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거 있으면 다 나한테 물어봐, 내가 다~ 알려줄게"
멋있는 선배였다. 따듯하고 다정했다. 입사 후 처음 마주한 강 과장님의 첫인상이었다.
"이대리~" 강 과장님이 불렀다.
"네, 과장님!"
"이대리, 기획안 쓸 때는 먼저 도식화된 이미지나 표를 만들기보다 올리기 전에 각 장표에 어떤 내용을 넣을지 고민해 보고 작성해 보는 것이 좋아. 그래야 나중에 완성했을 때도 놓치는 것 없이 꼼꼼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 처음부터 화려하고, 이쁜 것을 보여주려고 하면 내용은 부실해지게 돼"
"과장님, 감사합니다!"
같이 업무를 할 기회를 많지 않았지만, 일에 대한 고민이 있거나 협업할 일이 있을 때면 그때마다 몰랐던 부분을 따듯하게 알려주시곤 했다. 그래서 정말 좋은 사수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다 같이 점심 회식을 하고 강 과장님과 대화를 나누며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는데 과장님이 말씀하셨다.
"이대리, 아까 팀장님이 잘 부탁한다고 했을 때 이대리가 앞으로 많이 알려주세요~라고 했었잖아. 그거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지? 팀장님 아는 거 없는 거 강조하려고~?"
"네? 아니요. 제가 아는 게 많이 없어서 정말 많이 알려달라고 요청드리는 말이었어요."
"아 그래? 이대리 눈빛이랑 말투가 반어법 같이 느껴졌는데~근데 팀장님 배울 거 정말 없잖아~"
"그래요? 저는 아직 오래 일 안 해봐서 잘 모르겠어요."
"응 배울 게 없어. 초보 팀장이라 팀장 역할도 잘 못하시고. 이대리만 알고 있어~"
"네"
사무실에서는 참 따듯하다고 느낀 과장님인데, 잡담을 할 때는 뭔가 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내 말을 본인이 왜곡해서 해석을 하고,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지? 내 느낌이 잘 못 된 거겠지?
처음 느낀 감정이라 내 느낌이 잘 못 됐고, 잠시 커뮤니케이션의 오해가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익숙해질 때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인턴이 회사에 입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입사한 차사원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반가워요~ 오늘 첫 입사니까, 제가 맛있는 커피 쏠게요 가시죠~" 강 과장님이 말했다.
우리는 강 과장님을 따라 라테가 맛있다는 카페로 향했다. 새로운 인턴도 너무 풋풋하고, 오랜만에 팀끼리 갖는 티타임이라 반가웠다.
과장님이 커피를 사주셔서 모두 감사의 인사를 하고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차사원, 강 과장님이 기획을 정말 잘하니까 모르는 거 있으면 많이 물어봐"
"아 정말요~? 강 과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에이, 팀장님이 더 잘하시면서~ 저는 아직 팀장님 따라가려면 멀었죠." 강 과장님이 답했다.
팀장님은 내심 뿌듯한 표정으로 웃으며 커피를 들이켰다.
"이대리, 최사원이 뭐 물어보면 이대리가 좀 알려줘요."
"네네, 제가 많이 알려줄게요."
"네~ 저는 더 중요한 일 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니까 이대리가 선배로서 많이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
"하하 그래야죠~ 인턴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제가 중간 역할 잘하겠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온 후
"최사원, 어떤 업무하고 있어요?"
"이대리님이 매뉴얼 주셔서 읽고 있어요. 그리고 이번주 배포 예정인 서비스 테스트하고 계셔서 테스트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테스트요?"
"이대리, 최사원한테 어떤 테스트시켰어?"
"아, 이번주 배포할 부분 같이 테스트하면서 서비스 배포 과정 알려주고 있어요. 최사원도 서비스 담당하게 되면 배포도 알면 좋을 것 같아서요. 마침 손도 부족하고요~"
"그건 이대리 혼자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왜 최사원한테 업무를 떠넘겨? 내가 일 줄 거 있으니까 테스트는 이대리 혼자 해."
날카로운 강 과장님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다. 나보고 업무 인수인계 하고, 챙기라고 하더니.. 강 과장님이 오늘 바쁘신가?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으셨나? 하는 생각과 당황스러움이 같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팀장님 자리를 슬쩍 보니, 팀장님은 자리에 안 계셨다.
