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대상 사건
이 사건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 취득된 타인 간의 대화 내용 공개 사건’이다. 정식 명칭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 위헌소원’이다(헌재 2011. 8. 30. 선고 2009헌바42 결정).
B.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일명 ‘노회찬 엑스파일’(삼성 X파일) 사건이다. 2005년 8월, 당시 국회의원이던 노회찬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했다. 불법 도청 내용을 공개했다는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이 확정되어 의원직을 상실했다. 당시 관련 토론회에서 나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사건임을 주장했지만, 실제 면책특권 논점은 다퉈지지 않았다. 학설과 판례에 따라 면책특권이 인정되기는 어려웠던 사정 탓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악용한 자들 탓에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또는 불체포특권은 자주 폐지 또는 제한이 논의된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국회의원의 권력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서 현행법의 제약을 받는 국민 대신 국민의 알 권리 보장에 이바지하는 면이 있으므로 마냥 제한할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의 시대 상황에 맞게 특권의 민주적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표현의 자유 부분만 다루며, 과거 발제문을 일부 발췌했다.
C. 사건의 전개
1) 청구인은 전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이 1997. 9. 경 당시 ○○그룹 회장 비서실장 이○수와 전 ○○일보 사장 홍○현의 대화를 도청한 녹취록 등 소위 ‘안기부 X파일’을 불상의 방법으로 입수한 후, 국회의원으로 재직 중이던 2005. 8. 18. 국회의원회관에서 그 내용을 포함한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청구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함으로써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지득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였다는 범죄사실 등으로 기소되었다.
2) 청구인은 위 공소사실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던 중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2007초기6177)을 하였으나, 위 법원이 2009. 2. 9. 당해 사건에 관하여 청구인에게 유죄판결(2007고단2378)을 선고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2009. 3. 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D.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 전부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당해 사건에서 청구인은 법 제3조에 규정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지득한 [알게 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으므로 이 사건 심판 대상은 법 제16조 제1항 제2호 중 ‘대화의 내용’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 지다.
E. 청구인의 주장 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개되는 타인 간의 대화내용이 진실한 것인지, 공개하는 것이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에 의한 것인지, 공개로 인하여 실현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보다 큰 것인지 여부를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같은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어 최소침해성 및 법익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예훼손죄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표현행위에 대하여 처벌하는 조항인데, 형법 제310조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면책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여 명예훼손죄와 차별하고 있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은 타인 간의 대화내용을 누설함에 있어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동일하게 처벌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법상 명예에 관한 다른 범죄와는 달리 벌금형 없이 자유형만 규정하고 필요적으로 자격정지형을 병과 하도록 하여 비례성의 원칙을 침해하고 있다.
F. 헌법재판소의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법 제3조 제1항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우편물의 검열이나 전기통신의 감청 및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법 제16조 제1항 제1호는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행위(이하 ‘불법 감청ㆍ녹음 등’이라 한다)를, 제2호는 이러한 행위에 의하여 지득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각각 별도의 독립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양자를 동일한 법정형(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으로 처벌한다. 특히 법 제16조 제1항 제2호와 관련하여, 행위자가 불법 감청ㆍ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하고 다른 경로를 통하여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알게 되었더라도 불법 감청ㆍ녹음 등이 이루어진 사정을 알면서 이를 공개ㆍ누설하는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도14442 판결 참조). 그리고, 법 제16조 제1항은 불법 감청ㆍ녹음 등에 의하여 취득한 대화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에 관하여 예외조항이나 위법성조각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불법 감청ㆍ녹음 등을 처벌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위법한 방법으로 지득한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것을 별도로 처벌하는 이유는, 위법하게 취득한 통신ㆍ대화 내용의 공개를 금지하지 않는다면 불법 감청ㆍ녹음 등을 하려는 유인이 계속 존재하여 이러한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고려에서 통신비밀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1) 이 사건의 심사 기준
청구인은 위법하게 지득한 타인 간의 대화내용을 공개하였다고 하더라도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해 이를 공개한 경우에는 처벌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이에 관한 면책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이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18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통신의 비밀보호를 그 핵심내용으로 하는 통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통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서 보장하는 것은 사적 영역에 속하는 개인 간의 의사소통을 사생활의 일부로서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헌재 2001. 3. 21. 2000헌바25, 판례집 13-1, 652, 658).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불법 감청ㆍ녹음 등을 통하여 취득한 타인 간의 대화내용을 공개ㆍ누설하는 경우 그러한 취득행위에는 관여하지 않고 다른 경로를 통하여 그 대화내용을 알게 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처벌하는 것은 위와 같이 헌법 제18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른 한편으로는 위법하게 취득한 타인 간의 대화내용을 공개하는 자를 처벌함으로써 그 대화내용을 공개하는 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게 된다. 즉, 위법하게 취득한 타인 간의 대화내용이 민주국가에서 여론의 형성 등 공익을 위해 일반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대화내용의 공개를 금지함으로써, 이를 공개하려고 하거나 공개한 자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대화자의 통신의 비밀과 공개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두 기본권이 충돌하게 된다.
