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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Feb 13. 2023

수영 - 누워서 하는 운동

배영

만 3년을 가방처럼 매고 다녔던 아기띠는 상체를 앞으로 뽑아냈다. 뒤뚱거리며 걸을지언정 절대 유모차를 타지 않으려는 아이손을 잡느라 등은 동그랗게 굽었다. 걸으면서 할 말이 왜 그리 많은지 종알종알 아이목소리를 들으려 귀를 낮추었더니 목도 뽑혀 나왔다.

앞으로 돌돌 말린 어깨와 굽은 목. 아이를 키우며 새로이 얻은 나의 체형이다.




어릴 적부터 누워있는 거 하나는 자신 있었다. 제버릇 개 못준다더니 어른이 된 지금도 틈만 나면 눕는다. 중력은 나에게만 강하게 적용되는지 서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었다.


배영

누워서 하는 운동 이라니. 다른 영법들과 다르게 왠지 자신 있어졌다. 쭈볏쭈볏 거리지 않고 이번은 첫 번째 순서를 자처했다. 킥판을 배에 끌어안고 눕자 몸이 둥실 떠오른다. 새로 배운 발차기도 문제 될 게 없었다. 누가 정수리를 당기는 것 마냥 뒤로 쭉쭉 잘 나간다. 역시. 누워있는 건 잘할 줄 알았다.

수달이 된 것처럼 킥판을 안고 배영을 한다. 자유형보다 호흡도 쉽다. 숨이 차지 않으니 물속은 천국 같다. 발차기 몇 번에 수영장 천장 타일이 휙휙 지나간다.


꿍. 내 자신감은 수영장 벽에 머리 부딪히는 소리로 끝이 난다. 일어나는 방법을 배웠지만 꽝 하는 순간 까맣게 잊은 채 꼬르륵 물속으로 빠진다. 허우적거리며 옆으로 비켜나니 뒷사람도 꿍 수영장벽에 머리를 박는다. 초보인 우리는 레일이 끝나는 지점을 몸으로 배운다.



배영 발차기 연습이 끝나자 팔동작을 배우기 시작한다. 몸통 안으로 회전했던 자유형 팔동작과 배영의 팔동작은 다르다. 귀 뒤까지 팔을 넘겨 돌린 후 옆구리에 붙이는 연습을 한다. 평상시에 하지 않은 동작에 민망함이 감돈다. 겨드랑이 개방이라니. 분명 제모를 열심히 했는데도 확인하고픈 부끄러움이다.


팔을 뒤로 젖히자 어색함 마저 감돈다. 앞으로 숙이기만 했지 뒤로 젖혀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익숙하지 않아 움츠려드는 팔동작에 선생님 호령이 붙는다. "한 손씩! 곧게 펴서 돌리세요!"

당황하자 몸에 힘이 들어가고 엉덩이는 내려간다. 호흡할 새도 없이 물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누워있어 잠시 잊었지만 이곳은 물이다. 방심한 코로 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컥컥. 배영은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다. 빙글 돌아 겨우 일어선다. 잔뜩 먹은 물로 배가 볼록해진다.


 동작을 모두 배웠으니 팔동작과 다리동작을 함께 해볼 시간이다. 킥판 없는 배영이다. 나를 믿자 몸이 둥실 떠오른다.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발등으로 밀어내듯 물을 쳐낸다. 어라. 빠지기는커녕 앞으로 쑥 움직인다.


몇 번 하다 보니 해방감이 감돈다. 내 팔은 뒤로도 돌아가는 구조였구나. 새삼 감탄하는 내 신체다.




이제는 안기에 버거운 아이들. 앞으로 안고 숙이기만 했던 유아육아를 배영과 함께 날려버린다. 어깨를 바르게 펴고 팔을 뒤로 휘저으며 거북이 체형이 바뀌길 고대해 본다.


누워 허우적 대니 신난다. 엄마를 벗어나 누워있기 좋아하는 나로 돌아가는 시간. 어쩐지 내가 제일 사랑하는 영법은 배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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