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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by 한량돈오

‘NDC’라고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제게는 입에 익지 않은 단어인데요.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즉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입니다.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자발적으로 설정해 유엔에 제출하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입니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등장했고요. 각 나라는 5년 단위로 목표를 갱신·제출하고 이행 상황을 보고합니다. 한국은 2015년 BAU 대비 37% 감축을 제출했고, 2021년 40% 상향 NDC를 제출했습니다. 2030년 배출량 436.6백만 톤(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과 연평균 4.17% 감축률을 제시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29일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의 목표관리) 제1항 제1호 위헌 확인 사건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이 법은 폐지되었고, 2021년 9월 24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아래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었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제1항에서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퍼센트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이하 “중장기감축목표”라 한다)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정한 기한은 2026년 2월 28일까지입니다.


헌법재판소가 문제 삼은 것은 2031-2049 감축 목표를 정하지 않은 것이고, 2030년까지 35% 이상, 40% 감축 목표는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사법기관으로서 정책 판단을 자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비판적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기후 위기의 위험을 환경권 침해로만 제한하여 판단했습니다. 전통적인 환경권 침해 판단에 활용하는 헌법 원칙은 과소 보호 금지 원칙인데요. 정부는 환경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low threshold)만 하면 된다는 원칙입니다. 국가의 재정 등 문제가 관여되어 있어 헌법재판소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배경이 역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는 나날이 심해지는 기후 위기 상황을 외면하고, 헌법재판소가 전개한 심사 기준을 충분히 적용하지 않았으며, 국제적인 공정 배분에 대해서는 합의된 “탄소 예산” 방법론이 없다는 이유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세대 간 형평성 기준도 2031-49년 목표의 부재를 판단할 때는 고려했지만, 2030년 목표의 적절성을 판단할 때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감축의 실효성 확보에 대해서도 2031-49년 사이 목표에 대해서는 감축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2030년 40% 목표의 실질적 달성 가능성이 없음에도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30년 40% 목표를 합헌으로 결정하면서도 “위헌이 아니어서 합헌일 뿐” “이것이 최선이어서” 합헌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법령을 “최선”으로 만드는 일은 정치 영역의 담당이라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아쉽지만, 이제 남은 일은 국회의 입법입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에 2030년 55% 감축 목표가 합헌이라고 하면서 2031년 이후 목표 부재를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독일 연방의회는 같은 해 국회에서 55% 목표를 65%로 상향하는 2040년 목표를 신설했습니다. 독일 연방의회는 헌법재판소 요청을 신속하게 수용하면서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단에도 그 목표를 상향했습니다.


2025년 11월 10일(월) 탄소중립기본법상의 대통령 직속 기구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35 NDC를 2018년 순배출량(742.3백만 톤 CO2 eq) 대비 2035년 △53%~△61%를 감축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 감축 목표에 대한 비판적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우선 정부의 목표가 기후 위기 대응에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67% 감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산업계(40%대 중후반)나 IPCC(61%)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시민사회 위원들이 사퇴하는 등 탄소중립위원회 운영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시민사회 의견의 반영이 부족하고, 정부가 미리 결론을 정해두고 시민 동의를 구하는 ‘답정너’식 방식이라고 비판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각계 의견 수렴 기간을 연장하고, 시민사회·산업계·청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대화 채널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으나,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기후 위기는 전통적인 환경권의 보호 범위 또는 법령에 대한 기존의 위헌 판단기준 그리고 구태의연한 관 주도의 NDC 결정 방식으로는 적정하게 대응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기후 악당’ 국가로 평가됩니다. 지난 11월 19일 저먼워치 등 국제 기후단체들이 주도해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지수(CCPI) 2026’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평가 대상인 전체 67개국 가운데 63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보다 아래로 평가된 국가는 순서대로 러시아, 미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4개국뿐입니다. 평가는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소비, 기후 정책 등 4개 부문입니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과 재생에너지, 에너지 소비 부문에서 ‘매우 낮음’ 평가를, 기후 정책 부문에서 ‘낮음’ 평가를 받았습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2026년 1월 1일부터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이름이 바뀝니다. 위원회의 명칭만이 아니라 이름에 걸맞은 기후 위기 대응 기구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랍니다. 탄소중립기본법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 (재)지구와사람 지원으로 수행한 연구 과제를 마무리하고 있는데요. 다음에 소개하겠습니다.


* 한겨레 2025. 11. 19.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230077.html>>, 검색일: 2025. 11. 24.


※ 이미지 라이선스: 탄소 제로, 제작자 Jam, 파일 유형 JPEG, 범주 그래픽 자료, 라이선스 유형 표준


#그때헌법은 #한량돈오 #기후위기 #탄소중립기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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