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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마켓 센싱

데이터의 홍수를 넘어, 섬세한 통찰의 길로

by 야갤이 윤태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AI 시대인데... 예전에 나를 괴롭히던 가장 어려웠던 마케팅 업무는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이었고 그렇다면 이제는 AI가 그런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아닐까?라는 당연한 생각이 들어서 한번 정리해 보고 싶었다.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거에 어려웠던 업무 중 제일 힘들었던 것은 통합적인 시각을 가지고 소비자를 살펴봐야만 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각각 제공되는 자료가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고 소비자를 표현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표준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내 머릿속에서 이해하고 그것을 넓은 시각으로 전환시켜서 그로부터 올바른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도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소위 마켓센싱이라는 표현으로 이야기하곤 했다.


나름대로는 그 역할을 못하지는 않았기에, 지금까지 브랜딩 마케팅전문가로 일을 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러다 문득, 요즘 같은 AI시대라면 과거 우리를 애먹였던 마켓센싱에 대한 실행이 엄청나게 달라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AI는 우리가 며칠밤을 세워 머리를 싸매고 이 자료 저 자료를 합치고 나누고 곱하는 일을 적절한 지시와 가이드만 설정한다면 너무나도 쉽게 할 것 아닌가?



AI 시대의 마켓 센싱 — 데이터의 홍수를 넘어, 통찰의 정밀함으로


1. 감각의 시대가 끝났을 때

마케터의 감(感)은 한때 기업의 나침반이었다. 오랜 경험과 직관으로 시장의 방향을 읽고,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던 시절이 있었다. 보고서와 설문지를 뒤지며 밤을 지새우던 기획자들의 손끝에서 한 줄의 통찰이 브랜드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 감각은 더 이상 통하지 않기 시작했다. SNS 피드가 1초마다 쏟아지고, 고객 리뷰는 수만 건씩 누적되며, 데이터의 흐름이 너무 빠르고 거대해졌다. 인간의 눈과 손으로는 더 이상 '전체'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 마케팅의 나침반은 더 이상 '감각'이 아니라 '연산'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AI가 모든 것을 계산하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계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인간의 통찰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것이 바로 AI 시대의 마켓 센싱(Market Sensing)이다.


2. 데이터가 넘치면 통찰은 사라진다

우리는 매일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본다. 그 매일 봐야 하는 데이터의 양도 매일 늘어왔다. 그러나 데이터를 '보는 것'과 '읽는 것'은 다르다.

많은 기업이 데이터 분석 툴을 도입하지만, 실제 회의실에서는 여전히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게 뭔가요?"라는 질문이 맴돈다. 숫자는 많지만 방향이 없다. 각각의 숫자가 의미하는 바가 1가지 일 때는 이해하기 쉽지만 그런 숫자들이 중첩되고 세분화되면 될수록 수치는 쌓이지만 정리가 되는 방향성 있는 스토리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AI 이전의 마케팅이 고객의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데이터를 모으는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 속 의미를 해석하는 경쟁'이다. 문제는 인간이 이 복잡한 연결고리를 일일이 찾아내기엔 너무 느리고, 너무 피로하다는 점이다.

AI는 이 한계를 넘는다?(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AI는 단순한 자동화의 도구가 아니라, '보이지 않던 상관관계'를 찾아내는 패턴 탐색자(Pattern Finder)다. 과거에 인간의 머리로 종합하던 일을 AI는 초 단위로 해내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3. AI가 바꾼 마켓 센싱의 기준 — 섬세함과 정확성

3.1 통찰의 섬세함 (Granularity)

전통적인 마켓센싱은 늘 '평균'을 이야기했다.
"20대 여성은 A 제품을 선호한다", "서울 소비자는 B를 많이 산다." 그러나 이 거친 세그먼트 속엔 수많은 뉘앙스가 묻혔다.

AI는 다르다. LLM(Large Language Model)은 소비자의 VOC가 수천 건 있을 때 문장의 맥락과 감정을 패턴화 하여 함께 해석한다. 예를 들어 이런 리뷰들이 패턴화 되어 조각조각 들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디자인은 완벽한데, 이 가격이면 품질이 좀 더 좋아야지 않을까?."


과거 사람이 하는 분석이라면 이것을 단순히 '부정 리뷰'로 분류했을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수천 건의 VOC를 읽고 하나의 패턴화 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는가? 물론 훈련을 받은 VOC부서에서 얼마나 고객들의 불만을 잘 정리했는지 그리고 고객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들을 얼마나 잘 모니터링하는지에 따라서도 과거에도 이런 내용을 어느 정도 읽을 수는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AI는 상대적으로 수천수만의 엄청나게 많은 자료(모니터링, VOC, Blog 등)들의 문장 속 미묘한 감정을 읽어낸다. '디자인에 대한 강한 긍정'과 '가격 대비 품질 불만'이 공존한다는 점을 포착하기 쉽게 만들어 준다. 이 한 문장은 곧 '가격 인하'가 아니라 '프리미엄 소재와 고급 마케팅의 강화'라는 전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AI는 개개인의 개인적인 능력을 넘어서는 통합 관찰의 능력으로 평번한 마케터에게도 이런 섬세함을 알 수 있도록 선물한다.


