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괴테가 극찬한 '아름다운' 베른을 거쳐서 파리로

- 7박 8일 서유럽여행 (19/25)

20 OCT2008


7박 8일 유럽여행 중 여섯 번째 날이 밝았다.  


유럽여행 두 번째 나라 스위스를 떠나 세 번째 나라 프랑스로 가는 날이다.


여섯째 날은 인터라켄에서 베른까지 버스로, 베른에서 파리까지 고속열차 테제베로, 그리고 파리에서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 베르사유 궁전을 구경하고 밤에는 센강 유람선을 타는 일정이다.


꼬박 닷새를 혼자서 운전해 주었던 '레오나르도'와 작별하다.

오전 6시 30분. 어김없이 버스는 인터라켄에서 출발하여 스위스 베른까지 버스로 1시간만 도착했다. 우선 베른에서 우리는 '우오모, 이탈리아 수다남 레오나르도와 작별을 했다. 레오나르도는 로마에 도착해서 베른까지 우리의 발을 대신했던 고마운 친구이다. 한국말은 전혀 못 알아들었지만, 진득한 유럽인의 풍모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는 로마까지 혼자서 그 큰 버스를 몰고 12시간을 남향으로 내리 달려야 한다. 팁까지 받은 레오나르도의 표정은 밝았다.


베른의 도시는 깔끔하면서 규칙적이었다.

베른은 스위스 한가운데 아르 강(Aar 江)의 주변에 발달한 스위스에서 네 번째로 큰 인구 15만의 조그만 상업 도시. 1191년 베르히톨트 폰 체링겐 공작(Count Berchtold Von Zähringen)이 이곳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로 하고- 아마도 이때는 우리가 즐겨보았던 탤런트 이덕화 씨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TV 드라마 '무인시대'와 같은 시기로 고려시대에 무신정변이 일어난 명종 때이고, 3차 십자군 전쟁이 마무리되는 시기이다.- , 사냥을 해서 처음 잡힌 동물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고 한다. 사냥꾼이 처음 잡은 동물이 곰이었기 때문에 ‘곰(Baren)의 도시’ 베른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곰에 대한 시민의 사랑은 남다르다. 베른 시의 문장에 곰이 새겨져 있을 뿐 아니라 16세기부터 곰을 기르는 곰 공원이 있다. 독일의 도시 베를린도 도시의 문장에 곰이 그려져 있다. 도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마르크트 거리(Marktgasse: Market Street와 유사한 독일 단어. 아마도 우리네의 저잣거리라 할 수 있다.)의 시계탑에도 곰 인형이 등장한다. 매시 4분 전부터 정각까지 펼쳐지는 인형들의 공연에서 새끼 곰, 아빠 곰 등이 등장해 재롱을 피우는 모습은 도시의 명물이 되었다. '곰의 도시' 베른. 그래서인지 베른 주의 깃발에도 곰이 그려져 있고, 곰 공원 등 곰과 관련된 시설이 많다고 한다. 만국 우편 연합 사무국이 있는 곳. 그 베른이 아침 일찍 서두르는 발길에 밟힌다.


"아름다운 베르네, 맑은 시냇물이 넘쳐흐르고 새빨간 알핀로제스..."


인터라켄에서 베른까지는 약 50분 거리. 우리가 모두 아는 요들송 '아름다운 베르네(Beautiful Bern Valley)'의 도시. 그 베르네가 이곳 베른이다. 이곳 베른은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도시라서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할 필요 없이 그저 걸어 다니기 충분한 크기의 도시라고들 한다. 곰과 시계탑과 요들송의 도시 베른. 베른에서 가장 멋진 건축물의 하나인 시계탑(Zeitglocktentrum)이 있다. 이 시계탑은 1191년에 세워졌으며 1530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공사기간은 약 339년. 유럽의 건물들은 보통 수백 년이 걸리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신중한 그들의 정성스러움에 경외심을 떨칠 수 없었다. 매시 정각 4분 전부터 이 도시의 상징인 아빠 곰, 새끼 곰(Bern)과 시간의 신 크로노스(Kronos)의 인형이 나와 춤을 추며 시간을 알려준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베른'을 극찬하다.


“수많은 도시를 보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는 본 적이 없습니다.” 괴테(Goethe, Johann Wolfgang von)가 슈타인 부인에게 보낸 편지의 구절이다. 괴테는 중세 분위기를 풍기는 베른의 거리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또한 황록색 사암으로 지은 비슷한 집들이 처마를 대고 늘어선 모습에서 ‘평등한 시민 정신’을 읽어내기도 했다. 평범한 도시의 집 모양에서도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평등함’을 읽을 줄 알았던 남다른 통찰력, 이런 시선들이 있어 문학이 더욱 풍요로워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15세기에 건설된 성 빈센트 대성당은 우아하고 세련된 건축으로 서쪽 출입구 위에는 에르하르트 퀸크가 제작한 고딕 양식의 유명한 <최후의 심판> 조각이 있고, 15세기의 스테인드글라스, 5,404개의 파이프로 된 오르간 등도 유명하다. 높이가 100미터나 되는 대성당의 첨탑은 베른 시가지를 관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100년에 걸친 공사 끝에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2층 전망대에 올라가면 시가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도시 곳곳에 있는 11개의 분수도 베른의 대표적인 볼거리라고 한다. 바둑판 모양으로 건설되어 딱딱한 인상을 주었던 도시가 16세기 후반 만들어진 이 분수대들 덕분에 한층 부드럽고 화려해졌다고 한다. 르네상스 양식으로 한껏 멋을 부린 예술적인 분수들.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식인 귀 조각상, 사자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거인상 등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있다고는 하고, 아인슈타인이 1903년부터 2년간 머물면서 상대성 원리를 발견했다는 ‘아인슈타인의 집’을 들러보고 싶었지만, 베른에 머문 시간은 고작 50분. 그저 중앙역 근처의 가게와 시계탑 정도의 관찰이 전부였다는 아쉬움에 웅얼거리며 우리는 아침 8시 20분 TGV에 올랐다. 우리보다 들뜬 마음은 파리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곰'과 '요들송', '분수'와 '상대성 원리'의 도시 베른을 아주 짧게 지나쳤다.

우리가 탄 테제베는 빨랐다. 내가 휴대한 GPS 장비로는 최고 시속 267Km. 같은 기종의 한국 KTX와는 속도와 단박에 비교가 되었다. 그리고 테제베에서 만난 남루하고 지저분했던 프랑스 어린이 4남매. 중간 기착지인 디종(Dijon)에서 내린 이들의 밝고 천진함은 세계 공통이었다.

오후 1시. 베른에서 TGV를 타고 4시간 40분 만에 파리 동쪽에 있는 리용역에 도착했다.

7박 8일 유럽여행 20회 얘기는 여행 엿새째 오후 프랑스 파리의 리용역부터 시작된다.


이전 18화 스위스 민속공연은 시니어의 독점부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