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Oct 23. 2021

동네 친구가 생겼다.

서울 노원구에서 20년을 넘게 살았다. 이사 오기 전 8살까지 살던 퇴계원이라는 동네에서는 옆 집사는 친구도, 옆 동 언니도 있었다. 말 그대로 동네 친구들이었다. 서울로 이사를 온 뒤에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어쩌다 한 번 친구 집에 놀러 가긴 했지만 성인이 되고부터는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친구의 집으로 놀러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사 가는 친구도 많이 생기고 고등학교부터는 뿔뿔이 흩어졌기에 대학교 입학 때 이미 내게 남은 동네 친구는 몇 되지 않았다. 계획된 약속 말고 갑자기 퇴근 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 때, 특별한 일 없이 그냥 만날 수 있는 그런 동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처에 사는 친구들도 분명 있었지만 넓지 않은 내 인간관계에 속한 이들은 보통 꽤나 멀리 살고 있었다. 동네에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학교 다닐 때는 매일 볼 수 있었던 친구들이 새삼 그리웠다. 

    

목포 생활은 마을, 동네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 적합했다. 우선 사람들을 여럿이 또 자주 만날 수 있는 괜찮아 마을이라는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목포에서 처음으로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친구의 집에 놀러 갔을 때에는 직접 만들어 준 음식도 먹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질문 게임을 하는 등 그 전의 도시 생활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가 바로 5,6월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7월 한 달을 더 머무르게 한 이유이기도 했다. 이 사람들을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 연고도 없는 목포라는 도시에서의 생활을 연장하게 했다. 7월도 더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목포에 살고 있다. 부모님도, 원래 알던 지인들도 목포에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언제까지 있을 건지 물어보고 궁금해한다. 내가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들 의아해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언제까지 있을 건지에 대한 답이 올해 일지 내년이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동네 친구들을 종종 만나고 충분히 휴식을 가지며 나의 시간을 채우고 싶을 뿐이다.     

이전 09화 가족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