기를 함에 있어 좀 뻔뻔해진 것 같아 신기해. 20대까지만 해도 나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나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한 이상한 불편감이 있었거든. 우리 계속 더 자유로워 지자,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말과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남편이 돌아오기 일주일 체 남지 않은 이 시간, 지금만 누릴 수 있는 설렘을 안고 잘 보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