"최사원, 테스트 저 혼자 할게요. 과장님이 주시는 일 팔로업 해주세요."
"넵!"
서비스 배포 D-2
"강 과장님, 저 이번주에 서비스 배포하고 휴가 쓰려고 휴가 냈어요~ 참고차 공유드립니다."
"언제 가는데?"
"이번주 수요일 배포하고, 목요일에 가려고요."
"아 그래? 나도 이번에 배포할 거 있는데 내가 테스트 같이 해줄 테니까 휴가 더 일찍 가도 돼~"
"아 진짜요? 안 그래도 배포 때문에 휴가 일정을 좀 미룬 건데.. 괜찮을까요?"
"응, 배포할 거 어차피 작은 기능 아니야?"
"네, 맞아요 특정 지면에 기능 버튼만 확인하면 되는 거예요"
"응, 그럼 내가 봐줄게. 그동안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 텐데 일찍 휴가 내고 휴가 다녀와 ^^"
"강 과장님, 배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테스트는 제가 다 해놔서 최종 배포만 챙겨주시면 됩니다. 감사해요!"
"응~ 잘 다녀와~"
강 과장님의 배려로 조금 일찍 휴가를 가게 되었고, 서비스 배포일에는 휴가 중이었다.
휴가 중이어도 내 서비스가 배포되는 거라 서비스에 접속해서 배포가 잘 되었나 확인하고 배포 확인했다고 강 과장님께 메신저를 보내자 강 과장님은 휴가인데 뭘 확인까지 하냐며 일 걱정 말고 푹 쉬고 오라는 답장을 주셨다.
즐겁게 휴가를 다녀온 후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팀장님의 호출이 이어졌다.
"이대리, 잠깐 회의실로."
"네, 팀장님"
"이대리, 이번 배포 제대로 테스트 안 했어?"
"어? 아니요?! 제대로 하고 갔는데 무슨 문제 있었나요?"
"아니 강 과장이 너 테스트 제대로 안 하고 휴가 갔다고 하길래"
당황스럽고 억울함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되물었다. "네? 제가요?"
"응, 여기에 뭐 에러 있었다는데. 이게 동작을 안 했대."
"이 동작이 원래 정상 동작이에요. 에러 아닌데요."
"아 그래? 나는 강 과장이 네가 꼼꼼하게 테스트도 안 하고 휴가 갔다고 점심때마다 한 마디씩 해서 무슨 크리티컬 오류인 줄 알았네. 아니라면 됐어. 휴가는 잘 다녀왔어?"
"네, 잘 다녀왔어요. 이거 말고 제가 꼼꼼하게 테스트 안 했다고 한 부분이 있나요? 이건 오해하신 것 같은데."
"뭐 점심 먹을 때마다 얘기했으니까, 네가 한 번 물어봐"
"네"
회의실에서 억울함과 당황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갖고 나와 자리에 앉아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키보드를 치고 있는 강 과장님을 바라봤다. 내 앞에서는 그렇게 좋은 선배인척 하더니 뒤에선 팀장님에게 나를 깎아내리는 발언들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이중적인 모습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강 과장님 자리로 터벅터벅 걸어가 강 과장님을 불렀다.
"강 과장님"
"응?"
"잠시 이야기하실 수 있으세요?"
"아니 나 지금 바빠"
"네, 근데 팀장님한테 들어보니 과장님이 제 서비스 오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던데 어떤 거예요?"
"아, 그거 좀 이따 얘기해 줄게~"
"네"
씩씩거리며 자리에 와 앉아서 한참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데 메신저가 왔다.
"미림대리, 이거 테스트 내가 한 건데 오류가 많더라고 봐봐~"
강 과장이 보내준 리스트를 보니 이번에 배포한 범위가 아닌 기존에 있던 오류들을 정리해서 보내준 것이었다.
"과장님, 이건 이번에 배포 영향을 받은 오류가 아니고 기존에 알던 known issue이고 수정 범위 아니었습니다."
"그래? 그래도 확인은 해야 될 거 아니야."
"이번 서비스 범위가 아닌데요?"
"지금 대드는 거야?"
"아뇨 그게 아니라.."
메시지가 멈추고 과장님이 의자를 밀고 일어나 나를 향해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이게 오류가 아니라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오류 맞잖아"
"네, 근데 이번 범위는 아니고.."