이와 같이 두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 헌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상충하는 기본권 모두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화로운 방법이 모색되어야 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목적이 정당한 것인가,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마련된 수단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와 대화의 비밀을 보호하는 정도 사이에 적정한 비례를 유지하고 있는가의 관점에서 심사하기로 한다(헌재 1991. 9. 16. 89헌마165).
2)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불법 감청ㆍ녹음 등에 의하여 취득한 타인 간의 대화내용을 알게 된 사람이 그 대화내용을 공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 제18조에 의해 보장되는 개인 간의 대화의 비밀을 확고히 보호하기 위한 것인 만큼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를 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3) 기본권 제한의 비례성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불법 감청ㆍ녹음 등에 의하여 취득한 타인 간의 대화내용을 어떠한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 그 지득경위를 묻지 않고 그 대화내용을 공개한 자를 처벌하는 이유는, 대화내용을 공개함으로써 대화의 비밀이 침해되는 정도가 그 대화내용을 알게 된 경위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불법 감청ㆍ녹음 등에 의하여 취득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내용을 알게 된 자가 이를 처음으로 공개하거나, 아직 일부의 특정인에게만 알려져 있고 일반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상황에서 공개하는 경우, 대화의 비밀이 침해되는 정도는 전파수단 및 시기, 공개대상범위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단순히 대화내용의 공개자가 위법하게 대화내용을 취득한 행위에 관여했는지 여부, 또는 그러한 행위를 한 자로부터 직접 대화내용을 취득하였는지 여부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위법한 방법으로 대화내용을 취득하는 행위에 관여하지 않은 자라고 하더라도 아직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내용을 언론매체 등 전파가능성이 높은 수단을 사용하여 공개할 경우에는 대화의 비밀이 침해되는 정도와 그 처벌의 필요성이 작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불법 감청ㆍ녹음 등을 통해 취득한 대화내용을 알게 된 자가 그 대화내용을 공개하는 행위를 처벌하면서 중대한 공익을 위해 공개한 경우에 위법성을 조각하는 특별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경우에는 형사범죄 처벌에 관한 일반법인 형법의 일반적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즉, 어떠한 행위가 형법 제20조(정당행위)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하면 위법성이 조각되는바, 이와 같은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참조).
