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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Jun 06. 2023

누구'의' 잘못

나의 폐경일지 6

<Marriage Story>는 뉴욕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연출가 Charlie와 배우 Nicole이 이혼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감독은 한 편의 전쟁을 교양 있는 음악과 연극 같은 독백으로 우아하게 포장하지만 결국 관객은 난장판을 보게 된다. 그런데 왜 이 영화의 제목이 Divorce Story가 아닌 Marriage Story일까? 


Nicole은 이혼 전문 변호사 Nora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 어린 나이에 Ben과 약혼한 Nicole은 Ben과의 관계에 회의를 느꼈고, 영화 관계자를 만나러 간 뉴욕에서 Charlie의 연극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그녀는 똑똑하고 매력적인 Charlie와의 관계에서 삶의 활력을 되찾았지만 Charlie가 착실히 경력을 쌓아가는 동안 자신은 갑작스러운 임신과 육아에 지쳐갔고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이혼을 선언했다고 말한다. 그녀의 긴긴 독백 끝에 이혼의 결정적 계기가 폭로된다. Charlie의 외도. 


Charlie의 입장도 한번 들어보면 Nicole은 뉴욕에서 행복했었고 이제는 다른 인생을 살고 싶기 때문에 스스로 행복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그래서 이혼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Nicole이 본인의 의지로 뉴욕에 머물렀으며, LA를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비난해 왔다고 말한다. Charlie는 Nicole이 언제나 자신을 가해자 취급하고 미워했으며, 외도를 한 것은 그녀가 부부관계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며 그 부분에 있어서 Nicole은 자신을 비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소리친다. 


이 영화는 얼핏 보면 성숙하고 똑똑한 Nicole과 철없고 이기적인 Charlie의 대결 같이 보인다. 어떤 이는 Charlie가 이혼을 통해 성숙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사람은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한다. 이혼 과정은 그들의 결혼 생활과 닮은꼴이다. 영화의 막바지에 Charlie는 영화 첫 장면에서 등장했던 Nicole의 글을 읽게 된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그때 비로소 끝이 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Divorce Story가 아닌 Marriage Story일까 싶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누구'나' 잘못하기에 발생한다.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내' 마음에 달렸다. 두 사람의 이혼이 묘하게 공감가지 않는 것은 동서양의 결혼관이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두 사람에게는 개선의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관계의 폐기는 쉽지만 개선은 어렵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우리들의 진심이고 진실이다. 



“I’m going to stop you there. When you do this for real, don’t ever say that. People don’t accept mothers who drink too much wine and yell at their child and call him an asshole. I get it. I do it too. We can accept an imperfect dad. Let’s face it, the idea of a good father was only invented like 30 years ago. Before that, fathers were expected to be silent and absent and unreliable and selfish and can all say we want them to be different. But on some basic level, we accept them. We love them for their fallibilities but people absolutely don’t accept those same fallings in mothers. We don’t accept it structurally and we don’t accept it spiritually. Because the basis of our Judeo-Christian whatever is Mary, Mother of Jesus, and she’s perfect. She’s a virgin who gives birth, unwaveringly supports her child and holds his body when he’s gone. And the dad isn’t there. He didn’t even do the fucking. God is in heaven. God is the father and God didn’t show up. So, you have to be perfect, and Charlie can be a fuck up and it doesn’t matter. You will always be held to a different, higher standard. And it’s fucked up but that’s the way it is.”

(이혼 전문 변호사 노라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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