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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May 25. 2024

독서에 대한 회의

아무리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책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게 있었다. 책이 과연 나를 얼마나 발전적으로 변화시켰는가이다. 내가 근 10 몇 년 동안 몇백 권의 책들을 읽었지만 과연 그것으로 인해 내가  얼마나 변화하고 성장했을까가 꾸준한 의문이었다.


내가 좋은 쪽으로 성장했다고 하면 그건 독서가 아닌 나이 들어 생긴 의식변화인가. 아니면 전혀 성장하지 않았을까. 여전히 무슨 행동을 한 후 후회하는 걸 보면 변화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말이다. 갑자기 내가 책을 읽으나 마나 한 상태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라고 생각하니 엄청난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사실 난 변화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독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지금까지 읽었던 책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최근에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요즘 독서에 대한 의문감과 회의감을 키웠다.


아무리 필사를 하고 책 속에서 중요한 부분에 대해 만년필로 다이어리에 정성스럽게 쓴다 하더라도 그런 내용에 대해 기억을 못 하거나 생소하다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간의 망각의 동물이라 한번 읽은 것을 어느 시점까지는 기억할지 모르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잊는 게 당연한 것일까. 그럼 잊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읽어도 변화가 없다면 굳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천재는 99프로의 노력과 1프로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는 건 우리를 희망고문한다고 생각했다. 뭔가 우리에게 충격적인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 거 같다. 그 모든 것이 유전자고 모든 것이 타고난다고 그게 사람들에게 확실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면 이 사회는 혼돈 그 자체가 될 것을 두려워해서인가. 그렇다면 사람들은 변화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타고난 대로 대충 살 것이며 정부는 그것을 컨트롤하기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가. 아주 오래전부터 혼자 이 생각을 해 왔다.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머리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한 부분 암기를 위해 3시간을 쓰는데 어떤 사람은 단 1시간 만에 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아무리 수많은 자기 계발 서적을 읽는다 하더라도 타고난 천성이 덕이 풍부하고 이해심도 있고 매우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을까.


갑자기 이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조만간 있을 공무원 영어회화반에서 마지막으로 어떻게 프레젠테이션은 할 형편은 안되니 5분 스피치를 하게 될 거 같아서 주제를 찾다가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빠지게 된 이유, 그렇게 해서 브런치작가가 된 이유에 대해 쓰고자 과거 나의 네이버 블로그를 보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가 읽었던 '먼 북소리'의 중요 부분 발췌한 게 기록되어 있었는데 문장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내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았다. 내가 지금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수많은 시간 동안 책을 읽고 독서후기를 작성해 나갔던 흔적들을 보고 있자니 온갖 복잡한 생각이 밀려들었다. 이것에 쏟아부은 시간들 그러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문장들, 내가 얼마나 변했을까, 하지만 난 변하지 않은 거 같다. 여전히 누군가로 인해 화가 나고 누군가의 행위를 신경 쓰고 짜증을 느끼고 타인이 내가 원하는 대로 왜 행하지 않는지에 대해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블로그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에 대해 업로드 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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