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7.12~13.
여행기간 : 2025.07.12~13.
작성일 : 2025.07.15
동행 : 부울경바다수영협회 회원 90여 명
여행컨셉 : 바다수영
물을 워낙에 좋아라 하는데 물에 뜨지도 못해서 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던 수영.
대학생일 때, 처음으로 새벽에 일어나서 수영이라는 걸 배우러 다녔다.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교투(당시는 김영삼정부 시절) 중 크게 다쳐서 병원에 제법 오래 입원했고, 그렇게 수영과는 인연이 끊어질 뻔 했다.
결혼 전, 사무실을 사직동 쪽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국제 규격의 사직수영장 바로 길 건너였다. 잘 됐다 싶어서 등록을 하고, 출근 전 영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를 얻었다. 초급>중급>고급>연수반으로 이어지는 진급의 재미와 함께 나도 모르게 생활체육인의 반열에^^.
그러다 처음으로 쉬지 않고 300m를 완영(사직은 50m 풀이라서 3바퀴) 하면서 이제 좀 수영이 몸에 익었구나 느낄 수 있었다. 배우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을 때지 싶다.
의외로 요령은 쉬운데, 수영 초심자들은 숨을 쉬기 위해서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몸을 비틀 때 혹시 물을 먹을까봐 공기중으로 머리를 과하게 들면서 몸 전체에 힘이 들어가고 그로인해 엉덩이가 가라앉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가기 위한 스트로크가 물을 아래로 누르기 위해 사용되고, 심지어 더 자주 더 빨리 팔을 젖게 된다. 안 저으면 가라앉으니까.
숨을 쉴 때마다 더 과도하게 목을 돌리거나 들거나 하지 않으면 몸이 가라앉으니까, 1자가 되어야 할 몸의 중심축도 무너진다. 이런 것들은 결국 몸을 물 속으로 더 빨려 들어가게 하고, 힘은 더 들고 팔은 더 자주 급하게 저어야 하는 악순환으로... 때문에 속도에서도 손해를 보고, 피로도가 올라가서 조금만 가도 죽을 것처럼 숨이 차 올라서 멀리 가지 못한다.
힘을 빼라는 말의 의미를 몸으로 체득하게 되면, 갑자기 수영 실력이 점핑하는 걸 느낄 수 있다.
이 경지가 되면 스트로크 간격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힘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슬라이딩이라는 동작을 최대한 누리고 나서 다시 물을 잡아서 몸 뒤로 보내면서 두 팔의 포지션을 교체하면 300m가 아니라 몇 키로도 숨 차지않게 천천히 갈 수 있다.
요약하면 수영은 끊임없이 팔을 젖는 게 아니라 다리는 리드미컬하게 쉬지 않고 저으면서도, 상체에서 한 팔이 머리 위로 슬라이딩 하는 동안 반대 팔은 몸에 붙어 있는 정지 상태를 길게 유지하다가, 가끔 두 팔이 교체하는 짧은 시기가 있는, 이때 죽지 않기 위해서 숨을 쉬는, 자유로운 상태가 되는 게 자유형이라는 거. 스트로그 빈도가 곧 속도 조절이 되며, 속도는 신체기능과 폐활량에 맞게 서서히 올리거나 내리거나 하면 끝.
숨쉬기는 정수리에서 똥꼬까지 일자 막대로 꿰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몸 전체를 숨 쉬는 방향으로 회전하면 저절로 코가 물 밖으로 나온다는 점만 익숙해지면 된다.
사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심리적으로 익숙해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
(진짜 수영에 제대로 미쳐있을 때, <Fish-like swimming>이라는 교재를 다운받아서 읽은 적이 있는데, 호주의 국대 알렉산더 포포프를 길러낸 수영 코치가 작성한 것으로 엄청한 노하우가 가득 담긴 최고의 수영 교재되시겠다. 수영에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아래 PDF를 다운로드 해 일독 하길 권한다.
여튼, 이 재미를 알게 되면서, 결혼 후 이사를 가든, 출근지를 옮기든 가장 가까운 수영장을 먼저 알아보고 매일 수영에 빠지지 않고 다녔다. 참고로 당시 급격하게 부풀던 양산 신도시의 인구에 비해 정말 작은 수영장이 딸랑 하나 있었는데, 새롭게 신규 회원을 모집하는 날이면, 새벽 4시부터 줄을 서야 겨우 등록이 가능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들어간 수영장을 참 열심히 다니고 있는데, 어느날 같은 반 아주머니께서
바다 수영 안 갈래요?
그게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간다.
아마 당시 상태가,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에 좀 소극적인 마음 상태였던 것도 같고, 동호회 등 뭔가 폐쇄성과 함께 강제력이 발동되는 공간에 선뜻 들어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바다수영"에 대한 호기심 반, 거부감 반. 가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여차저차 핑계를 대면서 회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분, 집요했다. 도저히 빠져나갈 빈틈을 주지 않는...
첫 경험은 10월의 어느 토요일, 해운대 조선비치호텔 앞에서 동백섬 전망대까지의 코스였다. 그때는 그 찰나의 경험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전혀 몰랐다.
생각보다 물이 너무 따뜻해서 수영팬티만 입어도 충분했고, 지금 생각하면 잔잔한 편이없지만 일렁임이라곤 없는 풀에서만 수영해 보다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의 느낌에 좀 경직되기도 했고, 가도가도 제자리인 것 같은 느낌에 조바심이 생겨, 스토로크 속도를 저절로 올렸던 것 같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동백섬 전망대 앞에 도착하고는 물 위에 벌러덩 누웠다. 소금물이라 부력이 좋았다. 그렇게 힘을 빼고 누워만 있는데도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유난히 파랬던 그날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시야에 안 들어왔다. 귀는 물 밑에 있었는데, 정말 소라를 귀에 대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소리가 들렸다. 눈을 감아보니, 공기와 물이라는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유체만 가득한 세상에 내 몸이 비집고 들어가 있는, 정말 당연한 일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이런 걸 물아일체라 그러는 걸까?
