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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홉수 Nov 30. 2023

플레이브, '만찢남' 버추얼 그룹이 사랑받는 방법

'인간과 똑같은가' 보단 '매력이 있나'가 중요


플레이브 '기다릴게' 뮤직비디오

12월에 접어드는 연말 시즌, 올해도 2023년 활동을 정리하는 시상식이 진행된다. 글로벌 가요 시장에서 K팝이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낯선 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다. 이 그룹은 제33회 서울가요대상 시상식 신인상 부문에서 1위를 내달리고 있다. 데뷔 때부터 주목받고 있는 제로베이스원, 라이즈보다 앞서고 있다. 


플레이브는 지난 3월 데뷔한 5인조(예준, 노아, 밤비, 은호, 하민) 버추얼 그룹이다. 그룹명인 플레이브(PLAVE)는 'Play'와 'Rêve(꿈)'를 결합해 만든 이름으로,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플레이브는 가상의 캐릭터 멤버가 꾸려진 그룹이지만, 보컬 댄서 래퍼 등 멤버마다 메인 포지션을 갖고 있다. 예준이 그룹의 리더를 맡고 있는데, 이 또한 기존 아이돌 그룹들과 다르지 않다.


플레이브의 소속사 블래스트는 MBC 사내 벤처 1기로 시작해 분사한 버추얼 캐릭터 전문 회사다. MBC 드라마 작품에서 리얼타임 엔진 기술을 담당한 이성구, 윤창희 대표가 설립했다. 플레이브의 데뷔일로 미뤄보았을 때 지난해 메타버스 붐이 일었던 시기 전후로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에 무수한 회사들이 '메타버스' '가상 콘텐츠' 등의 키워드를 내세웠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반면 플레이브는 연말 시상식에서 유력한 신인상 수상자로 꼽힐 정도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플레이브는 여타 버추얼 그룹들과 달리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듯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신곡이 나올 때마다 뮤직비디오, 안무 영상을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시간 방송으로 팬들과 소통한다. 기존 아이돌 그룹들처럼 팬들과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버추얼 그룹들은 단순히 미리 촬영하고 만들어진 비디오 클립으로만 팬들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브는 시각 효과 기술과 게임 엔진을 결합해 고품질의 라이브 시연이 가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방향적인 버추얼 그룹이 아닌 팬들과 교감할 수 있다.

처음 얼굴을 알리는 신인 그룹들은 인지도를 쌓고 팬들을 모으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든든한 지원군들을 보유한 대형 기획사들도 신인 그룹들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플레이브는 버추얼 그룹으로서 획기적인 성과를 냈다. 플레이브 유튜브 채널은 현재 50만 구독자를 달성했고, 데뷔곡인 '기다릴게 (Wait For You)'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580만회를 넘어섰다. 탑티어급은 아니더라도 한국 가요계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가수들만큼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플레이브는 데뷔 후 '기다릴게 (Wait For You)', '왜요 왜요 왜?', '여섯 번째 여름' 등의 곡을 공개했다. 지난 8월에는 미니앨범 'ASTERUM : The Shape of Things to Come'을 발매했다. 오프라인 무대나 행사 활동을 할 수 없는 공백들을 새로운 콘텐츠들로 채우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플레이브가 무작정 신곡들만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 뮤직비디오 외에도 다른 가수들의 곡과 댄스 커버 영상으로 멤버들 각자의 실력을 증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15문 15답' '음악방송 직캠 라이브' '릴레이 댄스' 등 버추얼 그룹으로서 불가능할 줄 알았던 콘텐츠까지 제작하고 있다. 


음악적으로 플레이브는 '가장 아이돌 스러운' 곡들을 선보이고 있다. 버추얼 그룹답게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그 자체의 비주얼과 음악을 내세우며 성공을 거뒀다. 플레이브는 가상 세계 카엘룸에 살던 캐릭터들이 지구의 개발자로부터 능력을 부여받아 아스테룸으로 오게 됐고, 지구(테라)와 소통할 수 있게 됐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기다릴게 (Wait For You)' 뮤직비디오에서 플레이브의 스토리가 잘 담겨있는데, 잔잔한 피아노 연주의 인트로로 시작돼 청량한 보컬이 어우러지는 음악은 플레이브의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플레이브는 실제 인간과 같은 모습을 최대한 구현하기보단 게임 캐릭터에 가까운 모습이다. 어설프게 사람의 외관을 이식하기보단 캐릭터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할지를 고민했다. 플레이브의 사례로 볼 때 대중이 버추얼 그룹에 관심을 두게 되는 계기는 '얼마나 인간과 똑같은가'가 아니라 '얼마나 매력을 갖고 있는가'에 있는 듯하다. 제작진은 플레이브가 인간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들이 사랑받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플레이브의 태생적인 한계와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처음 버추얼 그룹을 접하는 이들에게 대부분 어느 정도 반감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선뜻 버추얼 그룹의 팬이라고 밝히기 꺼려지기도 하고, 신경 쓰일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애정을 쏟는 대상이 인간이 아니라 캐릭터라는 점도 팬이 되기까지 극복해야 하는 장벽이 된다. 버추얼 그룹들이 현재 돌파해야 하는 장애물들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플레이브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팬들과 상호작용으로 더욱 친근하게 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멤버들은 주기적으로 실시간 방송을 하고, 채팅창의 팬들을 글을 읽으며 반응했다. 예상치 못하게 캐릭터들의 몸이 꼬이거나 오류가 나는 돌발 상황들은 시청자들에게 웃음 포인트가 됐다. 멤버들이 당황해하거나 애써 상황을 무마하려는 모습들은 '가상 세계'라는 틀에 갇힌 캐릭터가 우리의 세상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됐다. 


특히 플레이브 캐릭터 뒤에 있는 멤버들은 여느 그룹 뒤지지 않는 보컬, 댄스 실력의 소유자다. 생방송 도중 오류가 튀어나오기도 했던 기술력 또한 발전 중이다. 이제는 다른 가수들이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댄스 챌린지를 할 때 같이 춤을 출 정도로 플레이브는 점차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플레이브 멤버들의 실력에 더해진 블래스트의 기술력 덕분이다. '덕후'들의 전유물이었던 버추얼 그룹들이 어느새 성큼 현실 속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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