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7:00 고수 마니아를 위한 샐러드
고수를 처음 먹었을 때가 기억나네요. 대학교 1학년 때, 아현동에 있는 타코 레스토랑에 갔을 때였는데요(벌써 10년도 훌쩍 넘은 기억). 멕시코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고수 비기너였던 저에게 너무 현지식으로 만들어 준거죠. 한 입 먹곤 무척 화가 났던 기억이 나네요. 일단 가난뱅이인 제게 소중한 한 끼 였던 타코를 끝까지 먹을 수가 없었고, 고수의 향이 싫으니 다시 만들어 달라고 말도 못했고(왕 소심), 심지어 대화도 안통했었거든요(한국어를 아예 못하셨던 분).
그 뒤로 몇 해가 지나고, 잡지사에 입사하며 고수의 매력을 깨닫게, 아니. 풍덩 빠지게 됐습니다. 막내 푸드 에디터로 일하며 여러 맛을 강제적(?)으로 맛보기 시작했던 시기거든요. 사실 여러 맛을 소개해야 하는 푸드에디터에게 편식은 쥐약이예요. 새로운 맛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야 하고요. 스스로를 몰아치며 닥치는데로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어느 날, 회식으로 청구역에 있는 백두산이라는 중국집을 갔는데요(지금도 있어요. 맛있는 곳이니 한 번 가보시길 추천!). 거기에 오이와 당면을 각종 향신료와 고수로 버무린 메뉴가 있었어요. 온갖 맛에 통달한 선배들이 옆에 앉아 “진짜 맛있다”를 연발하며 고수 범벅인 오이 무침을 흡입하는데, 흐음. 왜, 그런 것 있잖아요. 같이 먹는 사람이 즐겁게, 맛있게 먹으면 그 음식까지 덩달아 좋아지는 경험이요(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합니다만). 그 뒤로 고수가 무척 좋아졌어요. 그 뒤로 홀로 그 집을 찾아가 음식을 시켜 먹기도 했죠. 바라밀 무침?이라는 메뉴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희미하네요.
사설이 무척 길어졌네요. 여하튼 이 업계에 있으며 고수 뿐 아니라 각종 향신료에 길들여진 이국적인 입맛을 갖게 되었습니다. 맛의 세계가 넓어지는 건 무척 즐거운 경험 같아요. 제가 꼭두새벽부터 멕시칸 샐러드를 해먹는 이유지요. 고수 러버들에게 추천합니다. 강한 소스 없이, 오직 고수로만 맛을 내는 샐러드니까요. 만드는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10분 내외!
재료(2인분) 컬러 방울토마토 15개, 오이 1/2개, 아보카도 1개, 양파 1/4개, 다진 고수 2큰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2큰술, 레몬즙 2큰술, 소금 1/2작은술, 후추 1/4작은술
만들기
1 방울 토마토는 반으로 자르고, 오이와 아보카도는 큐브 모양으로 썰어주세요. 양파는 슬라이스하고 고수는 잘게 다집니다.
2 볼에 1을 담고 올리브유와 레몬즙, 소금, 후추를 뿌려 섞어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