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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정석 Apr 25. 2019

사랑에 관한 생각

왜 사랑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때로는 사랑이 내게 의무를 지우고 불편을 안기고 회의를 느끼게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사랑한다 사랑하게 되었다 만약 사랑이 조건 없이 무엇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면 그것은 희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사랑이 조건 없이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그것은 자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사랑이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라면 그것은 동질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란 이 모든 감정들의 복잡한 집합에 지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으로 나를 가득 채우는 일일 테이며 내 삶의 목적으로 삼는 일일 테이며 온전히 따르는 것일 테이다 사랑이란 감정에 나를 비추어 보면 어김없이 내 부족함을 느낄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합당한 사람인지 질문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부족하기에 사랑할 수 있으며 부족하기에 사랑받을 수 있다 사랑은 부족한 나에게 이유를 부여하는 일이자 도로 사랑받게 하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사람을 그저 사랑할 수 없는 것은 곧 사랑이 유리한 조건을 택하는 과정이 아닌 까닭이다 사랑은 그저 주어지며 그저 내게로 오며 그저 그렇게 되는 것이다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의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다 그 사람의 좋은 점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며 그 사람의 조건으로 인품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이유 있는 모든 일은 헛되니 온전하지 못한 내가 가치롭다고 여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사랑에서야 비로소 이유를 찾는다 나의 이유를 다른 한 사람에게서 찾는다 사랑은 실로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가늠할 수 없다 올 때에 이유 없이 오므로 갈 때에 이유 없이 가고 예고 없이 오므로 예고 없이 떠난다 이 다정치 못한 사랑을 우리가 계속하여 놓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온전하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 온전하지 못하기에 사랑하며 사랑하기에 온전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하자 온전치 못한 내가 온전치 못한 하나를 사랑하면 그 사랑이 나를 온전케 하는 것이다 그러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수족이 부서지거나 싀어디거나 하여도 나는 온전한 사람일 게다 사랑하므로 온전한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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