따라서, 불법 감청ㆍ녹음 등에 의하여 취득한 타인 간의 대화내용을 공개한 행위라 하더라도 위 정당행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즉 대화내용의 공개가 중대한 공익을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대화내용의 공개자가 불법 감청ㆍ녹음 등에 직접 관여하거나 그 밖의 위법한 방법에 의하여 대화내용을 취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대화내용의 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공익이 그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보다 월등히 우월하다는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고, 따라서 처벌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개별 사안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해석 적용하는 법원은 표현의 자유로 획득되는 이익 및 가치와 통신의 비밀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이익 및 가치를 형량 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고 통신비밀의 취득과정, 공개의 목적과 경위, 공개된 통신비밀의 내용, 공개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그 공개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불법 취득한 타인 간의 대화내용을 공개한 자를 처벌함에 있어 형법 제20조(정당행위)의 일반적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규정을 적정하게 해석 적용함으로써 공개자의 표현의 자유도 적절히 보장될 수 있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에 형법상의 명예훼손죄와 같은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특별규정을 두지 아니하였다는 점만으로 기본권 제한의 비례성을 상실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다) 문제가 되는 것은, 법원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할 경우, 예컨대 타인과의 대화내용이 공중의 생명ㆍ신체 등 고도로 가치가 있는 중대한 공익에 대한 직접적이고 임박한 위험이 있는 극히 예외적인 때에만 대화내용 공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등의 경우에는 공개자의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구체적인 사건에서 당해법원이 형법 제20조의 일반적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규정을 적정하게 해석 적용하였는지 여부의 문제, 나아가 위와 같이 공개자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법원의 판결이 있을 때 그것을 사법절차 내에서 어떤 방법으로 시정할 것인지의 문제라 할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공개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의 문제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라)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감청장비 및 기술의 개발로 말미암아 국가기관과 사인에 의한 불법 감청ㆍ녹음 등으로 개인 간의 통신의 비밀이 침해될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사사로운 영역으로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아야 할 개인 간의 대화내용이 불법으로 감청되거나 녹음되고, 더 나아가 불법 감청 또는 녹음된 대화내용이 제삼자에 의하여 공개된다면 개인의 통신비밀이 침해당할 우려가 크다.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인 간의 대화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법하게 취득한 대화내용을 누설ㆍ공개한 자를 처벌함으로써 대화내용을 누설ㆍ공개하는 자의 표현의 자유를 다소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중대한 공익을 위한 공개의 경우에는 형법상의 일반적 위법성조각사유가 적용되어 처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제한 정도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인의 대화의 비밀에 비하여 월등하게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상충되는 개인 간의 대화의 비밀과 공개자의 표현의 자유 사이에 법익균형을 상실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다. 결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21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5. 와 같은 재판관 이강국의 한정위헌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라. 주문
통신비밀보호법(2001. 12. 29. 법률 제6546호로 개정된 것) 제16조 제1항 제2호 중 ‘대화의 내용’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G. 재판관 이강국의 한정위헌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지득한 대화의 내용을 합법적으로 취득한 자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가. 표현의 자유와 통신비밀의 자유
1) 표현의 자유
헌법 제2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는 전통적으로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를 의미하고,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며 행복을 추구하고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ㆍ유지시켜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다(헌재 2002. 4. 25. 2001헌가27, 판례집 14-1, 251, 265 등).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참여적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우월적인 헌법상의 기본적 권리로 평가되고 있고, 특히 그 표현의 내용이 진실하고 공익적 사항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한층 더 두텁게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2)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통신비밀의 자유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사생활의 영역을 내용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가진다. 또한 헌법 제18조는 통신의 비밀보호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통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바, 통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서 보장하는 것은 우선 사적 영역에 속하는 개인 사이의 의사소통을 사생활의 일부로서 보장함으로써 사생활과 프라이버시 보호의 수단적 의미를 가지고, 나아가 사회구성원 상호 간에 의사와 정보 교환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촉진하기 위한 것이므로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3) 기본권의 충돌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불법 감청ㆍ녹음 등을 통하여 취득한 타인 간의 통신이나 대화내용 등을 공개ㆍ누설하는 경우 이를 처벌하는 규정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통신의 비밀(이하, ‘통신의 비밀 등’이라 한다)을 철저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통신이나 대화내용 등을 공개하는 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관계되는 기본권이 상호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헌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성급한 법익형량이나 추상적 가치형량에 의하여 양자택일적으로 그중 하나의 법익만을 실현하고 다른 법익들을 가볍게 포기하여서는 안 되고, 상충하는 기본권들 모두가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화로운 해석방법, 즉 규범조화적 해석이 모색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해석
1) 법정의견의 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 간의 대화의 비밀을 확고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공개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으므로 그 한도 내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사적인 대화의 비밀을 침해하여 위법하게 취득된 대화내용을 공개한다는 점에서 그 처벌의 필요성이 명예훼손죄와는 달라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특별규정을 두지 않더라도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아니라는 이유로 합헌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형법 제20조의 적용문제와 명예훼손죄 등에 있어서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하여 살핀다.