"어, 그니까 제대로 확인하고 휴가를 갔어야지."
과장님이 몰아붙이며 나를 나무라는데 팀장님이 노트북을 들고 우리를 한 번 쓱 쳐다보더니 한마디 하시며 지나갔다.
"이대리, 다음부턴 잘 좀 챙기자."
그 일이 있은 후에도 여러 번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내 앞에서는 나를 위하는 척 이야기하고, 챙겨주는 척 따듯한 말을 건네고는 뒤에서 팀장님과 상사들에게는 내 욕을 하고 다녔다.
꼼꼼하지 않다,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 기획 역량이 부족하다, 갈 길이 멀었다 등등..
어느 순간부터 멋지게 보였던 강 과장님이 소름 돋기 시작했다. 나와의 사이뿐만 아니고 다른 동료들, 그리고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후배들은 교묘하게 뒤에서 매장하기 시작했다. 앞에서는 잘해주고 뒤에서는 그들을 욕하고 비하하며 깎아내리는 걸 서슴지 않았다.
어느 날은 친한 동료와 자리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김대리님, 저번 기획한 거 성과 좋았죠? 성과 어땠어요?"
"네, 꽤 괜찮았어요. 개편 후에 10% 정도 거래액이 증가했더라고요."
"와, 어떻게 하셨어요? 팁 좀 알려주세요."
띵-
나와 이야기하고 있는 김대리에게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
그리고 미리 보기로 보인 메시지는 "김대리, 이대리한테 그런 거 말하지 마. 너 아이디어 다 뺏겨"였다.
나와 김대리는 그 메시지를 확인하고 서로 눈빛을 교환한 후 서로의 자리로 돌아갔다.
우리의 눈빛은 '저 과장 또 저런다. 이제 수다 그만 떨자'의 의미였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워낙 이간질, 뒤에서 욕하고 다니는 내용을 많이 듣다 보니 이제 상종도, 반응도 하기 싫어졌다.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와서 일을 하고 있는데 연말 성과 평가 결과가 올라왔다는 알림이 울렸다.
- 최종 등급 : B
이번에 나름 성과를 잘 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한 수준보다 성과 평가에서 등급이 낮게 나왔다.
팀장님과 원오원이 잡혔고, 등급이 낮은 이유를 물으니 '꼼꼼하지 못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팀장님, 제가 업무를 꼼꼼하지 못하게 하는 근거는 뭐예요?"
"강 과장한테 너 일하는 거 물어보니까 너무 덜렁된다는데."
"저랑 함께 일하는 실무자들에게는 확인해 보셨나요?"
"응, 너랑 일하는 애들은 꼼꼼하다고 하는데 그래도 너를 가장 잘 아는 건 사수일 것 같아서."
"한 사람 말만 듣고 등급을 이렇게 주신다는 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번에 승진자도 있으니, 이번만 이해해 줘. 다음 평가 때 잘 줄게. 그리고 강과장하고도 좀 잘 지내고. 요즘 너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팀장님, 제가 그동안 얼마나 참고 있었는데요."로 시작해서 그동안 강 과장이 이간질한 일, 부당하게 업무를 시킨 일, 내가 한 일을 본인이 한 것처럼 포장해서 말한 일, 앞에선 잘한다고 하고 뒤에서는 욕 한 일, 실제로 잘못도 아닌데 잘 못인 것처럼 비하하며 말한 일 등 그동안 당했던 일에 대해 한참을 쏟아냈다.
"정말.. 강 과장이 그랬다고?"
"네. 제 말이 안 믿기시면 다른 사원이나 대리들에게 물어보세요."
"어 내가 알아보고 다시 말해줄게."
"강 과장. 잠시 회의실로 가자."
"네"
"내가 사원, 대리한테 강 과장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서."
"무슨 이야기요?"
"강 과장이 그동안 직원들 사이에서 이간질하고, 본인 성과 아닌 것도 본인 성과라고 포장하고 나한테 보고했다는데 사실이야?"
"누가 그래요? 이 대리예요? 흐.. 흑흑흑" 강 과장은 울음을 터뜨리며 팀장을 보고 물었다.
"아.. 아니 왜 갑자기 울고 그래.. 아니야?"
