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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지현 Feb 24. 2020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대구시민의 자세

오늘은 영화 한 편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하는데요,
이 영화는 평화로운 호숫가 마을에
어느 날, 기이한 안개가 몰려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자욱한 안개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외출도 하기 힘들고요,
게다가 마을에 괴생명체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의 공포감은 극대화가 됩니다.

마트에 갇혀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차마 집 밖으로는 나가볼 생각도 못하는 사람들,
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
제한적인 공간에 갇힌 사람들의
심리적인 압박감과 불안감은
관객들에게도 공포로 전해져 오는데요,
바로, 영화 <미스트>의 내용입니다.

이 영화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나서
마을을 집어삼켰다는 호러가 아니라 
실체 없는 공포, 보이지 않는 불안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심과 이기적인 면모를 드러내게 하고, 
또 얼마나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러고 보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한 없이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는 건, 
바로 불안한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불안은 전염성 또한 강하죠.

근거 없이 넘쳐나는 정보에, ‘카더라’라는 소문까지,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불안을 자극하는 요즘인데요,
이럴 때일수록 근거 없는 불안에 떨면서 위축되기보다
그 불안을 딛고 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바이러스도 건강한 사람에게는 침투하지 못하듯이
마음이 건강하다면 그런 불안이 쉽사리 침투하지 않을 테니까요.

확인되지 않은 넘쳐나는 정보가 아닌,
제대로 된 정보를 적당히 받아들이고,
너무 움츠리기보다,
조심하되 해야 할 일은 해나가면서 일상을 이어간다면,
그 어떤 불안도 공포도 우리를 흔들어놓지는 못할 겁니다.


괜찮아요? 집에 먹을 건 있어요?
마스크는 있어?
애들은 괜찮아?
회사는 꼭 가야 하니? 안 가면 안 된다니?


그 어느 때 보다 안부 연락을 많이 받고 있는 요즘이다. 그 이유는 내가 바로 '대구시민'이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4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이토록 위기감과 공포감이 든 적은 처음이다. 실체 없는 공포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 요즘, 뉴스에서도 연일 사재기니, 도시 마비니, 확진자 급증이니 불안감을 잔뜩 안겨주는 소식만 가득하다. 아마도 타 지역에서 그런 대구 소식을 보고 듣고 있자면, 그야말로 전쟁터보다 더 할 거란 생각이 들 것 같다.


다들 외출을 자제하고, 활동을 줄이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묵묵히 세상은 돌아가고 있다. 당장 내일 도착한다는 총알 같은 배송은 되지 않아도 꾸준히 택배기사님들은 집집마다 물건 배송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고, 버스며, 지하철이며 혹시 모를 누군가를 위해 대중교통도 운행되고 있으며, 매일 아침이면 사람들은 하루를 위해 또 바쁘게 출근길에 오른다. 사재기니 뭐니 보도가 나고 있지만, 동네 마트들에는 꾸준히 물건이 공급되고 있고, 불안한 마음에 사재기하는 사람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여느 때처럼 많은 말을 주고받고, 자주 만나고, 함께 밥을 먹으며 즐거운 수다를 떨지는 않지만,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침묵으로 다독이고, 괜찮아 질거라 위로해 가며, 눈인사로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오늘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다. 불안한 것도 맞고, 하루하루 무서운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수선을 떨기보다 나름 의연하게 대처해가고 있는 중이라는 말이다. 불안은 전염된다. 그 어떤 감염병 보다 전염성이 높다. 내가 불안하여 한 마디를 전하고, 이기적인 행동에 나선다면, 순식간에 그 말과 행동은 제곱승으로 퍼져나가 혼란스러워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의연하게 대답한다.


괜찮아요? 먹을 건 있어요?

- 그럼요. 없으면 동네 마트 가면 다 있어요.


애들은 괜찮아?

- 네, 그럼요. 개학이 3월 9일로 일주일 미뤄졌다고 해맑게 즐거워하고 있어요.

   영화도 보고, 게임도 실컷 하고, 잘 있답니다.


마스크는 있어?

- 모자라지 않아요. 일회용도 쓰고, 없으면 천 마스크 열심히 빨아 쓰면 되니 걱정 마세요.


회사는 꼭 가야 하니? 안 가면 안 된다니?

- 일은 해야죠. 그래야 밥 먹고 살죠. 일까지 안 하고 들어앉으면 세상 소는 누가 키우나요?



# [매일 씁니다]는 매일 쓰는 방송 원고에 미처 못다 한 이야기를 조금 더 붙여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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