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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Jun 01. 2024

호구와 깍쟁이의 그 중간지점으로 가자

네이버에서 중용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 중용의 뜻

" 난 더 이상 손해 보며 호구로 살지 않을 것이다."

" 난 더 이상 이기주의자로 살지 않을 것이다. "


오래전부터 가져온 내적 갈등과 의문이다.

왜 우리는 극단 속으로 치닫으며 고민하고 있는 걸까. 예로부터 중용을 강조해 온 이유가 있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겉으로 문제가 드러나는 것도 있지만 내적갈등도 어떤 자각에서 시작되기에 문제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본능대로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이기주의자가 되어있었고, 맘을 비우고 양보하자 생각했더니 호구가 된 것 같았다. 나이가 먹어가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살아오면서 묻어온 생활습관이나 성격은 정말 바꾸기 어렵기에 우리는 반복된 행위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주변사람들과 어울려 살다 어느 순간 배신감에 휩싸이며 '역시 인간은 믿을 것이 못돼..' 하며 나 홀로 섬에 갇힌다. 타인들은 나 같은 생각 안 하고 아주 잘 사는 것 같다. 타인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내 문제는 커 보인다. 사실 그게 이기심으로 보면 배신감이고 호구의 마음을 가지면 배신감이 아닐 수도 있다.


타인들은 실속을 잘 찾는 것 같다. 본인만 혼자 방방 뜨며 이리저리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어도 타인들은 느긋하며 인간을 쉽게 믿는 것 같지도 않다. 우리 혼자가 두려워 타인을 믿다가 결국 타인의 실체를 마주하고 돌아선다. 반대로 우리의 실속을 찾는 순간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라는 말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다. 우리는 타인의 평가와 시선을 피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실제로도 이기적이다라고 앞에서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자신을 이기주의자를 바라보는 것 같다. 진짜 이기주의자들은 자신의 이기주의를 교묘히 감추며 아주 잘 실속을 챙기고 사는데도 말이다. 서투른 자는 뭔가 계획하고 꾸미는 것보다 그냥 당하고 사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교묘하게 겸손을 가장하며 잘 사는 사람들과 대조적으로 겸손하려고 하는 것도 안되고 무언가를 말하다가 은근히 그것을 자랑하고 있는 것 같다.  


왜 이런 행동패턴이 반복되는 것일까.


인간세상 속의 관계는 힘들다. 아주 주도면밀하게 생활한다면 어떤 흠집도 잡히지 않고 자신의 실속을 챙기면서 아주 세상을 잘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 사람을 본 적은 없지만 존재하고 있으리라 본다.  완벽하다면 내가 그 사람을 어떤 이기주의자라고 단정하지 않을 테니깐 말이다. 내 속에서 타인의 이런 점에 대해 못마땅해하고 있다면 그는 이미 완벽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들은 인간들과 교류를 하며 이 세상에서 갈아가는 한 영원히 고민해야 할 문제일지도 모른다. 나이 들어 노인이 된다고 갑자기 현자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인간들이 지긋지긋하다가도 어떤 날은 인간들이 그리워지듯 이 문제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본성 속  중간지점에서 호구가 아닌 적당한 자기 챙김을 이어가며 인연의 가지치기도 많이 하지 않고 살아야 하는 걸까.


중간지점에서 산다는 것, 중간을 한다는 것, 중용을 지키며 산다는 것, 그냥 평범하다는 것 이런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냥 호구라는 생각도 하지 말고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타고난 대로 자연스럽게 살며 시소의 모양을 상상하며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가운데로 잡고 살아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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