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총 세 번의 제주도 여행 경험이 있었는데 자유여행, 개인 여행으로 가본 제주는 한 번 뿐이었다. 나머지는 학창 시절 수련회 또는 대학생 때 봉사활동의 일환이었다.
목포에서 배를 타면 제주도를 갈 수 있다고 했다. 비행기가 아닌 배로 가는 제주도는 신선했다. 이어서 당일치기로 제주도를 다녀오자고 누군가 제안했다. 코스는 한라산. 거의 즉흥 여행이었다. 그 다음에는 같이 갈 동료들이 모집되었고, 각자가 탈 배를 예약했다. 단톡방이 만들어졌고, 대략적인 코스가 정해졌다. 공유 차량을 대여했고, 동선에 있는 맛집을 훑어봤다. 그리고 대망의 금요일 저녁, 우리는 밤 11시에 만나 여객선 터미널로 향했다.
호기롭게 보기로 한 일출이었지만 난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공유 차량 회사의 실수로 우리의 차가 해당 장소에 없어서 차를 다시 구하느라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오르기로 한 영실 코스에 도착해보니 여행객이 많아 주차장이 꽉 차서 들어갈 수 없었기에 근처의 어리목 코스로 변경을 하기도 했다. 우리의 계획을 방해했던 일이 많이도 있었다. 그런데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조급해지거나 아쉽다거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상황은 하나도 없었다. 희한하게 그저 좋았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모여 여객선 터미널로 걸어가는 그 밤거리가 좋았고, 아침이었지만 붐비는 맛집에 반시간이 넘도록 줄을 서서 고사리 육개장과 몸국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것도, 차를 타고 이동하며 따라 부르던 노래도, 생각보다 가파른 어리목 코스였지만 각자의 페이스대로 등산할 수 있어서, 준비해 온 간식을 먹고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마음에 드는 점프샷을 찍어서, 돌아가는 배 안에서 딱새우와 고등어 회를 먹으며 맥주 한 잔 할 수 있어서, 그저 좋았다.
만난 지 3주도 채 되지 않았던 우리는, 이틀 같았던 하루를 함께한 우리는 그렇게 또 한 뼘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