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병원입원이라곤 맹장수술밖에 없던 사람인데
의사는 MRI상으로 보이는 아빠의 뇌상태가 실제로 상태보다 더 좋지 않다고 했다.
옆에 누워있는 저 환자보다 뇌경색이 온 부위가 적다고 했다. 그러니 팔도 들고 정신도 있어야 하는데, 아빠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옆 아주머니는 2시간여 지나자 보호자와 대화는 물론 양손과 다리 모두 드는 것이 가능했다.
응급실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설명을 빠르게 많이 듣고 사인을 한다. 주 보호자도 당황하는 경우가 매우 많으니 가족 2명 정도 가는 것을 추천한다.
중환자실 면회는 아침 8시부터 30분간, 딱 한번 / 한 사람만 가능했다.
이 시간 동안 아빠는 2차 MRI + MRA 촬영을 했다. (조영제를 넣어 정확하게 관찰하기 위함 / 급성 뇌경색이 발병 기준으로 3시간 이후면 추가 확장 범위 등 확인 가능) 계속 조영제를 토하고 움직인다고 해서 몸을 묶어놓고 손에 뭔가를 감아놨다고 한다.
아빠는 중환자실에 입원시키고 나니 우리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아빠가 힘내서 견뎌내 주기를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날밤을 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새벽에 내려 쌓여가던 눈이 다 녹아 없어진 아침이었다. 여전히 이게 현실인가 싶으면서도 임신한 언니한테는 이 상황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걱정됐다.
당장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기에 무한 걱정 굴레에 빠졌다. 상급 병원을 알아보는 것부터, 지금 당장 걱정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미친 듯이 검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