2) 형법 제20조와 제310조 등과의 관계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그 위반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을 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법원은 오래전부터 형법 제20조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하여 왔고, 특히 표현의 자유처럼 다른 기본권과 빈번하게 충돌할 수 있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처벌을 면하기는 쉽지 않았다(우선 이 사건의 당해 사건에서도, 항소심은 청구인의 이 사건 도청자료 공개행위에 대하여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여 관계되는 부분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한편, 입법자들은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하여 형법에 명예훼손죄를 규정하면서도, 다른 한편 이와 상충되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실질적인 수단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충돌하는 위 2개의 헌법상의 법익과 가치를 조화시키기 위하여 형법 제20조와는 별도로, 형법 제310조에서 명예훼손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규정하였고, 이러한 입법취지는 그 후 공직선거법 제251조 단서에서도 그대로 수용되고 있다. 결국 형법 제310조와 공직선거법 제251조 단서가 규정된 것은 개인의 명예와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상호 충돌하고 있는 기본권을 비교ㆍ형량 하여 비례적ㆍ조화적으로 보장하려는 헌법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규범조화적 해석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통신비밀의 보호 등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이므로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법익형량이나 규범조화적 해석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통신비밀의 보호도 크게는 사생활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인바, 통신비밀 등에 대한 침해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그 경우에는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형법 제310조를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 보장과의 충돌을 비교ㆍ조정하려고 한 경우와 동일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즉,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명예훼손죄 등에 있어서도 표현의 자유와 조화롭게 조정ㆍ보장하기 위하여 특별한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통신비밀의 보호 등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도 특별한 개별적 위법성조각사유를 해석의 방법에 의하여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나) 오늘날 민주주의의 요체인 표현의 자유는 비판의 자유를 그 핵심으로 하고 있고, 공정한 비판이야말로 사회발전의 불가결한 요소이다.
따라서 불법 감청ㆍ녹음 등을 통하여 생성된 정보이지만, 그 취득 과정에 비난할만한 불법적인 사정이 개입되지 않았고, 공개한 내용이 진실한 사실로서 국민이 알아야 할 공익성ㆍ공공성을 갖추었다면, 그것은 민주제의 토대인 공개적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지 그러한 내용의 공개를 주저하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생성 과정에 불법 감청ㆍ녹음 등과 같은 범죄행위가 개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이후의 사정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당해 정보가 공론의 가치가 있는 공적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이나 토론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면,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것이고, 이는 곧바로 여론의 형성과 확대를 저해하여 대의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다) 물론 불법 감청ㆍ녹음된 통신비밀의 공개나 누설행위에 대하여 특별한 위법성조각사유를 허용하게 되는 경우 불법 감청ㆍ녹음 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개의 대상이 된 정보가 불법 감청ㆍ녹음 등에 의해 취득된 독과실(毒果實)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공개를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엄격하게 차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불법 감청ㆍ녹음 등의 방지라는 입법목적은 불법적으로 이를 행한 자를 철저하게 찾아내고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달성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지, 단지 불법 감청ㆍ녹음 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진실과 공익을 위한 언론의 헌법적ㆍ사회적 소임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도 같은 입장이다). 나아가 위에서 설시한 위법성조각사유를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한다면, 불법 감청ㆍ녹음 등을 조장할 위험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우선, 불법 감청ㆍ녹음 등의 정보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불법 감청ㆍ녹음 등을 사주하거나 불법 감청ㆍ녹음 자료 등을 금전으로 매수하는 등의 위법한 방법이 게재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공개하는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며, 공개하는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이어야 할 것이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여야 하므로 형식적으로는 공익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사적인 이익을 위한 경우이거나, 공개의 동기가 주로 사적인 이익을 위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법원 실무에서도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가 그리 쉽게 인정되지 않고 있는 사정 등도 참고가 되어야 할 것이다.
