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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과 시작 사이의 새벽

어제를 끝내고 오늘을 시작하는 시간

by MPL

사이의 시간

어제와 오늘 사이에 새벽이 존재합니다.

분명 어제가 끝난 것 같지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제의 감정과 회한, 느낌, 기분이 길게 여운을 남기는 시간입니다.

오늘이 시작된 것 같지만, 아직 제대로 하루가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잠들어 있고, 시작의 분주함이 없습니다.

새벽은 그런 시간입니다.

끝도 아니고 시작도 아닌, 사이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이 시간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더 소중하고 알차게 보낼 수 있습니다.


어제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제, 전 직원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회사의 주요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힘들지만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결과를 내는 많은 직원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열정이 눈부셨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저는 발견했습니다.

그들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는 제 스스로의 모습을 말입니다.

불만 많고 불평만 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마음 한 구석 부끄러운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과 기분이 오늘 아침까지 계속 저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눈을 떴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어제의 그 감정이 다시 올라옵니다. 그리고 저를 불편하게 합니다.

어제의 시간이 제게는 끝나지 않은 겁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지났습니다. 자정이 지나 날짜가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제 감정의 시간은 어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어제를 살고 있었습니다.


어제를 끊어내야 합니다

오늘을 제대로 시작하려면, 어제의 시간을 끊어내야 합니다.

오늘은 오늘이고 어제는 어제입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쉽지 않습니다.

어제의 시간이 연장되고 있다면, 진정 오늘의 시간이 시작될 수 없습니다.

스포츠에서 연장전이 시작되었다면, 그 경기는 끝나지 않은 겁니다. 아직 진행 중인 겁니다.

어제의 감정이 연장전에 돌입했다면, 아직 어제가 진행 중이라고 봐도 됩니다.

어제의 감정에 사로잡혀 있으면, 오늘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어제의 후회에 머물러 있으면, 오늘의 가능성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벽을 활용하여 어제의 찌꺼기 같은 감정들을 정화하는 편입니다.

어제 때문에 괴롭기는 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어제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만 사는 것

영화 《아저씨》에서 주인공은 이런 명대사를 남깁니다.

"나는 오늘만 산다."

저는 오늘만 살지는 않습니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합니다.

하지만 오늘을 살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제의 시간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과거를 끌고 다니며 현재를 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제를 끝내야 합니다.

새벽이 그 일을 도와줍니다.


새벽의 정화 의식

이럴 때, 저는 어제를 빠르게 정리합니다.

먼저, 어제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적어봅니다.

왜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뭐가 불편했는지 나열합니다.

부끄러웠다. 초라했다. 무력했다. 미안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글로 쏟아냅니다.

그다음, 어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오늘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시 정리합니다.

더 집중하자. 더 노력하자. 더 성실하자.

구체적인 행동을 적습니다. 내가 해야 하는 일, 미루고 있던 일, 도망쳤던 일, 피했던 일을 적고 다시 어떻게 할지 적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계획합니다.

오늘 할 일, 오늘 만날 사람, 오늘 가져갈 태도.

이렇게만 해도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고 다시 이성의 공간으로 저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구조대이자 출발대

새벽은 제게 구조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더 이상 어제에 매몰되지 않고 오늘을 살 수 있도록 해줍니다.

만약 새벽이 없었다면 눈떠서 계속 괴로웠을 겁니다.

어제의 시간 때문에 오늘의 시간이 영향받고 힘들었을 겁니다.

어제의 감정을 끌고 다니며 오늘 하루를 망쳤을 겁니다.

하지만 새벽이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 사이, 이 전환의 시간이 있습니다.

새벽은 제게 어제의 괴로움으로부터 저를 구해주고, 다시 저를 오늘로 밀어 올려주는 구조대이자 출발대입니다.


끝내고 시작하는 시간

새벽은 끝내는 시간입니다.

어제를 끝냅니다. 어제의 감정을 끝냅니다. 어제의 나를 끝냅니다.

동시에 새벽은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오늘을 시작합니다. 오늘의 계획을 시작합니다. 오늘의 나를 시작합니다.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시간.

그래서 새벽은 특별합니다.


어제의 실수, 어제의 후회, 어제의 부끄러움을 오늘도 느끼고 있나요?

그렇다면 새벽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어제와 오늘 사이, 이 전환의 시간을 사용해 보세요.

어제를 정리하세요.

감정을 글로 쏟아내세요.

왜 그랬는지, 뭐가 불편했는지 적어보세요.

그리고 오늘을 계획하세요.

어떻게 하면 반복되지 않을지, 오늘은 어떻게 살지 정리하세요.

그러면 어제가 끝납니다.

그리고 오늘이 시작됩니다.


끝과 시작 사이에서

지금 이 순간, 저는 새벽에 앉아 있습니다.

어제의 부끄러움을 정리했습니다.

오늘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어제는 끝났습니다.

오늘이 시작됩니다.

새벽이 저를 구해주었습니다.

끝과 시작 사이의 새벽.

이 시간이 있어서 저는 어제에 갇히지 않고 오늘을 살 수 있습니다.

새벽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구조대이자 출발대입니다.


20251122.jpg 20251122 오늘의 날씨 _ 주말 낮에는 그래도 따뜻합니다. 나들이하기에 괜찮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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