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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하게

두려움 없이 맞설 수 있도록

by 미세스 박 Feb 16. 2025

변화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나에게 본사 근무는 살면서 가장 큰 도전일지도 모르겠다.


부서와 업무가 동시에 바뀔 때마다 공황과 우울을 경험했기에 이번에도 조금씩 맞닥뜨리며 적당히 받아들이기도 너그럽게 달래 보기도 한다.


“민서야, 우리 가재 키울 때 생각나? 탈피 과정에서 죽는 가재도 있고, 더 강해지고 커지는 가재도 있었어. “


“엄마도 민서, 민지에게도 어쩌면 지금이 그런 순간일 수도 있어. 그런데 엄마는 정말 멋지게 이 과정을 보내고 싶어.”


결혼 후 주말부부로 아이들은 엄마와 한 몸처럼 지내왔기에 아이들 역시 엄마와의 분리된 생활이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주말이 이토록 짧은 것인지 실감하는 요즘이다. 엄마여서인지 아이들 챙기고, 살림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벌써 일요일 버스 탈 시간이다.


오후 7시에 오는 버스는 기본 20, 30분 기다려서야 온다.


겨울이라 손도 시리고, 죽전 간이버스정류장에서 짐 옆에 짐처럼 앉아 있는 나 자신이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다.


집을 나오기 전 아이들이 몇 번을 안아주고 파이팅을 하고 나와도 다음 주 회사에서 업무들을 잘 처리할 수 있을지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스스로 얼마나 당황할지 걱정 투성이다.


끼니를 잘 챙겨 먹고, 자리에서 답답하고 숨이 안 쉬어질 때마다 먹을 초콜릿과 젤리도 잊지 않는다.


용케도 지금까지 본사 이전하고 10년이 넘는 동안 한 번도 근무를 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피해 갈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사춘기 아들과 아직 초3 엄마 손이 한참 필요한 딸이 있다는 건 나에게 아주 개인적이고도 사소한 사정이었다.


부디 담대하게 두렵지 않게 모든 상황들을 맞설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아침저녁으로 기도한다.


매일 야근하고 잠이 부족한 건 괜찮다고, 현재 나의 자리와 직급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그래서 회사에 조금이라도 일조하는 직원이 되게 해달라고 바라본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잘 성장하고 강해져서 부원들의 화살을 대신 막아줄 수도 그래서 부원들이 나에게 의지할 수도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세상에서 쪽팔리는 것이 제일 질색이다.


다음 주도 힘들겠지만, 심장 오그라드는 일도 있겠지만 아프지 않고 성장하는 존재는 없겠기에 겸허히 받이들이고 부디 잘 지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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