라)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불법 감청ㆍ녹음 등으로 생성된 정보를 합법적으로 취득한 자가 이를 공개 또는 누설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는 이를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특별한 위법성조각사유를 두고 있지 아니하여 상호 충돌하는 기본권 중 통신비밀 등의 보호만을 일방적으로 과도하게 보호하고 표현의 자유 보장을 소홀히 하거나 포기하여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되었고, 그 범위에서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인바, 이러한 위헌적 부분은 한정위헌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제거될 수 있을 것이다.
다. 소결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불법 감청ㆍ녹음 등에 의하여 생성된 정보를 불법의 개입 없이, 즉 합법적으로 취득한 자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H. 이 사건 관련 논평
1) 어쨌든 헌법규범력이 저하하는 근저에는 입법이든 판례이든 학설이든 민주주의와 정의와 인권에 대한 통찰력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통신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은 사실상 ‘통신감청보호법’이다. … 더욱이 국가정보원은 한 문서당 8.5건의 전화번호를 감청하였으므로 그 방식을 ‘바닥 끌그물(저인망)’식 감청이라 할 것이다.
2) 더 문제인 것은 정보기관의 불법도청에 무기력한 통신비밀보호법의 실상이 이미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 드러났는데도 요지부동인 점이다. 오히려 통신비밀보호법은 “삼성그룹 총수의 지시에 의해 그룹 부회장과 국내 유수의 신문사 발행인이 대선후보를 비롯한 정계, 검찰, 언론에 대한 불법 뇌물 수수를 모의하는 정황”이 담겨 있는 안기부 X파일을 공개한 국회의원에게 칼날을 겨누었다.
2005년 8월 18일 당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었던 노회찬 의원은 국회의원 회관에서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nanjoong.net)에 게재하였다. 2007년 5월 22일 검찰은 떡값 검사의 한 명으로 알려진 안강민 씨가 고소한 명예훼손 건으로 그를 기소하였으며, 2009년 2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였다.
그것은 이미 충분히 위헌인 통신비밀보호법이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헌법 제46조 제2항)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헌법 제45조)는 헌법규범까지 침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그동안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에 대한 논의는 주로 그 남용 또는 악용에 대한 제한의 관점에서 논의되었다. 면책특권의 경우에는 선거 직전의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에 따른 명예훼손이 주로 논란거리였다. 불체포특권의 경우에는 이른바 ‘방탄 국회’, 합리적 이유 없이 의원체포동의안에 대한 부결, 비리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의원에 대한 석방요구결의안 의결 등이 그 계기였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국회의원의 특권이 의정활동과 무관하게 국회의원의 무책임한 범죄적 언동을 부추기고, 형사책임 추궁을 곤란하게 하여 개인 비리와 범죄를 감싸는 제도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4) 국회의원에 대한 면책은 국회의 입법기능이 축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비록 소수라고 하더라도 국회의원들에 대하여 그들의 의정활동을 이유로 법적 책임을 물어 법정에 세우는 경우, 표적이 된 의원들과 뜻을 같이 하는 동료의원들 사이에 일반적인 위축 효과(chilling effect)가 생겨나기도 하고 또는 어떤 입법을 위하여 연대하는 의원그룹 내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의원을 솎아냄으로써, 국회 전체의 입법기능을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한 헌법적 보장은 “입법기능의 원활한 수행이라는 의회의 이익을 국가의 사법․준사법기능의 수행이라는 이익보다 우위에 두는 헌법적 결단이 내려짐으로써 입법기능과 사법기능 사이의 기울기가 생긴 것을 알 수 있다.”(김선택, 국회의원의 면책특권ㆍ불체포특권 제한입법의 헌법적 한계, 헌법학연구, 제10권 제3호, 2004, 17쪽) 그런 점에서 법원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인정하는 것은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입법 기능을 축소시키는 사법적 권한의 확장이라 할 것이다.