"네... 오해예요.. 이대리가 놓치는 부분 몇 번 지적해 준 게 다인데, 저한테 앙심을 품고 제 욕을 여기저기 하고 다니는 것 같더라고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오해받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흑흑... 흑.. 진짜.. 저는 잘 알려주려고 한 순수한 의도뿐이었는데요... 흑흑.. 진짜.. 너무 속상하네요.. 이렇게 일을 계속 같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제 마음도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같고요.. 흑흑..."
"아, 아니야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다시 잘 이야기해볼게. 신경 쓰지 마."
"흑흑흐.. 흑.. 감사합니다.. 팀장님.. 제 생각해주시는 건 정말 팀장님 밖에 없어요.."
눈물을 닦으며 회의실을 나온 강 과장의 표정이 독기에 찬 표정으로 순식간에 바뀐다.
이대리가 앉아있는 쪽을 바라보며 이대리의 뒷모습을 몇 초간 응시한다.
"이대리, 잠시 나랑 이야기 좀 할까?"
"네"
"팀장님하고 면담하고 왔어."
"네"
"뭐 할 말 없어?"
"네"
"왜 거짓말을 해?"
"제가 무슨 거짓말을 했나요? 과장님이 하신 게 거짓말이죠. 상사들, 동료들에게 없는 말 지어서 하시고 중간에서 이간질하시고, 제 성과 가로채시고 저도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연차도 오래됐고, 선배니까 내가 보기에 네가 그렇게 행동해서 나는 다 팩트 기반으로 말한 거야. 그리고 너 성과가 아니고 내가 시킨 거니까 내 성과지."
"제가 아이디어 발의부터 배포까지 다 했는데, 어떻게 그게 과장님 성과인가요?"
"네가 내 밑에 있잖아. 그리고 내가 일 알려줬잖아. 그니까 내 성과지. 나도 빨리 진급하고 부장 달아야 될 거 아니야."
"과장님... 정말 너무 하시네요.."
"됐고, 너 한 번만 더 팀장한테 개소리했다간 알아서 해. 계속 이 회사에 못 다닐 정도로 괴롭게 해 줄 테니까."
강 과장은 이대리가 본인과 이야기하기 전 휴대폰 녹음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이대리에게 본인의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이대리는 녹음 파일을 들고 그대로 팀장님과 면담을 했고, 녹음 파일을 들려주었다.
팀장은 음성 파일을 들어본 후 그동안 본인이 알던 강 과장이 아닌 너무나 낯선 강 과장 모습이 잠시 당황하다가, 그동안 팀 분위기를 망치고 본인에게 팀원들을 깎아내리며 거짓 정보를 전달한 것에 몹시 분노했다.
이대리는 팀장에게 보고한 것으로는 멈추지 않았고, 회사 내부 클린센터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강 과장을 제보했고 음성 파일을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또, 그동안 팀 내부에서 어떻게 동료들 간의 이간질을 해왔는지를 낱낱이 적어 제보했다.
그 이후 회사 내부에서 강 과장에 대한 본격 조사가 시작됐고, 강 과장에게 그동안 피해 본 직원들을 1:1로 면담하며 피해 사실을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했다. 몇 주가 지난 후 인사위원회가 열렸고 강 과장은 해고라는 가장 센 수위의 징계를 받게 되었다.
"팀장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죄송했어요.."
"어, 강 과장.. 그동안 고생했다. 조심해서 들어가고.."
"네.. 흑흑.. 흑.."
이미 후회하기에 늦었고,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라고 판단한 강 과장은 징계에 순순히 응했고 짐을 싸서 그대로 집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팀원들은 강과장의 뒷모습을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나만 돋보이고 싶었다, 더 빨리 올라가고 싶었다, 내 옆이나 위에 있는 사람들 모두 끌어내려 내 발 밑에 두고 싶었다. 그래야 내가 돋보일 수 있으니까. 돋보여야 더 빠르게 높이 올라갈 수 있으니까. 그래야 내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했다.
근데 모두를 끌어내리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나 혼자 끌려 내려가고 있었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결국 이 회사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강 과장은 그렇게 직장을 잃고서야 본인이 얼마나 잘못 생각해 왔었는지, 얼마나 잘못된 행동을 했었는지 조금은 깨닫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배웅해 주는 이 아무도 없이 쓸쓸히 회사 문 밖으로 나갔다.
강과장은 회사 밖으로 나와 몇 년간 다녔던 회사의 높은 빌딩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늦었지만..이제라도.. 제대로 된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다..그렇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