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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훈

by gigigam Mar 21. 2025
Cotton(라희). 2022. oil on canvas. 240x20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Johyun Gallery)Cotton(라희). 2022. oil on canvas. 240x20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Johyun Gallery)


강강훈의 회화는 극사실주의의 계보를 잇는 정교한 묘사로, 사진과 착각될 만큼 섬세한 환영을 빚어낸다. 그에게 사실적 표현이란 자연 속 변화하는 존재, 생명의 지속성과 초월적인 영성을 포함하며, 이에 인물과 목화의 단순한 외형의 모방을 넘어 물질성과 비물질성, 유형성과 무형성의 경계를 드러낸다.


미술사에서 가장 오래된 형식 중 하나인 초상화를 통해 자신의 자녀를 그리는 그는 개별적 존재를 충실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상의 존재론적 상태를 포착한다. 그의 초상화는 인물의 물리적 형상을 정적인 조형으로 고정하지 않으며,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정서적 움직임과 생명의 에너지를 담는다. 이는 원근법적 환영을 넘어, 주체와 객체의 하나됨을 통해 회화의 표현적 가능성을 확장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모티프 중 하나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존재를 상징하는 목화는 자연적 오브제에 내포된 초월적 존재성을 함축한다. 목화의 솜은 생기가 깃들지 않은 꽃의 형상을 하고서, 온기를 스스로 내뿜기보다, 새로운 생명의 온기를 품는다. 세대 간의 흐름과 변화하는 존재를 은유하는 동시에, 존재와 부재, 유형과 무형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형성하는 목화와 인물의 대비는 바니타스 회화 전통에서 볼 수 있는 유한성과 영속성의 대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강강훈의 회화는 이에 ‘메타 회화’, 즉 회화적 사유가 담긴 개념적 기호로 읽힌다. 그의 작품 속 인물과 목화는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상실되나, 새롭게 이어지는 존재에 대한 기억을 호출하는 시각적 메타포로서, 작가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통해 고유한 의미를 획득한다. 이는 실재와 재현, 기억과 망각, 물질성과 관념성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회화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확장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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