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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수 Oct 18. 2022

재미있는 그리스 단어들

arsenal의 두 가지 해석과 영화 컨택트, 제프 쿤스와 호모 사케르

줍줍한 재미있는 단어들.

 

1. 고대 그리스어에서 telos고유의 목적 peras 고유의 한계는 같은 것을 의미했다.

2. arsenal은 무기 혹은 도구로 번역된다.  


telos와 peras의 관계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으나 arsenal은 생소했다. 무기는 다소 부정적인 (파괴를 위한) 뉘앙스이고 도구는 생산을 위한 것인데 어떻게 같은 단어로 묶였지? 상반되는 면을 하나의 단어에 묶기도 하나 싶었지만 조금 더 자세히 보니 같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도구는 기본적으로 변형을 전제로 한다. 망치는 못을 박기 위해, 삽은 흙을 푸기 위해, 붓은 물감을 바르기 위해.


우리 입장에서야 창조를 위한 생산이지만, 실상 대상의 입장에서는 파괴와 공격이다. 대상이 딱히 말이 없을 뿐. 즉, 도구와 무기를 가르는 기준은 대상이 눈에 띄는 생명을 가지고 있느냐일 뿐 실상은 같은 맥락이다. 도구는 유아적으로, 죄책감 없이 휘두르고 무기는 부담을 가지고 휘두른다.


비슷한 사례를 <컨택트>에서 본 적이 있다. 외계인과 조우한 인류는 언어학자를 대표로 내밀어 그들과 소통을 한다.


언어학자는 수많은 대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 언어를 가르치며 공통의 의사소통 기반을 만든다. 그는 이것을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하며 조금만 엇나가면 의사소통이 결렬되고 그것은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게임의 방식을 사용한다. 중국이 마작과 체스를 이용해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을 알아챈 언어학자는 크게 놀라면서 '게임으로 공통의 언어기반을 마련한다면, 그들의 인식에서는 모든 것이 게임의 용어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게임은 기본적으로 arsenal의 시스템이다. 그것이 공격이던, 변형이던/ 혹은 무기이건 도구이건 그 차이는 의미가 없다. 만약 외계인에게 게임으로 의사소통을 건다면 그들은 '유아적으로' '죄책감 없이' 인류를 말살할 수도 있다. 여기가 A의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면 여기에서는 A를 세밀하게 분별할 수 없고, A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실 A 시스템 안에서는 A라는 어휘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몇 명은 그 A를 집요하게 탐구해나간다. A는 시대정신, 시대감각, 등으로 일컬어지기도 하고 현재진행중일때는 그 존재를 땅의 단단한 기반 밑에 감추고 있다가 시간이 흐르면 모습을 드러낸다.


이것을 알아차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중 몇 가지는 이렇다  

1. 절대성의 역사성을 알아채기

2. 폭로하고 비틀기, 의도적으로 파괴시켜보기.

3.  예외 상태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1. 절대성의 역사성을 알아채기



1번은 어떤 당연하다고 여겨져 왔던 절대적 개념이 사실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유동적인 개념이라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를테면 Romantic이 사실은 로마 시대의 낭만 소설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현재의 낭만적 사랑의 허상을 엎을 수 있다.   


2. 폭로하고 비틀기, 의도적으로 파괴시켜보기.


2번은 이불의 방식, 혹은 제프 쿤스의 방식

무엇을 비틀고 크기를 바꾸고 뒤집었을 때 커다란 반향이 있다면 그것은 시스템에 가까운 것이다. 싸구려 재료를 의도적으로 키운다면?

뒤샹은 조금 더 심했다. 제프 쿤스가 자본주의를 변형했다면 뒤샹은 미술 그 자체를 변형했다.

뒤샹이 시행한 것은 미술의 대상을 바꾸기. 여러 이유로 미술의 대상이 재료에서 작가의 개성으로 변하려는 찰나 그는 별안간 미술의 대상을 미술 그 자체로 선택했다.


3. 예외 상태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homo sacer는






희생양(제물)으로 삼을 수 없지만 그를 죽여도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그는 이미 신의 소유이므로 희생양(제물)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신의 영역에서 배제되어 있고, 인간 공동체의 법/권리의 보호 바깥에 위치하기에 그를 죽여도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간의 영역에서도 배제된다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653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아감벤에 따르면 주권이 형성되는 토대가 호모 사케르의 예외 상태라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위를 보거나 아래를 보기 쉽지만 시스템을 감지하려면 예외 상태를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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