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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루틴이 필요한 이유

왜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

by MPL

아침에 눈을 뜨면 저는 거의 기계처럼 움직입니다.

알람을 끄고, 이불을 개고, 창문을 열고, 세수를 하고, 물을 마시고, 명상을 합니다.

순서대로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냥 합니다.

이것이 제 아침 루틴입니다.


예전 글에서 어떤 루틴과 리추얼을 실행하는지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yproblemlab/12

그런데 왜 이렇게 의식적으로 같은 행동을 매일 반복하는 것일까요?


의사결정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상상해 보겠습니다.

아침에 힘들게 기껏 일어났는데 뭘 해야 할지 모릅니다.

"뭐 할까? 책 볼까, 운동할까, 명상할까?"

"커피부터 마실까?"

"오늘은 뭐 먹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갑니다.

잘못하면 핸드폰을 집어 듭니다. 뉴스를 보고, SNS를 확인하고, 유튜브를 봅니다. 그렇게 소중한 아침 시간을 그냥 날려버립니다.


의사결정 자원은 굉장히 유한합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의사결정 능력은 배터리처럼 사용하면 할수록 소모된다고 합니다. 아침에 "뭐 할까", "뭐 먹을까", "뭐 입을까" 고민하면서 자원을 소모하면, 오후쯤 되면 이미 바닥이 납니다. 정작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옳은 선택을 하기 어렵습니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가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사소한 결정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새벽 시간을 생각하고 고민하는데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굳이 의사결정 자원을 고갈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미리 계획된 행동을 순서대로 진행하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의사결정 자원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일을 먼저 끝내기 위해서

루틴 한 행동이지만 보통 스스로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거나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들을 아침 루틴에 계획하게 됩니다. 저의 경우 책 읽기, 글쓰기, 명상, 운동입니다.

이것들은 모두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인생을 바꾸는 일들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아침에 끝내고 나면 엄청난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아직 9시도 안 됐는데 벌써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운동도 했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일들을 본격적으로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끝낸 것입니다. 이는 스스로에게 엄청난 자기 효능감을 주게 됩니다.


이를 진전의 법칙(Progress Principle)이라고 부릅니다.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매일 아침 루틴을 통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실천하면, 내 인생이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스스로 '좀 대단한데'라는 느낌도 듭니다.


예측 가능성이 불안을 줄이기 때문에

루틴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내 하루의 삶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때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을지 보인다면 이는 더 이상 불안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이 가능합니다. 막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루틴을 반복함으로 인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시간을 통제하면서 내 하루의 삶을 내가 통제 가능하다고 느끼게 만들고, 스스로 컨트롤이 가능한 시간을 많이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불안 장애 환자들에게 규칙적인 루틴을 권장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예측 가능한 일과가 불안을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뇌가 변하기 때문에

루틴 하게 필요한 행동을 반복하면 뇌가 인지하여 변하게 됩니다.

이를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원리라고 하는데, 반복된 행동이 신경 회로를 형성하고 강화하게 되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처음에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많이 힘듭니다. 하지만 2-3개월 반복하면 점차 자동화되기 시작합니다. 행동이 자동화되기 시작하면 점점 쉬워집니다. 6개월 이상 지나면 완전히 자동화됩니다. 생각 없이 실행할 수 있습니다. 거의 의지력이 필요 없습니다.


자전거 타기를 배울 때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처음에는 페달, 핸들, 균형,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해야 합니다. 힘들고 넘어집니다. 하지만 연습하면 생각 없이 탈 수 있습니다. 자동으로 균형이 잡힙니다.

아침 루틴도 마찬가지입니다. 긍정적인 행동이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반복하면서 점점 쉬워지고 강화됩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오늘도 눈을 뜨고 새벽 시간을 기계처럼 움직였습니다.

알람을 끄고, 이불을 개고, 창문을 열고, 세수를 하고, 물을 마시고, 명상을 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썼으며 이제 운동하러 갑니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합니다.

아직 6시도 되지 않았지만 오늘도 중요한 일을 끝냈습니다. 오늘도 진전이 있었습니다. 오늘도 내 삶을 통제했습니다.

이것이 루틴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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