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기피하는 면에 근무하는가 하면 악명 높다는 면장과 일하게 되며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사방팔방이 벽으로 막혀 있는 있었고사지로 모는 형국이었다. 가만히 있는데도 어처구니없이 당하는 불운이 끝나지 않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발생한 어처구니없고 억울한 일들로 인해 면장과 감정의 골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고 있었다. 의도하지 않은 3자의 개입도 있었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그 정점은 지난 5월에 최고조를 찍었고 그 사이에서도 '말리는 시누이'역할을 한 또 다른 3자의작용도 있었다.
팀장인 내가 불편한 관계를 겪고 있으니 우리 팀원들도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복지팀은 왜 항상 그런 식인가?"
"복지팀 니들 맘대로 결정하면 되나?"
그런 현실 속에서 우리끼리 의기투합하여 맛있는 점심과 커피로 스트레스를 극복하느라 상당한 금전적 지출이 생기고 있었다. 다른 팀이 보기에 부러웠는지 비아냥 거리면서 "역시 복지팀은 리치리치!!!!" 결코 듣기 좋은 말이 아니었다.
어느 날도 점심을 먹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된 주유소로 남아있다가 최근 다시 개업을 한 곳의구석진 곳에 작은 커피숍도 함께 영업을 시작한 듯했다. 터가 평지보다 위에 위치해서 그런 지 주유하러 오는 차도 드문 곳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카페 주방이 보였는데 일반 가정집 주방과 비슷하거나 다방 주방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한쪽 구석에는 여주인이 직접 만든 가방이나 팔찌, 소량의 기성복을 팔고 있었다. 보아하니 커피는 기대하지 않아야 할 것 같았다. 그냥 나가기 민망해서 팀원과 물건구경을 했다. 그러다가 신박한 팔찌를 발견했다. 물론 주인이 그냥 맘대로 이름을 붙인 것이겠지만 긍정적인관계개선이라는 말에 끌렸다.
한개당 오쳔원
"아니 이거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주는 팔찌네요. 이거 딱 팀장님이 차면 면장님과 관계가 개선될 것 같아요" 나이 어린 팀원이 말했다.가격도 개당 오천 원이라 부담될 것도 없었다. 장난감팔찌도 그보다 비쌀 것이고 이걸 차면 건강. 긍정. 부 모든 걸 얻을 수 있는데 안 살 이유도 없었다. 힘들어서앞으로는 팔찌를 만들지 않을 거라는 여주인의 말에 더 팔찌를 사야 했다.
"이곳은 주유하러 오는 차량도 별로 없는데 왜 여기에 카페를 열게 되셨나요"
"대신 여긴 임대료가 싸잖아요.."
그런데 팔찌를 찬 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너무 저렴했고 여주인의 정성도 그렇고 해서 팔찌를 세 개 구입하고 다음날부터 오른쪽 팔에 차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떻게 몇 주가 지났는데 외줄타기하듯한 삶 속에서 단 한차례도 면장과의 갈등이 발생하지 않았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꼴 보기싫어하던 면장에 대한 증오도 희미해지고 그 감정과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초연해지기 시작했다.
팔찌에 진짜 효험이 있는 것일까.
사람은 그래서 부적을 사는지 모르겠다.
그 카페에서 팔찌를 구입하고 몇 달이 지났지만 신기하게도 여태껏 면장하고 믿거나 말거나 단 한차례의 트러블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실 몇 차례의 나를 시험하는듯한 일이 발생했지만 그 또한 내가 슬기롭게 넘겼다. 이제야 면장의 테스트를 통과한 느낌이었다.
사실 그런데에는 팔찌 효능뿐 아니라 다른 한 가지 이유가 숨어 있다. 사무실여직원이 추천한 전화사주를 그 후 보게 되었다. 그 여직원은
"팀장님 이거 대기 타야 해요. 저도 몇 달 걸렸어요. 진짜 잘 맞아요.. 이거 보세요... 저 이동수 있다고 했고.. 진짜로 다 맞아요." 솔깃했다.
예약한 전화사주 볼 수 있는 날짜가 되었다.젊은 남자목소리인데 무슨 신점도령은 아니고 순수 생년생시로만 보는데 영 신통치 않고 전혀 나랑 맞지않은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한 시간 이상 전화를 이어가고 끊고 다시 통화한 끝에 딱 한 가지 결론을 내려주었다.
올해 님의 운이 괴강살이 발동하여 자꾸(면장에게) 반발하려 하고 욱하는 운세인데 참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곤란한 일을 당할수 있습니다.
다른 건모르겠고이 말만 쏙 귀에 들어왔다. 괴강살이 강하게 들어와 내가 면장의 말에 불쑥 반발하려는 기운이 일어났다고 한다. 올해 내가 면장과의 관계에서 참지 않으면 일을 그르치게 되고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다라고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확 정신이 차려졌다.그동안 괘적들이 떠올랐다.
이제 마지막 고비능선을 넘었다. 갈등은 종결되었다. 불운이여 물러가라
그 후로 정신 차리고 면장 인터폰이나 전화받을 때도 욱하던 나의 태도를 잠재울 수 있었고 그 덕에 지금까지 평화를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어렴풋히 지난 5년간 가는곳마다 겪은 상사와의 갈등 그 시리즈가 완결되고 직장 스트레스가 완벽히 종결된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도 팔찌는 그것을 지켜주는 부적으로 여기고 아침마다 마법의 울트라 팔찌인양 팔찌와 울트라 갤럭시 워치와 함께 차고 용맹스럽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