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라는 낱말을 듣는 순간 '하지 말라'는 말이 자동으로 따라온다. '일희일비 하지 말라'라고 늘 우리는 배웠다. 과연 일희일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일희일비는 '一 : 한 일 喜 : 기쁠 희 一 : 한 일 悲 : 슬플 비'로 이뤄진 한자성어로 ① 한편으로는 기뻐하고 또 한편으로는 슬퍼하다 ②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번갈아서 일어남을 뜻한다.
일희일비 하지 말라라고 하는 까닭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좋은일도 있고 슬픈 일도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니 부침에 따라 감정이 좌우될 필요 없다는 가르침이다. 결국 한결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라는 뜻이다.
그런데 좋은 일에 기뻐하고, 나쁜 일에 슬퍼하는 것이 오히려 더 솔직한 인간다운 모습 아닐까? 인생사 길흉화복을 겪으면서 어떻게 동요하지 않고 늘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 그것은 사람의 경지를 벗어난 초월자나 가능한 일 아닐까?
오히려 가장 인간다운 모습은 때로 기뻐하고, 때로 슬퍼하는 그 모습 그 자체가 아닐까? 그러하니 일희일비 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임을 확인하는 순간일 뿐이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존재적 특징은 사람 그 자체로 살지 않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일희일비 하지 않고, 늘 평상심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도 어쩌면 또 다른 사람의 모습일 수 있다.
결국 일희일비하든, 하지 않으려고 애쓰든 모두 사람 사는 여러 모습 아닐까? 그 당연한 것을 이렇게 애써 고민하는 나 역시 사람이기에 이러는 것이고, 이런 나를 쓸데없는 짓한다고 비난하는 이 역시, 누가 옳고 그른지 갑론을박을 벌이는 자 역시 모두 그저 각자 인생을 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모습으로 뒤엉켜 사는 그 자체에서 희노애락이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바다가 때로 평온하고, 파도가 치고, 폭풍이 몰아치듯 인생사 역시 바다와 같이 그렇게 늘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