내몸 크기 만큼 물을 밀어내고 그 공간을 차지하면서 물과 피부 사이에 다른 이물질의 공간이라고는 전혀 없는 상태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공기 중에 있을 때와 달리, 내가 우주 속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실재하는 존재라는 자기인식을 만들어 주었다. 생각보다 이 경험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아마 데카르트가 자기 존재 인식의 연상작용 순간에 느낀 감흥이 이러지 않았을까 싶은... (느닷없이 새삼스레 정말 당연한 것에 새로운 의미 부여를 하게 되는 순간이란... 이건 직접 느껴봐야만 왜 충격인지 알 수 있다)
그 경험이 20년 가까이 바다에 뛰어들게 만드는 요소 중에 가장 큰 부분이 되어 버렸고 어느 날 어느 곳에서 수영을 하든 꼭 드러누워서 눈을 감고 가만히 소리나 느낌에만 집중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그렇게 20년 간 수많은 유체 속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있는 경험을 했고, 어쩌다보니 부울경바다수영협회 사무국장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올해 들어, 개인 사정으로 잠시 직을 내려놓았지만, 행사가 있을 때마다 촬영을 위해서 함께 하는 건 변함이 없다.
올해 첫 시작 행사는 '북극곰축제 1km동행수영'
차가운 바다에 뛰어든다는, 짧은 고통을 즐기는 정도라는 게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격렬한 5감의 고통을 통해 새해 다짐 겸 자신감을 충전하는 시간으로 제법 오랫동안 각광받고 있다.
바다수영협회 차원에서 단독으로 추진하는 첫 행사는 해운대-광안리를 횡단하는 이른바 '해광아랏길축제'
원래라면 A부터 Z까지 준비과정 전반을 관장했어야 하지만, 다 차려놓은 행사에 촬영만 하니 마음이 묘했다.
4~500여 명이 참여하는 제법 큰 규모의 행사였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표적 피서지 두 곳을 무동력으로 이동한다는 점은 오픈워터 좀 즐긴다는 동호인들에게는 한 해의 시작을 함께한다는 의미를 겸해서 필수 참석 대상으로 인식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사무국장을 하면서 행사면에서 새롭게 개척한 영역이 두 군데인데, 그 중 하나가 해외원정 아랏길.
10여 년 전 가족여행으로 갔었던 필리핀의 코론에 매료되어서 그걸 첫 원정지로 잡고 올해까지 벌써 3년째 추진해 온 게 바로 "코론원정대". 남들이 보면 전지훈련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눈만 뜨면 수영해서 다 저녁에 물에서 나오는 아주 이상한 여행 겸 동행수영 여행이다. 하루 5~10km 정도를 매일 수영만 하다가 돌아온다. 코론으로 들어가는 경유선 비행기가 워낙 작아서, 한 번 갈 때마다 20명 정도 움직이는데 신청자가 많을 때는 한 해 두 번 하기도.
2023년 1기 30명
2024년 2-1기 18명, 2-2기 15명
2025년 3-1기 22명, 3-2기 26명
굳이 이런 극단적인 오픈워터형 해외여행이 아니라도 동남아 여행을 계획한다면 썬크림, 모기기피제 등 필수품과 함께 반드시 수영을, 그것도 오픈워터 수영을 배워서 가길 권한다. 여행의 깊이나 즐김의 수준이 달라진다. 같은 비행기값에 뽕을 뽑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바다를 온전히 즐기는 거.
그리고 또 하나가 "통영연대만지 아랏길 축제".
많은 수영동호회가 부산에 밀집되어 있고 부산에만 모래사장을 가진 해수욕장이 7군데(임랑, 일광, 송정, 해운대, 광안리, 송도, 다대포)나 있어서 아랏길(수영을 할 수 있는 루트를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로 이을 수 있는 곳이 많다. 하지만 타 지역에라고 없을 소냐, 심지어 좋은 아랏길을 찾아 외국에도 나가는 판에.
수영하는 동안 경관에 매료될 수 있는 곳, 물이 깨끗한 곳, 접근이 비교적 용이한 곳, 무엇보다 그 지역 동호회가 오너십을 가지고 가꾸어 나갈 수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는 곳을 물색했고 통영바다수영연합회가 추전하는 연대도-만지도 코스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의 아릿길 행사는 참가자 현장등록으로 정신없이 분주하다가,
개회식 10~20분 후다닥 하고
수 킬로미터 수영 후에는
그냥 뿔뿔히 흩어져 버릴 수 밖에 없어서 늘 뭔가 아쉬웠다.
해서 1박이라도 함께 하면서 친분을 나눌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고, 통영아랏길을 섬으로 잡으면서 1박2일 동안 두 번(연대도 한바퀴, 만지도 한바퀴) 횡단하게 되었다.
작년이 대성공이랄 수는 없었지만 지금까지 없었던 색다른 행사에 만족도가 썩 나쁘지 않았다. 술과 음식이 있는 밤의 묘약은, 동호를 가진 사람들 끼리 쉽게 결합시켰고 관계는 금새 깊어졌다.
2024년 첫 시도에 56명 참여했는데 올해는 90명에 육박했다.
더 없이 좋은 물과 사람들이 버무려졌던, 찬란했던 28시간은 참여한 모두의 인생에 소중한 순간으로 남았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