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에 대하여
이전 글에서는 비대면이 익숙한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적절하게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공유드려봤습니다.
벌써 옛이야기가 된 것 같지만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해야 할 때에 몸은 편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답답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메신저가 오면 바로바로 답장을 해야 하고, 잠깐이라도 회신이 늦으면 이 분 어디 가셨나? 싶기도 하고,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 업무적인 믿음의 영역은 성과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 동물로서 오며 가며 눈인사 한번, 화장실에 갔구나 하는 비언어적 표현, 오늘은 팀장님 얼굴에 근심이 있다, 오늘 저분은 끝나고 약속이 있나 보다 싶은 뉘앙스는 문어체나 글자만으로는 알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놀랍게도 얼굴 보면 몇 분 만에 해결될 일 혹은 통화로 이야기를 해도 10분여 내에 서로 오해를 풀 수 있는 상황도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쿠션어나, 개인적으로 DM을 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글은 사람마다 다르게 읽히기 때문에 왜 이렇게 과도하게 나에게 친절한 거지? 혹은 빙빙 돌려 말하는 것인지 답답해하기도 하고요. 메신저로 몇 번 오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의 손가락 끝에도 예민함이 묻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잠깐이나마 통화가 가능한지, 30분이라도 사내 카페에서 잠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회사 일 또한 어차피 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표정과 손짓, 그리고 눈빛을 통해 내 의도가 더 잘 이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려운 주제일수록 얼굴 보고 이야기하거나 통화로 소통 하는 것으로 합니다. 불편하더라도 나 지금 천만배우다 하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역할력을 부여한다고 여기면 그것도 익숙하고 나아집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즐거운 담소로 끝나지 않게 머리에 포인트를 정리한다거나 메모를 해야 합니다. 어느 날엔 이분, 저분하고 하루 종일 회의하고 이야기하고 다니다 보면 '아 오늘 지친다. 근데, 내가 언제까지 뭘 하기로 했더라?' 하고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말한 내용의 순간순간 내용을 단어로만이라도 기재하거나 기억하고 요약하는 습관이 좋습니다. 그리거 이 습관은 나중에 메일을 쓸 때에도 기획서나 문서 작업을 할 때에도 좋은 스킬이 될 수 있습니다.
공유의 방향성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이 일과 관련된 팀에게 공유합니다. 가끔 어떤 팀원 분들은 여기저기 누군가를 만나고는 오는데 그게 팀에게 전혀 다운로드가 되지 않는 상황이 있습니다.
‘아 그거 예전에 제가 그분이랑 이야기 다 했어요~’라고 하셨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했는지 알 수 없는 때만큼 이상한 상황이 없습니다. 어디서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팀원 간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담당하는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주는 것은 팀을 존중하는 길이자 나의 업무 범위를 존중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오늘 ㅁㅁ팀 ㅇㅇ님과 **아젠다로 논의한 내용 간략히 공유드립니다. xx 프로젝트는 00까지 아이데이션 후 재논의하기로 한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제가 생각하는 일이란 대부분 받으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다시 받는 야구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이서 어떤 형태로 대화를 했다면 팀에게는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것이 어떻게 진행이 될 예정인지 반드시 공유해 주세요.
천재지변 혹은 나에게 긴급한 상황이 생길 때에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러운 인계 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해 나가면서 나의 발자취를 남기고 기여도를 계속해서 표현하는 것이 나의 번아웃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대화를 직접 나눈 사람과 공식화를 한다는 의미로 메일로 간략하게 기재해 전달하는 내용입니다. 이건 제가 늘 활용하고 있는 방법인데, 그 사람에게 논의한 사항을 간략하게 요약하면서 우리 팀과 상대팀을(선택) 참조합니다. 서로 이격을 줄일 수 있죠.
유선으로 논의한 것처럼 or 금일 논의한 사항처럼, **아젠다의 xx프로젝트는 00까지 아이데이션/준비해 주시고 미팅 일정 다시 이야기 나누어요. 과정에서 궁금한 점 있으시면 편하신 채널로 연락 주세요.
정보의 공유, 그 정보를 어디까지 전달할지만 잘 파악하더라도 일이 쉬워질 거예요.
메신저로 소통할 때도 유사합니다. DM으로 개인 간 논의 한 사항을 때에 따라 유관부서와 함께하는 이메일이나, 슬랙방에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종의 증거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중요한 정보나, 상대가 팀 내에서 본인의 업무 범위를 알리기 위해 하는 방법입니다.
슬랙 통해 문의드린 사항 메일로도 전달드립니다. 저희 팀에서 ㅁㅁ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 00의 도면/정보가 필요한데, 공유 가능하실지요? 00까지 가능하실지 문의드립니다.
위의 예시는 조직 문화의 분위기와 어조의 톤 앤 매너에 따라 변주가 가능합니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운영사항에서 이슈가 있는 경우는 현저히 줄어들 겁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큰 주제를 이해하고 이에 맞게 대화하며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지속하는 것이 나의 습관에도 좋다는 점을 꼭 잊지 않기로 합니다. 그리고 찡긋 웃어주시고 서로 고생 많다며 다독이고 하다 보면 팀워크가 생깁니다.
우리는 그것을 연륜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요약
1. 글만으로는 오해가 생기기 쉽다. 어려운 주제일수록 통화나 커피챗으로 얼굴 보고 이야기 하자
2. 대화 후에는 반드시 메모를 남기고 팀에 논의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 (대내외비 제외)
3. 개개인 간 대화도 이메일·슬랙 등 공식 채널로 정리하면 이격을 줄이고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
4. 정보 공유 범위를 잘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
5. 결국 소통도 습관이다. 기록과 공유를 이어가며 팀워크를 쌓는 것이 연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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