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싹!" 의사 선생님의 엉덩이 두드리는 소리에 첫째는 "으앙" 작은 울음을 터트린다. 속싸개에 안겨 건네받은 아이가 내 품에서 숨을 내쉰다.
아이의 첫 숨.
방금 전까지 양수에 쌓여 있던 아이가 만나는 첫 공기는 작은 숨과 함께 폐로 연결된다.
수영 2일 차. 나는 수영장 벽을 잡은 채 음파음파 연습을 하고 있다. 평소에 인식도 못했던 몸 안의 폐는 물속에 들어오자 존재감을 뽐낸다. 조금만 늦어지면 공기를 빨리 내놔라 아우성이다. 코로 내쉬고 입으로 들이마신다. 문장을 되뇌어 보지만 청개구리 같은 나는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는다. 켁켁
나를 포함한 어른들은 물안에 머리를 넣고 코로 공기방울을 만든다. 나도 그 사이에 자리 잡고 진지하게 코로 물방울을 만들어 낸다.
충분히 코로 공기를 내뺀 다음은 고개를 들어 파! 하고 숨을 들이켤 차례다.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몸은 아닌가 보다. 다루지 못하는 물은 가혹하다. 호흡 실수를 할 때면 콧구멍 귓구멍 가릴 것 없이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까만 물안경 밖으로 보글보글 물방울이 보인다. 물 위에 뜨려고 배우기 시작한 수영인데 어째 가라앉는 것도 쉽지 않다. 떠오르려는 몸을 누르며 물안에서 방울방울 숨을 쉰다. 수경으로 바라보는 물속은 낯설다. 아니 처음이던가. 물안에 머리를 넣어 본 것이.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옆을 보니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수모가 안 보이게 잠수한 사람은 드물다. 다들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머리를 넣은 듯한데, 수면 위에 뒤통수가 둥실 떠있는 것을 보니 모두들 무서움과 싸우고 있는 듯하다.
처음은 언제나 당황스럽다. 어른이기에 아기처럼 으앙 울 수는 없다. 각자의 방법으로 당황스러움을 감춘 채 우리는 음파. 음파. 연습을 반복한다.
상급반 회원들은 숨주머니를 차고 다닌 듯 보인다. 쉬지 않고 레일을 도는데도 힘든 기색이 없다. 나는 가만 서서 숨 쉬는 것도 버거운데 저분들은 어쩜 저리도 편안해 보이는 걸까.
숨쉬기와 발차기가 수영의 기초라 한다. 기초가 이리 힘든데 긴 레인을 수영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딱 붙는 수영복과 꽉 끼는 수모 그리고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이 얼굴을 누르는 수경이 익숙해질 때쯤은 편히 숨을 쉴 수 있겠지? 나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아가미 달린 물고기가 된 듯 호흡연습을 해본다.
물속에서의 첫 숨을 기념하며 글로 남겨본다. 지금껏 해왔던 호흡과 다르지만 언젠가 익숙해질 것이다.
마음을 다잡아 본다. 아직 코로 방울 뿜는 초보지만 언젠가 물속에서 자유로이 숨 쉴 날을 그려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