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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Aug 11. 2024

어느 날의 소용돌이

아웃사이더로 수십 년을 살아가는데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마음은 이중성을 지닌 인간이기에 늘 소용돌이친다. 어떤 불가항적인 피할 수 없는 운명같은 상황을 마주하면 그러하다.


오늘 어제 일도 아니고 늘 음지에서 살아왔던 터라 딱히 나의 레벨이 순간 업그레이드될 거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아직도 1990년대의 권위적 꼰대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5급짜리들 밑에서 허우적대는 삶은 이제 5년만 버티면 자유로운 몸이 된다. 고지가 바로 앞이니까 조그만 참으면 완전 자유의 몸이된다.


어느 누구 한테도 의지 할 수 없는 낯선 시골조직에서 그동안 안 그만두고 아주 잘 버텨온 나에게는 대단하다는 찬사를 보낸다. 조직 내 친분관계도 겉으론 웃어도 웃는 게 다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연락은 해도 대외적으로 만나면 거리를 둔 사람들도 있었기에 그들과의 관계도 딱 거기까지다. 나도 그들의 세계를 원하지 않지만 그들만의 리그에는 쉽게 들어갈 수 없는 막이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카페에서 그 무리들을 마주쳤다. 너무도 불편한 상황이고 어색한 순간이었다.


한때 나의 팀장이었던 자는 승승장구해 과장이 되었고 한때 가깝게 지내다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린 K 역시 운 좋게 그 그룹 속에 들어가 있었다. 순간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K나를보자 아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린걸 순간 눈치챘다. 정기인사가 단행된 다음날 승리자들은 마지막 회식 후 차를 마시기 위해 들른것 같았다. 그들을 발견하고 바로 나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시골에서 카페가 다 그만그만하다. 가성비가 있고 접근성이 좋고 맛도 딱히 최하급이 아니라면 점심시간이면 붐비기 마련이다. 하필 그 카페는 아주 조그마해서 테이블이 두세 명이나 앉을만한 그런 곳이라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디로 피할 수 없고 딱 그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아주 근접한 거리에서 들을 수 있는 비밀유지가 안 되는 카페였다.


그 무리 속에 같이 있던 직원들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아니다. 시골에서는 한두 번 다 같이 근무하게 된다. 오래전 한때 같이 근무했었지만 딱히 그렇게 친하게는 지내지 않았기에 서로 못 본 척하는 게 서로 편할 수도 있다. 서로의 이익이 가득한 사회에서 그들과 뭐 개인적으로 친분이 생길만한 일이 없었기에 그들과도 대면 대면한 관계다.  같은 근무지에서 모두와 잘 지낼 수 없지만  얼굴 붉히지 않고 나중에 어디서 만나더라도 웃으며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나중에 만나더라도 어색한 관계로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팀원과 함께 가만히 앉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어느 순간 투명인간이 된 듯했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그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목소리 톤이 높아진 그들의 분위기속에서 K가 이야기했다.  "군수님이 보시고..." 하는 말에 한바탕 동조하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그말은 K와 군수님이 상당히 가깝다는걸 의미했다. 지난번 선거 이후 기이한 운이 K에게 일어났고 그로 인해  K는 내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세계에 진입했다. 그건 K뿐 아니라 그 팀들 구성원이 다 비슷한 케이스였다.


이러지 저러지도 못하고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있다가 순간 머릿속으로 나갈 때 먼저 내가 나가면서  먼저 가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해야겠지 라며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는 순간, 바로 옆 자리 그 무리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말도 없이 먼저 간다는 말도 없이 6명은 우르르 바로 나갔다.


내가 주요 위치에 있었더라도 저들이 그냥 아는 척도 안 하고 나가버릴까.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왔다. 꼬으면 출세하라는 말이 있지만 아니꼽긴 하나 출세할 여건이나 능력이 안될 경우도 있다.


인생의 순간순간 매고비마다 나를 강하게 만들었던 게 나의 적이고 시련이었듯이 이젠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좌절감이 밀려왔다.  어차피 라인이 없고 백이 없으면 그 어디도 끼지  못한다. 빨리 인정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은 또다시 날 시험에 들게 한다.


우연히라도 저들과 다시 안 마주치길 바랄 뿐이며 저들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얼마나 잘될지는 지켜보겠다고 생각했으나 나로써 무슨 방법이 있겠냐 싶었다. 최대한 의연히 릴렉스..그러던가 말던가..마음의 평정 찾아야한다. 어차피 퇴직하면 끝이다. 퇴직후에 나 5급이야하고 다녀도 누가 인정해주지 않는다. 인생은 길게보고 더 살아봐야한다.


시골의 한 구석도 이러한데 대한민국 전체적으로는 어떨지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추미애의 장하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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