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혼자 간다고,,," 하면서 엄청난 놀람을 보인다. 조용히 하라면서 부면장을 질질 끌고 탕비실로 갔다. 엄청놀라며 " 대단하네.. 난 혼자서 서울도 못 가는데.... 군청에 있을 때 임신했을 때도 항상 가던 3층 화장실만 갔어. 그래서 남편이 그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하고 혼잣말을 한다.
그 말을 듣자 나도 놀랐다. 혼자 20대든 30대든 40,50 대건 혼자 세계각국을 자유로 여행 다니는 사람 천지인데 그건 단지 온라인의 세상 속인가.40대 초반의 남직원도 말한다. "저도 혼자 여행 못 가요. 무섭고 외롭고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갑자기 멍해졌다. 나는 무엇이고 나는 왜 혼자 여행을 가는가. 혼자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이 홀로 자연을 대하면서 사색의 시간을 갖고 성장해 나간다는 그 어떤 말도 와닿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출국 전날 공항에 도착한 이유는 오전 비행기이기도 하거니와 라운지에서 거나한 아침식사를 여유 있게 누리기 위해서이다. 또 지방이라 토요일 새벽 2시 고속버스밖에 없는데 만일 연착이 되거나 하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에 차분히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토요일 출발이니 금요일 저녁 숙박을 알아봐야 하는데 처음에는 토요일 숙박을 알아보다 방이 없다고 포기하다 다시 생각해 보니 금요일 숙박이라 찾아보니 방이 있어서 급하게 예약한 것이다. 늘 나는 이렇다.
너무 일찍 온탓에 전망대도 올라가 보고 운동 대용으로 만보이상을 공항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지만 도돌이표 식으로 간 곳만 반복해서 왔다 갔다 했다. 오래전 공항에 오면 설레고 엄청 커 보이고 했는데 이젠 그런저런 감정도 없고 마치 내가 스위스에 비즈니스 여행을 혼자 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예전 같으면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공항분위기에 대한 설렘을 상상하지만 이것도 이젠 상상이 안되고 그냥 시간의 흐름 따라와 보니 공항이고 이제 비행기를 타고 가면 취리히에 도착하겠지. 하지만 그 이후 공항에서 중앙역으로 가서 중앙역 근처의 호텔을 잘 찾아갈지도 의문이다. 이론으로 공부한 여행길과 실제에 차이가 있다. 이론으로 아무리 해도 루체른에서 리기산 가는 법, 필라투스 가는 법이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다. 일단 어떻게든 가면 되겠지.
혼자 이런 캡슐호텔에 묵은 게 처음이다. 블루투스 스피커가 비싼 하먼 꺼라는데 나에겐 연동이 어렵다. 너무도 고요해서 집에서 책을 가져오지 않은 게 후회가 된다. 딱 책을 보기에 적당한 적막이다. 아직 여행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가방에 짐이 더 는 거 같다. 혼자 가는 여행이라고 무지 놀라면서 면사무소 상담실에서 가져온 사탕을 부면장이 챙기더니 그 봉지를 건네주며 잘 다녀오라고 한다. " 당 떨어지면 먹어" 그것까지 챙겨 와서 무거운 걸까. 첨엔 기내용 캐리어 하나만 가져올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경량패딩을 챙기고 바지 하나 챙기고 하니 이미 기내용 캐리어는 꽉 차버렸다. 한 여름이라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기내용 캐리어는 무리다. 캐리어를 너무 큰 거 산거 아닐까 고민했는데 와서 보니 26인치인데 이건 완전 3박 4 일용이다. 백팩까지 메고 크로스까지 메니 이건 짐이 날 옭아매는 형국이다. 정말 가볍게 크로스백 하나와 백팩 하나로 할 수 있는 여행을 언젠가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항에서 하룻밤이 쉽지 않았다. 침대와 샤워실만 있는 낯선 미니방에서 긴장한 여행자는 잠들지 못했다. 전기요도 없는 차가운 시트에 갱년기의 몸은 쉽게 잠들지 못해 뇌파를 이용한 수면음악을 들었지만 잠이 들만하면 바로 다시 말똥해지는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6시부터 준비해 반쯤 체크아웃했다. 바로 3층 출국장으로 나왔더니 이렇게나 사람이 많을 줄이야. 마치 서울 가니 차도 많고 사람도 많다는 걸 경험한 촌뜨기의 감정이다. 수화물 붙이는 곳 찾다가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모바일 탑승권 보여주니 들어가란다. 알고 보니 셀프체크인이다. 이것도 난생처음 해보는 거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직원을 통해 했던 게 점차 바뀌고 있다. 단기기억 망각 증세가 있어서 오늘 공항에서 순서대로 추진할걸 각인시키려 했다. 역시 역시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 바로 출국장 면세품 인도하는 곳과 칼라운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칼라운지에서 가볍게 식사를 하고 출국 전까지 또 만보를 채우기 위해 돌아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