3.2 통찰의 정확성 (Accuracy)

AI의 두 번째 가치는 확률적 사고다.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 "이 변화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확률로 계산해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SaaS(Software as a Service) 기업의 LLM 분석 시스템은 고객의 클릭 패턴, 페이지 체류시간, 문의내용에 대한 이력 등을 조합해 "7일 이내 이탈 확률 80% 이상인 고객 리스트"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마케터는 모든 고객이 아닌, '떠날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 집중해 맞춤형 캠페인을 집행한다. 효율은 극적으로 올라간다. 이것은 단순한 각 고객의 데이터 요약이 아니라, 고객의 행동을 통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행동으로 연결되는 통찰'이다. AI의 마켓센싱은 소비자의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을 예측하여 마케터의 '결정'을 돕는다.


4. AI 시대의 마케터: 자료 수집가에서 전략가로

AI 이전의 마케터는 수많은 엑셀 파일을 정리하며 '데이터 노동자'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이제 그 역할은 완전히 바뀌었다. AI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한다면, 인간은 그 결과를 해석하고 브랜드의 철학과 결합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즉, 마케터는 "AI가 만들어낸 숫자의 단순한 활용자가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숫자를 통합하여 의미를 찾는 통찰가"가 되어야 한다. AI가 보여준 수치와 패턴을 기업의 목적·가치·철학과 연결해 '행동 가능한 이야기'로 바꾸는 사람. 그것이 앞으로의 마케터다.

AI에게 단순히 어떻게 할까를 물어보지 말고, 이렇게 할 때 가능한 예상 시나리오의 결과들을 창조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적극적인 활용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5. 실무형 AI 마켓센싱 툴킷

5.1 LLM 챗봇 — 분석의 엔진

역할: 수많은 리뷰·SNS·고객 피드백처럼 ‘비정형 텍스트’를 자동으로 정리·요약하고, 브랜드 신뢰도, 불만 요인, 감성(긍정·부정) 등을 분석하는 중심 엔진입.

활용: "소비자의 1년간 A제품 VOC를 활용해서 고객의 불만 중 브랜드 신뢰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 3가지 를 요약해 줘."

결과: '친환경 이미지 부족', 'A/S 지연', '가격 대비 성능 불만' 등 구체적 근거 확보


5.2 노코드 자동화 툴 — 데이터의 고속도로

예시 툴: Zapier, Make

역할 : 노코드 자동화 툴로 연결하면, 데이터가 들어오자마자 자동으로 분석되고, 알림을 전달합니다.

활용: 트리거: "네이버 쇼핑에 새 리뷰 등록 시" 액션: "스프레드시트 자동 저장 → LLM API 감성 분석 → Slack 알림"

효과: 마케터의 수작업 제거, 데이터의 빠른 전달로 최신성 유지


5.3 시각화 툴 — 통찰의 지도

예시 툴: Google Looker Studio, Tableau Public

활용: "월별 ROAS추이 vs Performance광고비 지출 Channel 변화" 시각화

의의: 숫자 대신 '맥락'을 보여준다. 비용을 늘렸는데 ROAS가 떨어지는 채널이 보인다면, 그곳이 바로 전략 수정의 지점.


6. AI 마켓센싱의 3단계 실행 로드맵

1단계. 자동 수집 — '데이터 식단' 만들기

데이터는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신선한 데이터'가 중요하다. Zapier를 활용해 주요 리뷰·뉴스·검색 트렌드를 자동으로 클라우드 시트에 수집하도록 시킨다. 이를 통해서 AI에게 가장 정확한 분석을 시킬 수 있다.


2단계. 분석 — 'AI에게 묻는 법'을 배워라

AI에게 단순히 "요약해 줘"라고 하지 말고, "이 리뷰들에서 고객이 느끼는 숨은 불안 요인을 찾아줘"라고 요청하라. AI는 단어를 해석하는 게 아니라, 맥락을 추론한다. 이 차이가 통찰의 깊이를 결정한다.


3단계. 실행 — 'AI 통찰을 인간의 가치로 번역하기'

AI가 "디자인 A가 매출을 20% 올릴 확률이 높다"라고 말해도, 마케터는 질문해야 한다. "이 디자인이 우리 브랜드의 철학과 맞는가?" AI는 데이터를 보지만, 인간은 방향을 본다. 가치는 데이터로 측정되지 않는다.


7. AI 마켓센싱은 기술이 아니라 '사고의 프레임'이다

AI 마케팅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다. 사고방식의 확장성과 유연성이다.

AI에게는 인간에게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프레임이 없는 것이 정상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경기에서 지금까지의 인간의 프레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수를 두는 것이 그러한 상황을 보여준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71101

AI는 세상을 숫자로 본다. 그러나 마케터는 그 숫자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맥락을 읽어야 한다. AI가 '확률'을 말할 때, 마케터는 인간적인 측면에서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AI는 데이터를 종합하지만, 지혜(Wisdom)는 인간의 몫이다. AI가 "이 제품이 잘 팔릴 확률은 90%"라고 말할 때, 마케터는 "그럼 우리는 이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높이고 개선할 것인가?"를 확인하고 확인해야 한다.


8. 마무리 — 마케터, 항해사가 되다


AI는 이제 우리의 거대한 지식의 망망대해의 나룻배가 되었다. 하지만 그 나룻배에 있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건 여전히 인간이다.

AI가 바다의 모든 파도를 모으고 통합하고 단순화해서 설명을 하더라도, '이 배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는 사람만이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AI 시대의 마케터는 읽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의 의미를 일고 그 강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AI는 가능한 한 사실(Fact)을 말한다(물론 그렇지 않고 거짓말을 할 때도 있으니 그 부분도 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브랜드를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고객이 느끼는 가치(Value)다. 이 두 축을 연결할 수 있는 마케터만이 AI 시대에 '데이터에 속박된 자'가 아닌 '이해의 창조자'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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