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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푸 Jan 10. 2023

서울을 떠나다. 나는 왜 30대에 시골에 내려갔을까_3

11평 투룸에서 35평 쓰리룸으로

월요일 아침 9시. 띠링하고 문자가 왔다.

'귀하는 ~~ 최종 합격 하셨습니다.' 둘이 얼싸안고 서로에게 축하한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남편에게 그동안 쉬지도 못하고 공부하고 면접 보며 힘든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해, 남편은 나에게 그동안 시험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했던 것에 대해 드디어 끝이 났다며 서로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런데 잠깐만 언제부터 출근이라고?


월요일 아침 9시에 청천벽력 같은 명령어가

내 머릿속으로 입력됐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 예정>


우리는 서울 도봉구에 살고 있었고,

직장은 세종이었다.


자자 우선순위부터 따져보자


우선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내놔야 하고, 세종으로 내려가 우리가 살 집을 구해야 하고, 전세대출이 나올지 은행에 가서 상담도 해야 하고, 양가 부모님께도 시골로 내려간다고 이야기(통보)해야 하고......


1억 2천만 원짜리 투룸 빌라

신혼 초 원룸에서 신혼집을 꾸리고 두 번째 집인 1억 2천만 원짜리 투룸 빌라는 우리에게 방이라는 공간을 선물해 줬고, 식탁 놓을 자리가 없어 좌식 식탁을 펼쳐 식사를 하던 원룸에서 벗어나게 해 줬다.

9평 원룸에서 시작해 2평을 늘린 11평 투룸 빌라도 우리에겐 참 감사한 공간이었다. 투룸 빌라 주인에게 죄송하지만 지방으로 이직을 하게 돼서 계약 만료 전에 이사를 가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계약 만료일 4개월 전에 이사였다.

같은 빌라 4층에 살고 있던 주인은 우리에게 언제나 호의적이었는데, 그래서 계약 만료일 전에 이사를 하게 됐음에도 이직을 축하해주면서 동시에 이 집에서 일이 잘 풀려 이사가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우선 부동산에 집을 내놨는데 급하게 내놓기도 했고 지하철역과 멀어서 잘 나갈까? 걱정했다. 집이 안 나가면 남편 혼자 세종에 내려가 당분간 주말부부를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웬걸 도봉구 집은 내놓자마자 2일 만에 계약이 됐다. 다만 새로 입주할 세입자의 이사는 두 달 뒤였고, 우리는 두 달 동안 전세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새로 들어올 세입자를 구하기는 했지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새로운 집은 구해야 하고 시골로 이사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합격자 발표가 나자마자 세종에 있는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방문 예약을 잡고, 그다음 날 바로 집을 구하러 세종으로 내려갔다.

서울 도봉구에서 차로 3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한 세종은 신도시답게 깨끗하고 전봇대도 없고 아파트만 잔뜩 있던 곳이었는데, 역시 인프라가 갖춰진 세종 중심은 우리가 가진 전세금으론 택도 없었다.


서울에서도 전세금이 없어서 외곽에서 더 외곽으로 가 서울 끝자락에 겨우 전셋집을 구했는데, 지방으로 내려와도 우리는 중심에서 멀어져 외곽에 있는 전셋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없으면 지방에서도
외곽에 살 수밖에 없구나.  


서울집에 대한 전세대출이 이사를 하고 나서도 두 달 동안 상환되지 않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엎친대 덮친 격으로 우리는 전세대출도 받을 수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세종에 있는 은행에 방문해 전세대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물어봤는데 우리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첫째, 서울집에 대한 전세대출이 상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

둘째, 전세대출은 최소 재직기간이 3개월은 돼야 하는데 이제 막 이직을 했기 때문에 불가능.


그렇다면 전세계약을 하되
3개월은 월세로 살다가
그 이후에 전세보증금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집을 구해야겠다.



세종으로 내려가서 하루 만에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4-5곳의 부동산에 연락해 많은 집을 봤고 그중 마음에 드는 두세 곳의 집주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런 조건이(전세계약 후 3개월 동안은 월세지급, 이후 전세보증금 지불) 가능한지 물었는데,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집이 딱 한 군데 있었다.

정말 다행이다! 세종에 내려와 하루 만에 집을 구했다.


세종 집으로 이사하던 날

하루 만에 구한집은 전세 1억 3천(3개월 동안 월세 70만 원)의 집이었는데 서울 도봉구에서 1억 2천짜리 집은 11평 투룸이었는데 반해 세종집은 1억 3천의 35평 (방 3, 화 2개)의 집이었다. 지방으로 내려오니 보증금은 비슷한데 집의 크기는 세배가 커졌다.


내 인생의 이렇게 큰 집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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