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omy 이게 뭐야?

by 후이빈

강사코스의 첫 시작은 워크숍이었다. 다양한 직업과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고려해 워크숍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이루어졌다. 아침부터 점심을 지나 저녁까지 하루 종일 필라테스의 다양한 동작과 원리, 기구에 대해서 샅샅이 배우게 되었는데 나는 시작하는 날까지도 누가 나와 함께 이 여정을 시작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설마 나 혼자는 아니겠지. 전날까지도 머릿속에 열 가지도 넘는 생각이 나의 잠을 뒤흔들었다. 마치 잡동사니가 가득 넣어 닫히지 않는 서랍처럼 내 머릿속은 계속 삐걱대며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었다. 가장 큰 부담은 역시 영어였다. 용어를 알아듣는 데만도 몇 달이 걸렸는데 하루 종일 이어지는 영어강의를 내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듣겠다고 돈을 낸 걸까. 그러다가 또 한편으로는 반발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무슨 소리. 이때까지 힘들게 적응했는데 더 내디뎌 보는 거지 별거 있어? 둘이나 힘들게 낳았는데 그것보다 더 힘들겠어? 이거 안 하면 집에 가서 애들 보고 있을래? 더 이상 돌아보고 싶지 않은 과거처럼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냈다. 역시 엄마가 되면 멘털이 강해진다더니 내가 딱 그랬다.


잠을 못 자 푸석해진 얼굴과 빙글 대는 뇌를 가지고 스튜디오로 들어서자 어색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세 명의 눈길이 느껴졌다. 아 동기들이군. 설레어 보이는 얼굴도 있었지만 그 너머에 비치는 긴장감은 나에게도 금방 느껴졌다. 그래도 수업을 듣고 있는 익숙한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들은 적 있는 익숙한 강사가 마스터선생님으로 시작한다는 사실은 나에게 일말의 위로가 되었다. 미리 배부받은 교재를 펼치려고 하자 마스터는 간단한 소개를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그 바람에 작은 홀씨 같았던 위로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리고 쿵쾅대는 심장소리만 남았다. 알고 보니 나와 함께 이 고역을 같이 할 다른 세 명은 나이도 배경도 다 달랐다. 한 명은 처음부터 점프슈트와 의상을 완벽하게 차려입은 측만증이 있는 젊은 20대였고 다른 한 명은 배구부터 트랙까지 학생 때 한 운동했다는 30대 차분한 키 큰 싱글,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보다 나이가 열 살은 많아 보이는 우아한 여배우를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백인 50대였다. 과감한 커리어 체인지가 필요했다는 패기 어린 싱글 둘과 필라테스가 좋아서 강사과정을 테스트해 보려고 왔다는 금발의 여배우 그리고 나.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네 명이 동기가 되었다.


워크숍은 거의 두 달간 매주말마다 이루어졌다. 동작에 대해 파헤치고 그 동작을 직접 가르쳐보는데만 주말 꼬박 두 달이 넘게 걸렸다. 동작의 종류와 도구가 어찌나 많은지 그다음주가 되면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였다. 이때까지 필라테스 좀 배웠다고 의기양양했던 나의 모습은 파도 앞 비실대는 모래성처럼 스러져 내렸다. 배우는 학생으로서의 운동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동작을 대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 다양한 동작을 꿰뚫는 원리부터 천차만별의 몸을 다루는 변형, 기구가 달라지면 변하는 같은 동작의 차이점까지, 워크숍은 말 그대로 세세하게 a부터 z까지 훑는 작업으로 배우는 사람은 몰라도 가르치는 사람은 모르면 안 되는 모든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지기는커녕 충분히 곱씹지 못한 지난주의 내용과 그만큼의 깊이로 나를 기다리는 이번 주의 내용사이에서 나는 짜부라지기 시작했다. 몰아치는 진도 속에서 허우적대는 내 모습은 가히 불쌍함을 넘어 처연하기까지 했다. 내용을 차치하고 8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영어와 그 압박감이 먼저 나를 지치게 했다. 주말이 지나면 주중에는 지친 몸을 일으켜 쏜살같이 지나간 내용들을 다시 들춰보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내 영어목소리를 입밖에 내는 연습을 해야 했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처음에 내 입밖에 나오는 영어를 녹음해서 듣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땅굴을 파고 지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냥 말하고 지나가면 상관이 없지만 나는 반복되는 티칭연습에 익숙해지기 위해 녹음해서 듣는 연습을 해야 했는데 정말이지 강사과정을 포기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영어는 형편없이 들렸다. 작은 목소리부터 이상한 발음, 듣는 나에게 전해지는 그 순간의 떨림까지. 물론 내 이런 상황과 관계없이 워크숍은 계속 진행되었고 끝날 무렵 네 명중 두 명은 조용히 사라졌다. 아마도 이거 말고도 할 게 많은 사람들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워크숍은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자 가장 단기몰입도를 요구하는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워크숍이 끝나자 짧은 휴식기가 주어졌다. 사실 그 이후의 모든 과정은 철저히 개인적인 역량과 의지에 달려있었으니 이후부터는 개인레이스라고 봐도 무방했다. 아무튼 이제 반도 안 왔는데 벌써 나와 운동선수출신 싱글녀 둘만 남고 나닌 좀 외로워졌다.



이전 06화이 나이에 강사라니 미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