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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자의 휴식 Jun 11. 2020

기자생활6_#가장 힘드신 것이 뭐냐 물으신다면...

기자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1. 우선 섭외라고 답하겠다.

가장 어렵다. 흔히들 방송국 다니면 제보가 쏟아지는거 아니냐고 물어봐주시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물론 회사바이회사지만 우리 회사는 제보가 없는 편) 가뭄이 나서 땅이 말라가고 있는데 데스크는 홍수와 같은 사례자를 요구한다. 예를 들면 IMF때 회사 잘려서 치킨집을 차렸는데 그 치킨집이 코로나 때문에 망해서 힘든 사람. 과장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 고난이도 사례자를 구하는 일이 너무 힘들다. 또 신문 기사와 달리 목소리나 얼굴 나가는걸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아 한층 더 어렵다.


2. 그럼 어떻게 찾냐

인터넷 카페, sns, 커뮤니티 등을 눈이 빠지도록 쳐다보면서 하나라도 건져내야한다. 하지만 해보신 분은 알 거다. 네이버 카페, 네이버 블로그. 겨우 가입해서 댓글 달고 쪽지 보내봤자 답은? 오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사레자를 구하라고 주는 시간은 길어봐야 2-3일. 그나마도 아침에 지시하고 저녁에 기사써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충 저녁에 말고 맥주마시고 있는 밤 10시 쯤 '띠링'하고 쪽지 답장이 온다. "죄송한데 방송 출연은 좀 그렇습니다..."  이마저도 보내주는 사람은 양반이다. 오픈카톡도 새로운 방법이지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서로 신상을 모르는 상황에서 기자라고 밝혀봤자 좋은 대답이 돌아오지도 않는다. 하염없이 오픈카톡방만 붙잡고도 없을 노릇. 


온라인상이 소위 '노답'이면 현장으로 나가야한다. 일명 '현장 박치기'를 해야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온라인에서는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현장에서는 쌩으로 쓴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 좋은 사례자면 어디 이렇게 어렵게 구하겠나. 대부분 어려운 사람들, 극한의 경우를 구해오라는 거다. 몇 년 전, 파업 직전에 이른 자영업자 사례자를 구해 대출을 총 얼마나 받았는지 알아오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있었다. 종각 젊음의 거리를 헤매다가 소금도 맞고 물도 시원하게 맞았다. 


3. 아니 그럼 뭐 어쩌냐고

인맥을 털자. 친구, 가족, 몇 년 전 만나다 헤어진 전 애인까지. 아는 기자 중에는 리콜 대상이 된 문제의 외제차를 구매했던 2년전 헤어진 전남친에게까지 연락하기도 했다고. 어쩔 수 없다. 연락이 닿고 상황이 맞을 것 같으면 연락해보는 거다. 나도 물론 밑져야 본전 아니겠나 하고 무작위로 연락하던 절박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급적 인맥을 털어서까지 구하는 섭외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소중한 사람을 더 잃고 싶지도 않고 더 이상 내세울 염치가 없기 때문. 


4. 문제는 뭐냐고?

어떻게든 구한다는 거다. 사람들은 참 열심히 살고 기자들은 참 더 독하고 더 열심히다. 욕은 바가지로 하면서 결국 사돈의 팔촌의 인맥을 팔아 구하거나 뭐 땅을 파오든 어떻게 하든 사례자를 데려온다. 그게 쌓이고 쌓이면 데스크는 이렇게 말한다. "거봐, 되잖아!" 이런 소리가 이제 더이상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다. 사실 이 글도 매우 어려운 사례자 미션을 구하지 못한 채로 카페에 앉아 끄적이는 중.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면서 안도한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사람이 이렇게 점점 미쳐가나보다. 


5. 그래서 생각해본건데

흥신소를 차리는거다. 한국 언론사를 대상으로 차리는 흥신소! 상황에 맞는 사례자들을 척척 구해주고 방송이면 모자이크와 음성 변조 여부까지 체크받아서 착착 대령하는 것. 눈앞에 사례자가 떡 나타나준다면 얼마나 기쁠까. 이 흥신소는 반드시 대박난다. 기자님들, 1인당 15만원만 매달 받겠습니다. 사례자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언젠가 내가 차려서 성공할거라고 오늘도 헛된 다짐을 한다... 그래서 내 사례자는 지금 어디에 있나? 


영화 '써니'에 나오는 흥신소. 이거 기자 버전으로 만들면 흥한다니까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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