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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Oct 23. 2021

세계 일주의 꿈

7월 한 달을 목포에 더 머무르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5,6월을 너무 바쁘게 보내서 혼자만의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아침엔 러닝을 하고, 오전과 오후에는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거의 매일 밤을 11시까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숙소로 돌아오면 1분 만에 잠들 수 있었다. 몸도 정신도 알찼지만 타인과의 만남에서 오는 에너지가 대부분이었기에 7월은 내가 이곳에 온 목적 중에 하나였던 나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며 에너지를 채우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일정이 너무 없으면 심심할까 봐 마침 7월 말에 있던 요트조종면허 시험을 등록했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요트를 타본 적도 관심도 없어서 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에 자격증을 딴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꽤 재밌고 어렵지 않게 딸 수 있는 데다가 교육비가 무료였다.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놓치기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이 시험에 도전할 여유도 있었기에 바로 실행 버튼을 눌렀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이루어져 있다. 필기는 700개의 기출문제를 여러 번 반복해서 풀다 보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다. 문제은행만 풀다 보니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한참 전 학창 시절에 배웠던 기후, 기단 부분을 제외하고는 용어도 내용도 다 낯설었기 때문이다. 여차저차 필기시험에 붙고 실기 교육일이 다가왔다. 때는 7월 말 한여름이라 모자와 장갑, 그리고 팔토시와 얼굴을 가리는 복면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하고 교육을 들었다. 코로나의 여파인지 원래는 30명도 들었던 수업인데 이번에는 수강 인원이 15명으로 평소보다 적었던 덕에 여러 번 연습할 수 있었다. "스키퍼"라는 직함의 선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바우맨, 스타보드 윈치 맨, 포트 윈치 맨의 팀원이 되어보기도 하면서 4개의 역할을 맡아 연습했다. 요트 위에서 직접 하는 실기 교육도 재미있었지만, 새로운 분야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새로웠다. 예를 들면, 평소에는 거의 만날 기회가 없는 어업에 종사하시는 아버님, 자신만의 요트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는 섬 탐험가, 나와는 성향이 달라서 평소에는 만나지 않았을 듯한 친구까지. 새로운 환경, 독특한 만남이라는 키워드로 내게 다가왔다.


요트조종면허 자격증은 운전면허 보다도 더 장롱면허로 남기가 쉬울 것 같지만 혹시 알까 내가 이 자격증으로 세계 일주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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