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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Feb 25. 2023

수영- 뻥! 차고 빡! 나오세요!

상상은 나비. 현실은 미역줄기.

접영은 영어로 나비헤엄(butterfly stroke)라고 부른다. 수면으로 나왔을 때 나비가 날개를 펼친 모양 같다. (새와 더 가까워 보이지만) 접영은 4개의 영법 중 에너지 소모가 가장 많고 정확한 동작을 요구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


제일 화려해 보이기에 초급반부터 동경해 왔던 영법이다. 거세게 수면 위로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멋지다. 이걸 하려 자유형과 배영 평영을 연습했던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시작은 지상 연습이다. 선생님은 먼저 웨이브 시범을 보여주신다. 선생님을 따라 중급반 회원들은 벽에 기대서 머리부터 발까지 이어지는 웨이브 연습을 한다. 여기저기서 킥킥 거리는 소리가 난다. 나도 벽을 잡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열심히 웨이브 연습을 한다. 상상 속 내 모습과 실제의 나와는 괴리감이 크다. 흐린 눈을 하고 모른 척했던 거울 속 나와 마주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노래도 없이 구령에 맞춰 춤추는 우리 반 회원들은 금세 다른 반의 구경거리가 된다. '나는 미역이다. 흔들리는 미역이다' 마인드컨트롤을 하지만 결국 풉 웃음이 새어나간다.


지상 연습 후 물속으로 돌아와 다리를 모으고 차내며 물속으로 들어가는 돌핀킥을 연습한다. 뻥 차내니 수영장 바닥까지 몸이 가라앉는다. 전복을 따러가는 해녀가 된 기분이다. 수영을 배우는 동안 잠수는 따로 해본 적이 없어 생소하지만 어색한 기분은 오래가지 않는다.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바닥으로 내려가는 동작을 내리 연습한다. (너무 재밌다.)


두 발을 모으고 차는 킥은 처음이라 다리가 계속 벌어진다. 인어꼬리 된 듯 가지런히 모으고 하나로 움직여야 하는데 늘 따로 놀던 다리는 좀처럼 붙지가 않는다.


뻥! 차고 물속으로 들어가 (입수킥) 몸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쯤 빡! 차고 (출수킥) 나오는 연습을 반복한다. 성실히 반복하지만, 내 몸은 로또 마냥 정직하다. 슬프게도 빡~ 하고 들어가서 뻥 하니 헛발질이다. 뻥 빡 빡 뻥. 맞는 게 하나도 없다.



부러운 돌고래 © SimonMettler, 출처 Pixabay


박자를 맞춰 물 타는 게 중요하다고 듣는다. 선생님 시범도 보고 직접 해보기도 하는데 도대체 물 타는 게 뭔지를 모르겠다. 느껴야 한다는데 뭘 알아야 느낄 것이 아닌가.


이해 못 하는 것들은 그 밖에도 차고 넘친다. 리듬에 맞춰 길게 웨이브 타기. 입수킥 찰 때 가슴도 같이 누르기. 팔로 물을 가두고 끝까지 뒤로 보내기. 아리송한 설명에 머리가 멍해진다.


한 팔 접영을 시작으로 양팔접영까지 이해하는데 한 달이 걸렸다. (이해했다고 했지 잘한다 하지 않았다.) 팔을 안에서 밖으로 밀어내며 추진력을 얻고 그 힘으로 물밖로 솟구쳐야 하는데 힘이 약해 잘 되지 않는다. 머릿속은 이미 날치인데 몸은 40년 산 인간일 뿐이다. 출수킥을 차고 상체가 올라온 줄 알고 입으로 숨을 쉬는데, 내 몸은 아직 물안이라 수영장 물을 한 바가지 들이키기도 한다. 양옆으로 팔을 멋지게 펴서 웨이브를 타고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내 바람도 이뤄지지 않는다. 팔이 돌아오기 전 가라앉아 만세 하듯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꼬르륵하는 우리 모습에 (물에 빠진 모습과 구별이 안 간다) 가드 선생님 얼굴에 긴장감이 돈다.  


어느 정도 배우자 돌핀킥과 호흡 그리고 팔을 함께 하는 종합연습이 시작된다. 한 개씩도 서툴었는데 세 개 동작을 함께 하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난다. 웨이브인지도 모를 리듬으로 물안에 들어가고 팔은 물밖로 나오지도 못한 채 돌아간다. 그 짧은 시간 안에 호흡을 챙기는 건 무리다. 2번을 못 가 컥컥 대며 일어난다.


너무 안되자 웃음이 난다. 통제 안 되는 팔다리가 너무 웃겨 물안에서 웃음이 터지고 새나간 웃음이 방울이 되어 나간다. 이렇게 못하면 속상할 법도 한데 요것도 재미라 생각되는 걸 보니 수영에 단단히 빠졌나 보다.


앞뒤를 보니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각자 다른 방법으로 접영을 변형 중이다. 안 되는 이유가 너무 다양해 선생님 얼굴에 피곤함이 서린다. 웃겨서 슬픈 접영 수업이다.



수영 9개월 차. 오리발 없이는 아직도 접영이 어렵다. 계속 안 되는 도중에 한 개씩 봐줄 만한 자세가 생기기도 하지만 (나만의 착각일 수도) 여전히 나비는 아니다.

그래도 나를 대견해하련다. 어디서 춤 한번 춰본 적이 없던 내가 웨이브를 익힌 게 기적이다 싶으니까.


 아직 정복하지 못한 나의 접영. 나비가 되었든 새가 되었든 수면 위로 날아오르는 그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수영해 봐야겠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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