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고 크고 작은 좌절들을 겪으면서 행복하기도 했지만 힘들고 불행하다고 느낄 때도 많았다.
그 불행들을 덮을 만큼 행복한 일들이 더 많았으면 좋았겠지만 행복인지 불행인지 느낄 새도 없이 전투적으로 정신없이 살아왔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 자신을 믿을 만한 성취나 성장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가 언제부턴가 알 수 없는 불안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주변사람들과의 안정된 관계 속에서 내 삶을 행복으로 이끌 힘이 생긴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100점을 받을 수 없는 정답이 없는 육아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는 좋은 엄마가 맞는가'고뇌에 빠졌다.
아이로 연결된 엄마들과의 관계는 힘든 육아를 함께하는 동지애를 느끼기도 하지만 때론 친구도 남도 아닌 애매한 관계 속에서 행여 내 자식에게 피해가 갈까 봐 속 내를 훤히 내 보일 수 없는 어렵고도 불편한 관계이기도 하다.
시댁과의 관계는 어떤가. 항상 을의 위치에서 불평한마디 제대로 할 수 없는 집안의 최하위계급 며느리 역할을 담당하기에 시댁 식구들과는 만날 때마다 나를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난 자신에 대한 불신, 내 주변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 이런저런 걱정과 근심 속에 10여 년을 무방비로 노출되다 보니. 밝고 맑고 쾌활하고 순수하기 그지없었던 난 매일 알 수 없는 불안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누구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큰 며느리, 큰 엄마, 전업주부' 내게 주어진 타이들이 참 버겁기만 하다.
왜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이렇게 심각한 불안증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르고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한 채 잘하려고만 했을까.
첫째 아이 14살, 둘째 아이 12살... 곧 갱년기를 바라볼 나이가 되니 이제는 좀 놓아도 될 것 같다.
좋은 며느리, 좋은 부인, 좋은 엄마 대신 욕은 좀 먹더라도 내 행복에 좀 더 집중하자!
그리하여 난 행복해지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쓰던 내 에너지를 멈췄다.
시댁식구들을 잘 챙기는 며느리는 아니었지만, 현관을 조금만 나가도 두 집이 훤하게 보일만큼 가까이에 살고 있는 이 상황이 큰며느리로서 뭔가 항상 날 불안하게 만들었다. 뭘 많이 하진 않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이렇게 신경 안 써도 되나? 뭔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늘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전 나는 큰 결심을 하고 시어머니께 그동안 숨기고 있던 답답한 마음을 살짝 털어놓았다. 그제야 나를 옥죄고 있던 큰 며느리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사랑받는 며느리는 못되겠지만 그냥 행복한 며느리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하나 거절할 수 없어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의미 없는 만남들을 (이례적으로) 매몰차게! 가차 없이! 없애버렸다.
이로써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내가 쓰고 싶은 극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쓸 수 있게 되었다.(이 사람들과도 내가 내킬 때만 만날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주말 빼고 이 틀을 더 쉬는 남편에게 과감하게 집안일과 아이들 케어를 맡겼다.
그뿐만 아니라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싹 없앴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가짐을 바꿔서 마음과 정신이 편할 수 있게 죄책감을 없앴다.
날 부정과 불안으로 이끌던 요소들을 내 치고서 만들어낸 내 금쪽같은 에너지와 시간은 어떻게 하면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데에 쏟아부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불안감과 무기력감을 없애려고 긴 시간 몸부림치며 노력한 결과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선택과 집중! 이 중요하다! 초점을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의 행복에 맞추니 모든 선택지의 선택들이 쉬워졌다. 이 선택으로 인해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도 어쩔 수 없고 내 자식이나 남편에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나쁜 미래가 펼쳐진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보통 이런 걱정들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안다)
신기하게도 수년 동안 놓지 못하고 있던 것들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내가 당장 행복할 수 있는 일만 하고 나에게 편안을 주는 사람만 만나니 어느새 나의 불안감이 점차 사라졌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공부에 집중, 예뻐지려면 다이어트와 미용에 집중! 그리고 행복하고 싶다면 당장 날 불행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끊고 행복한 것들로 하루하루를 채워라! 분명히 꼭 행복해진다.
아직 완성형의 행복을 만든 것은 아니다. 가끔은 다시 불안해지고 삐걱거리겠지만 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꼭 기필코 완벽한 행복을 쟁취할 거다! 그래서 다시 어린아이 같은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