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은 설레는 달이죠? 3일 개천절과 9일 한글날, 그리고 운이 좋으면 추석 연휴가 있어 공휴일이 많은 달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10월 초의 긴 공휴일은 잘 즐기셨나요? 저는 일본에 체류 중이어서 별다른 느낌이 없었습니다. 대신 평일이려니 했는데, 의외의 날이 공휴일이어서 살짝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월요일인데, 숙소 사무실의 직원이 근무하지 않아서요. 9월 1일에 일본에 왔으니, 첫 공휴일은 9월 15일이었어요. 경로의 날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사회에 힘쓴 노인을 경애하고, 장수를 바라는 취지랍니다. 고령화 사회의 한 단면일까요?
추분(秋分)의 날도 공휴일입니다. 보통 9월 22일이나 23일인데, 올해는 23일 화요일이었습니다. 10월 두 번째 월요일인 13일은 스포츠의 날이에요. 1964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기념합니다. 가장 최근인 11월 3일은 문화의 날인데요. 첫 연원은 메이지 ‘천황’의 생일이었는데, 지금은 현행 일본 헌법 공포일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한국의 제헌절과는 다릅니다. 5월 3일이 헌법 기념일로서 1947년 일본국 헌법이 시행된 날을 기념하는 공휴일입니다. 평화(제9조)와 문화(제25조 제1항)를 중시한다는 의미여서 미술관과 박물관을 무류 개방하는 등 문화 행사가 많습니다.
일본에서 특이한 건 석가탄신일과 성탄절이 공휴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헌법에서 국가는 종교에 대해 일체 특권을 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제20조 제1항)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2조가 석가탄신일과 기독탄신일을 공휴일로 지정함으로써 헌법 제20조 제2항의 정교분리 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특정 종교의 기념일에 대해서만 공휴일을 인정하여 다른 종교와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권 및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이 제기된 적이 있었는데요. 헌법재판소가 위헌성을 판단하는 전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각하했습니다(헌재 2010. 5. 25. 2010헌마277).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은,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 침해라면,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그 법령이 시행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법령이 시행된 후에 그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헌재 1996. 3. 28. 93헌마198). 그런데 석가탄신일과 기독탄신일을 관공서의 공휴일로 정하고 있는 이 사건의 조항은 2005년 6월 30일 개정되어 같은 날 시행되었고요. 이 사건은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인데, 법령 시행일인 2005년 6월 30일부터 1년이 훨씬 지난 2010년 4월 30일 제기되었기 때문에 청구 기간을 지났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이러한 제약은 헌법소원 심판이 너무 많아지면 헌법재판소 부담이 가중되므로 마련한 절차이긴 한데요. 형식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헌법적인 문제를 판단하지 않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다른 종교와 차별적이지 않은지 헌법적으로 판단하는 건 중요하잖아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이 대통령령으로 처음 제정된 건 1949년 6월 4일인데요. 그때는 1월 1일~3일, 4월 5일 식목일, 추석, 10월 9일 한글날, 12월 25일 기독탄생일, 그리고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로 규정했어요. 석가탄신일이 공휴일이 된 건 1975년 1월 27일 개정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부터입니다.
공휴일의 헌법적 근거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쉴 권리, 즉 휴식권을 떠올릴 듯한데요. 일단 휴식권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32조 제3항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근로자의 경우 과도한 노동으로부터 자유의 의미에서 헌법적 의미가 있습니다. 법정휴일에는 근로기준법의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이 있고, 원칙적으로 유급 휴일입니다.
근로자가 아닌 경우 공휴일제도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 텐데요. 행복추구권은 워낙 인정 범위가 넓어서 헌법적인 효력은 약합니다. 공휴일이 너무 적은 게 휴식권 침해라고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법령에 따라 정부의 재량으로 정해지는 사안이죠. 그래도 좋은 정부라면 적정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공휴일제도를 잘 운용하겠죠? 토요일과 일요일 외에 공휴일 없는 달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편안하게 적정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사회보장 제도도 잘 정비되었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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