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도 하나를 잡고 올라탔다. 그리고 또 다른 파도를 잡았다. 그리고 또 다른 파도를 잡았다. 어느 서퍼의 이야기
데이비드 브룩스, 사람을 안다는 것, 2024
이 글귀는 우리의 험난한 인생을 적절하게 비유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의 긴긴 인생의 여정을 되돌아보면 유독 힘겨웠던 순간들만 기억에 남아 수시로 떠오른다.힘든 시간을 견디고 지나왔다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힘든 시기가 다가온다. 여기가 끝인가 싶다가도 또 다른 파도를 만난다. 잠잠한 바다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랴. 거친 폭풍우와 풍랑의 바다를 항해하는 게 인생이다라고 치면 잠잠한 바다를 만나면 한숨 돌린다. 또 다른 파도가 오면 키를 잘 잡고 여유를 가지고 파도를 타는 기술을 발휘하는 데에 인생을 잘 다루는 자의 스킬이 빛을 발한다.인생 이란 게 원래 그러한 것이기에 마음의 불안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자신의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자만이 최종승자임에 분명하다. 내게 아직도 어려운 건 포커페이스고 감정에 너무 솔직해 숨길 수 없는 자라는 말을 들으면 너무 화가 난다. 그자는 이미 내 감정을 읽었다고 멋대로 판단한 거 아닌가. 난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말이다. 세상의 인간관계도 사실 피곤하다. 도대체 어떤 나이가 되어서야 이 세상의 모든 번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묻는다면 그건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게 정답에 근접하다는 것일 뿐이다.
나의 인생을돌이켜 보면 인생의 순간순간 마다 도구가 필요했다. 사람에 기대하고 의지하는 건 많은 리스크가 있다. 그 또한 인간이고 타인은 타인일 뿐 궁극적 해결책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 삶이 지루하고 나아가는 것이 없을 즈음 열정을 일으켜 세울 도구말이다. 그게 물건이건 여행이건 책이건 인간이 아닌 거라면 그 어떤 것이든 괜찮다.
20대의 청춘시절에 도시에서 쏘다 다닐 수 있는 인생이 아닌 적막한 섬에 갇혀 직장생활을 할 땐 하루하루가 재미없고 흥미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내가 외로운지 그 누가 알 것인가. 그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내가 했던 건 PC통신이었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할 즈음이라 컴퓨터와 프린터기의 가격은 만만치 않았지만 아이보리색의 상자 같은 컴퓨터와 미니 프린터를 구입하고, 모뎀을 설치하여 천리안을 통해 외부세계와 접촉했었다. 라디오를 통해 밤의 디스크쇼의 청취자로 살았고 혼자 독학으로 워드, 엑셀 자격증을 취득했다. 뭔가 새로운 물건이 나오면 그것을 혼자 구입해서 익히고 그러다가 싫증나 팽개쳐두면서 젊은 시절 시골에서 직장 생활하는 외로움을 그것으로 달래고 살아왔다.
때론 쓸데없는 잡동사니 속에서 내가 도대체 왜 샀을까 하지만 그것을 구입하고 만들고 적응하고 터득하는 과정 또한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긴긴 직장생활 중 내가 돈 벌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살면 억울할 것같았다.
기계도 오랫동안 고장 나지 않게 작동하려면 윤활유도 필요하고 점검도 필요하듯, 긴긴 30년 이상의 직장생활을 버티어 가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유희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만년필과 다이어리도 그런 과정 속의 부산물이자 인생의 윤활유다. 뭔가 소소하지만 새로운 물건을 소유하고 즐기는 데서 오는 기쁨과 에너지도 만만치 않다. 그런 생활이 오십이 넘어가니 조금 주춤하다가 최근에 아직 그 에너지가 남아있음을 확인하는 일이 생겼다.
시계에 대한 욕심을 오래전부터 가지고있어서 몽블랑 시계까지 구입하고 지금은 당근에 판매 대기 중이다.시계는 여자보다도 남자가 더 홀릭하는데 나의 경우는 시계에 관심이 많고 또 작은 것보다 큰 시계에 더 관심이 간다. 갤럭시 워치 6을 작년에 강남본점 삼성스토어까지 가서 구입하고 줄을 노란색 줄로 바꾸고 배경화면은 춘식이를 깔아 두고 다녔는데 나름 만족스럽게 하고 다녔다. 그것도 재빨리 당근을 통해 넘겼다. 그땐 사전예약 기간을 넘겨버려 할인받지 못했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그건 바로 울트라 워치 7이다.
갤럭시 워치 7 울트라를 기억나지 않지만 어디선가 보고야 말았다. 사전구매 기간이라 마음이 조급해졌다. 바로 대리점에 가서 사전예약을 하고 2주가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픽업을 했는데 역시 우월한 외관이다. 배터리 성능도 오래가고 , 운동기능도 추가되고 신체 측정하는 것도 노화측정 기능도 추가되었다고 하니 아직까진 만족스럽다.
하루 차고 수면체크했더니 수면점수는 97점이고 체력은 우주최강체력이라니 놀랍다.
그것 외에도 마인드컨트롤 해주는 구슬팔찌를 인적이 드문 휴게소 매점에서 발견했다. 긍정의 이미지를 주는 팔찌를 찬 후 면장과 단 한 번의 트러블이 없었고 면장님이 무슨 말을 하면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도 단순히 '플라시보'효과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단돈 5천 원의 가격으로 이렇게 최대 효과를 내는 게 어디 철학관에서 사주를 보는 것보다 더 이익이다.지인도 6개를 사다 주라고 해서 지인의 사무실까지 직접 갖다 주었다. 모처럼 그 영세한 가게의 물건을 팔아줬다는 만족감과 저렴한 가격으로 얻은 소소한 긍정적 느낌은 정말 최대의 갓성비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긴긴 삶에서 때론 이렇게 물건으로 인한 정신적인 위로가 요즘 사회에서는 남에게 폐 안 끼치고 스스로 해결하는 소소한 방법이다. 여자들이 스트레스 해소하기 위해 쇼핑을 하고 옷을 사고 립스틱을 사는 것과 근본은 같을 수 있다. 어느 정도의 돈을 투자해 자신의 마음이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자본주의의 매력 아닌가. 사고 싶은 적당한 게 있으면 사자. 당신은 30년 이상 열심히 일해왔고 그 보상을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