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업, 마이크보다 심장이 더 떨렸다

by 후이빈

ㅇ마치 다 소화되지 않은 채 저녁을 마주한 사람처럼 나는 이론공부를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론공부는 해부학이 가장 큰 파트를 차치했고 나중에 있을 필기시험을 위한 각 파트별 과정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해부학이라니. 고등학교 때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생물일 정도로 싫어했는데 해부학이라니. 정말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라고 남편에게 넋두리를 했다. 이건 영어단어도 아닌 게 라틴어인가? 로마에게 다 가져온 듯한 이 단어들은 도대체 누굴 물 먹이려고 이따위로 지어놓은 건지. 안 그래도 아이와 함께 뇌도 낳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내가 이론 수업을 대하는 방식은 그저 한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생각하지 말고 외우자. 눈에 보이는 곳에 다 붙여놓고 그전보다 최소한 세배 이상 더 보아야 머릿속에 기억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다행인 것은 이론시험이 문제은행식이라 많이 볼 수록 익숙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셀프 운동로그 또한 꾸준히 기록해야 했는데 수업이 없는 시간에 스튜디오에 가서 스스로 연습에 연습을 하면서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하필 스튜디오가 주말에 인기 많은 식당이 있는 쇼핑몰에 위치해 있는 바람에 저녁이면 불이 번쩍이는 떠들썩한 몰에 혼자 어둠 컴컴한 스튜디오에서 운동을 하자면 한 번씩 현타가 오긴 했다. 물론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남편이 생각나 생각을 흩어버리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Observation 파트는 수업현장에 들어가 어떤 식의 티칭을 하는지 적고 제출해야 것이었는데 저런 큐잉을 내가 써먹어야지 하면서 적기도 하고 녹음해서 듣기도 하면서 한없이 부러워하기도 했다. 내가 수업에 들어오면 이제 강사들은 그러려니 곁눈질로 눈인사를 하고 때로는 수업을 듣는 회원들과 어색하게 눈빛도 마주쳐가며 로그를 작성했다. 여전히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영어티칭을 연습하기 위해 나는 남편을 써먹었는데 희한한 것은 한국인끼리 영어를 쓰려니 이건 더 어색하고 뻘쭘하고 발가벗겨진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이 시기에 주변인맥을 이용해 티칭연습을 하는 동안도 나는 어색함을 벗어내지 못했다. 간간히 나의 유일한 동기와 고충을 나누고 싶었으나 그녀는 스튜디오에서 거리가 먼 곳에 살았고 집에서 좀 더 가까운 다른 스튜디오에서 다른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바람에 나는 더욱더 혼자가 되었다. 오히려 나보다 먼저 과정을 시작한 다른 선배들(?)을 알게 되고 그들과 연대감을 느끼게 되면서 그 지난한 과정들을 버티었던 것 같다.


몇 달간의 이러한 과정을 지나며 드디어 assistant teaching 시기가 시작되었는데 그 첫 수업을 아직도 나는 잊지 못한다. 회원이 많은 수업이라 마이크를 끼고 진행하였는데 연습생은 동작중 일부 약 5-10분간의 수업을 티칭 하게 되어있다. 마스터선생님의 수업이라 이미 단골들이 많았는데 나를 소개하며 격려를 부탁하자 모두가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마이크를 전달받아 끼면서 손이 덜덜덜 떨리고 얼굴은 빨개졌으며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처음 할 때는 종이에 적어와서 봐도 된다며 나를 안심시키는 마스터를 뒤로 하고 종이에 적힌 걸 읽기 시작했다. 남편을 눕혀놓고 수없이 연습했던 동작인데 종이에 적힌 글씨를 읽는 것마저 힘들 정도로 내 심장은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고 다만 끝나고 나서 나를 격려하려고 최대한 애쓰던 마스터의 표정만이 기억이 난다. 리뷰를 위해 녹음본을 집에 와서 들어본 나는 이불킥을 백만 개 하고 싶어졌다. 내용은커녕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도 않았을뿐더러 긴장한 나머지 너무 빨리 읽는(?) 바람에 회원들이 무슨 동작을 해야 할지 모른 채 우왕좌왕했던 것이다. 회원들과의 눈 맞춤이라던가

교정을 위한 터치 같은 좋은 티칭이라면 기본인 그런 건 꿈도 못 꾸는 어린아이보다도 못한 첫 데뷔(?)를 마치고 나니 익숙한 감정이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내려갈 것도 없는 것 같은 바닥을 기는 그 느낌. 이미 익숙해서 잘하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은 못난이의 느낌. 그런데 하도 익숙해서 조금만 나아져도 두 배로 기쁜 희한한 감정회로가 형성되는 것이었다. 원래 시작이 바닥인 사람에게 사다리의 한 칸만 위로 올라가면 그 기쁨은 위에서 시작한 사람의 배가 된다. 두 칸을 올라가면 네 배. 무섭고 두렵고 설레고 이상하고 희한하게 좋아졌다가 하는 감정의 희로애락을 거진 일 년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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