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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Jun 13. 2023

웃는 여자

나의 폐경일지 9

내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은 의외로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아니다.


매일 마주치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자녀를 등교시키고 돌아가는 학부모들의 차량을 통제하는 사람이다. 학교에서 고용한 사람인지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녀는 아침마다 웃는다. 가식적인 웃음이 아니라 진심으로 밝은 에너지를 온몸으로 뿜어내는 웃음이다. 그렇게 학부모들에게 인사를 한다. 때로는 손을 흔들기도 한다.


어떻게 그녀는 매일 웃을 수 있을까? 우리의 삶은 대체로 무료하고 가끔 우울하기도 하고 때때로 즐겁고 틈틈이 힘들다. 우리의 얼굴은 일상의 감정을 표현하는 지표다. 눈이 웃지 않는 가식적인 웃음을 지을 수 있을지라도 진심으로 매일 웃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그녀가 신기하다. 그리고 고맙다.


그녀의 웃음은 내 하루를 지켜준다. 저 앞에 그녀의 모습이 보이면 난 마음의 준비를 한다. 웃어야 줘야지. 손도 흔들어줄까? 그녀가 나눠주는 에너지를 받기만 하는 것이 미안해서 물기를 잔뜩 먹은 무거운 내 기분을 꼭 쥐어짠다. 그렇게 습기를 덜어낸 내 기분은 뭔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오늘도 그녀를 만났다. 내 하루가 기운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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