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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링기 Apr 14. 2023

사랑이 뭐길래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모든 것]에 대한 단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모든 것]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으니 원하지 않으면 글 감상을 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 글로리로 인해 넷플릭스에 대한 관심이 다시 돋았다. 한동안 넷플릭스로 [나는 솔로]만 챙겨봤는데 플랫폼을 다시 살펴볼 의지가 생겼다. 그러다가 우연히 [너의 모든 것 - 시즌4] 업로드 소식을 보게 되었다. 몇 년 전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라 시즌 4도 순식간에 해치웠다. 더 글로리 덕분에 놓치고 있던 콘텐츠도 되찾은 셈이다. 


  이전 시즌에 비해서는 좀 아쉽지만, 그래도 볼게 필요했던 터라 눈에 거슬리는 부분을 못 본 척하고 이틀 만에 다 보고 말았다. 재미있게 봤지만, 확실히 아쉬웠다. 미국 드라마는 무엇이 문제인 걸까. 억지로 시즌제를 만드려다 보니 무리하게 되는 걸까? 시즌과 시즌 사이에 몇 년의 갭이 있다 보니 작가가 감을 잃었나? 대충 시즌2에서 마무리하려는데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억지로 시즌을 연장하다 보니 모든 스토리가 어그러지는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내적 질문을 이어가다 보니 이전 시즌이 보고 싶어졌다. 충격적으로 대단했던 시즌 1과 2가 그리워졌고, 확인하기 위해 뒤늦은 정주행을 시작했다. 

은은하게 돌아있는 그의 눈. 

  시즌 4에 비해 젊어 보이는 남자 주인공의 얼굴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끼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탄탄한 스토리를 보며 그래 이 맛으로 이 드라마를 봤지라고 잊어버렸던 감상을 떠올리기도 했다. 시즌 2에 나왔던 그 여자애가 [웬즈데이]의 걔였어?라는 깨달음이 있기도 했고. 아무튼 시즌 2까지 마무리 지으니 이런 생각만 든다. 도대체 주인공 조에게 사랑이 뭐길래 이러는 걸까? 사이코패스의 마음을 알기란 어렵지만 자꾸만 추리하게 된다. 


  남자 주인공 조는 자신이 행한 모든 것이 사랑을 위한 행위였다고 합리화한다. 사랑을 위해 남의 뒤를 밟고 불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다. 결국 사람을 몇 명이나 죽였나 모른다. 이 드라마의 가장 대단하면서도 무서운 점은, 그런 조를 자꾸만 응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잡힐 뻔한 순간들을 넘기면 참았던 숨을 내쉬며 안심한다. 그러다 다시 깨닫는다. 나, 드라마한테 가스라이팅 당하는 걸까? 왜 자꾸 윤리의식이 희미해지지? 


  아무튼 각자가 정의하는 사랑이 무엇이고 같은 상황 속에서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조는 불가능한 완벽한 사랑을 꿈꾸고, 그 환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의 의지가 역겨우면서도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건 범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나는 사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조처럼 살인이라도 감내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지금과 같은 온도와 크기로 애정을 유지할 수는 있을까? 상승은커녕 하강을 걱정해야 하는 점이 흥미롭지만, 지독한 현실주의자로서 그 점을 더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고 그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갑자기 생각이 싶어 진다. 


  확실한 것은 [너의 모든 것]은 시즌5가 나올 것이고 시즌4보다는 재미가 덜할 것이고 나는 재미가 없을 거라 여겨도 결국 보고 말 것이란 것이다. 그동안 본 게 아까워서라도. 미디어란 이처럼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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