5) 2005년 8월 18일 노회찬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무장관을 상대로 안기부 X파일에 대한 대정부질문을 하기에 앞서 같은 날 국회출입기자들에게 이 사건 보도자료를 배포함과 동시에 동일한 자료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였다. 그는 국회법사위에서 법무부장관에게 이 파일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였다. “비록 안기부 X파일이 불법적으로 도청된 것이며 따라서 재판의 유일한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하더라도 수사의 신실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노회찬, 나를 기소하라, 정보와사람, 2008, 7쪽)였기 때문이다. … 그런데 헌법적으로 중대한 사안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문제 제기는 통신비밀보호법의 공개 금지와 처벌 규정 때문에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현직 법무부차관과 고등검사장의 실명이 X파일에 등장하는데, 법무부장관에게 조사를 요구하고 동석한 법무부차관에게 뇌물수수가 사실인지 묻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한 의무”(노회찬, 앞의 책, 7쪽)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그 자신도 “만일 내가 도청테이프에 들어 있는 떡값검사들의 명단을 보고서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으로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옳다면 해야 한다. 다시 또 이런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나의 행동은 똑같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노회찬, 앞의 책, 16쪽). 그의 행위가 국민이익을 위한 양심적 직무행위였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 이후 국회의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이 비슷한 내용의 특검법안과 X파일 공개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한 것 또한 노회찬 의원의 행위가 국회의원으로서 입법을 촉구하기 위한 직무행위였음을 증명한다.
그런데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은 채 2005년 12월 14일 서울중앙지검은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X파일의 이학수 부회장과 홍석현 사장 등은 혐의 없음 처분, 반면 이상호, 김연광 기자는 불구속 기소 처분이었다. 이상호 기자는 2006년 8월 11일 무죄선고를 받았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2007년 5월 22일 검찰은 노회찬 의원을 기소하였다. 떡값 검사의 한 명으로 알려진 안강민 씨가 고소한 명예훼손 건이었다. 노회찬 의원은 “누가 보더라도 불법비리가 명백한 내용을 접했다면, 이를 공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임을 다시 강조하였다(노회찬, 앞의 책, 46쪽).
6) 문제는 민주주의 없는, 민주주의에 터 잡지 않은, 민주주의적이지 않은 ‘법’이다. 따라서 그 치유책 역시 민주주의이어야 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이 직무 수행을 빙자하여 정치적 사리사욕을 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여 국회의원 직무행위의 면책 여부를 검찰과 법원에 대한 의존할 수는 없다. 나는 그것은 헌법규범에 맞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헌법에 따라 ‘국가이익을 우선한 양심에 따른 직무행위’인지 그래서 그 국회의원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제일차적으로는 국회에 맡기되, 그 최종적인 판단은 선거를 통한 유권자의 결정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 검찰과 법원의 개입은 엄격하게 제한적이어야 하고 신중하여야 한다. 헌법이 국회의원의 면책을 허용하는 진정한 규범적 의미는 그것을 제약함으로써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 같은 자를 응징하는 데 있다기보다는 민주주의와 헌법적 정의를 위하여 일체의 권력에 맞서고자 하는 국회의원을 일체의 권력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7) 결론적으로 그게 부족하다면, 아니 그렇게 느끼지 않더라도 광범위한 국회의원 면책행위에 상응하는 고삐로서, 필요하다면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국민소환제를 도입할 일이다. 그것은 의회로 하여금 독재적 집행부와 그에 부역한 사법부의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현재 그리고 헌법으로 호가호위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과는 거리가 먼 헌법재판소의 현실을 교정하도록 하는 지렛대 구실을 할 수 있다. 헌법규범해석상 권력분립과 권력분립원리는 의회 중심적이어야 하되, 민주주의는 그 의회를 다잡는 국민의 정당한 몫을 확장할 것을 요청한다. 국민소환은 집회와 시위를 원천봉쇄함으로써 집시법이 폐쇄한 광장(민주주의)의 또 다른 차원이면서 광장(민주주의)을 되살리는 길이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이 조례개폐청구로 열리지 않는다면 주민소환으로 그 광장을 열어야 한다. 법치가 민주주의에게 광장을 열지 않는다면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도 소환할 수 있어야 비로소 국민이 주권자이다. 그래야 재벌권력과 거대언론권력에게도 평등한 법치가 그리고 그들만의 광장인 시장에서도 민주주의가 자리 잡을 것이다. ‘만 명만 평등한 것이 아니라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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