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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ily Dec 08. 2024

자격지심 있는 백 과장

"킁킁, 이게 어디서 나는 냄새야?" 

딩~딩딩딩~딩 

휴대폰 알람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뜬다. 

아 벌써 일곱 시 반이야?라고 생각하며 찌뿌듯한 몸을 겨우 일으켜 세운다. 화장실로 가 샤워를 하고 나오니 벌써 8시다. 회사 출근시간은 9시이고, 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40분 정도.

오늘도 아침은 못 먹겠다. 부랴부랴 노트북을 챙기고 백팩에 노트북을 넣고 가방에 한 팔씩 넣어 가방을 바로 멘다.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가야 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띠리링~ 띵~ 띠리링

"여보세요"

"어, 자기 출근 중이야?"

"응"

"어제 내가 약 지어서 보냈는데 먹어봤어?"

"아직"

"그거 얼른 먹어봐. 매일 점심, 저녁 두 번 먹으면 돼. 꼭 먹어"

"알겠어.."


며칠 전, 여자친구와 술 한잔 하면서 서로에게 서운한 마음을 터놓는 자리가 있었다. 그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여자친구는 한참을 망설이다 소주 한 잔을 삼키고 다짐했다는 눈빛을 하더니 입을 뗐다.


"자기. 상처받지 않고 들었으면 좋겠어. 나도 고민 많이 하다 하는 말이야."

"응, 뭔데 그래?"

"아무래도.. 자기가 속이 안 좋은 건지, 양치가 잘 못 된 건지 구취가 심한 것 같아. 근데 말하면 상처받을까 봐 계속 말은 못 하고, 나 혼자 스트레스받고 있었어. 병원을 한 번 가보는 게 어떨까?"

"..... 미안해..."

"아니, 미안하라고 하는 말이 아니고 정말 걱정돼서 그래. 병원 혼자 가기 그러면 같이 가자."

"아냐, 나 혼자 다녀올게"


사실 알고 있었다. 입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사실을.. 회사에서도 누군가와 가까이서 이야기할 때면 사람들 대부분은 손에 코를 가져다 대고 내 말을 듣거나, 고개를 살짝 돌린 채로 내 말을 들었다. 처음엔 왜 그런지 잘 몰랐는데 회사 상사가 사무실에서 크게 면박을 줘서 그날 깨달았다.



백 과장, 잠깐 일로 와봐. 상사가 출근하자마자 나를 호출한 날이었다. 

"이거 구조 왜 이렇게 짰어?"

"아, 이거 생각해 보니까 A구조보다 B구조가 좋을 것 같더라고요."

"야이씨! 너 근데 오늘 아침에 뭐 먹었어?"

"네?"

"너 입에서 우유 썩은 내 나!"

"(입을 손으로 가리고 멋쩍게 웃으며) 아하하하하"


사무실에 모든 직원이 앉아있을 때 상사는 나의 입장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나에게 난다는 '구취'를 지적했다.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나가 칫솔, 혀클리너, 구취 제거 치약을 구매했다. 나에게 심한 구취가 난다는 것은 상사가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바람에 그날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바로 여자친구와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나름 관리한다고 한 건데... 여자친구도 힘들어한다면 빠르게 치료받아서 고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내과를 찾아가 검진을 받고, 건강 검진을 통해 몸에 이상이 없는지도 체크했다.

크게 문제는 없었는데 입에서는 계속해서 알 수 없는 악취가 났다. 양치를 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았음에도 구취가 나서 티는 안 냈지만 나 스스로는 굉장히 스트레스받는 부분이었다.


내게 구취가 나는 걸 인식한 후, 회사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을 자연스레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보통 미팅할 때는 내 바로 옆자리는 비워져 있었고, 내가 말을 할 때면 동료들은 코를 만지는 척 콧구멍을 검지 손가락으로 잠시 막거나 입으로 숨을 쉬며 대화를 이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여직원들이 귓속말하는 모습들을 보니, 나를 유독 싫어하는 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나는 그들과 굳이 친해질 생각도 이유도 느낄 수 없어 그냥 아무 말하지 않고 내 할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 


이어서...


오늘도 비슷한 시간에 출근을 했다.

출근을 하니 사무실 다른 팀에 모르는 얼굴이 한 명 앉아있었다. 저 사람은 누구지? 새로 채용한 건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가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신입은 벌떡 일어나며 인사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기획팀으로 출근하게 된 이상수입니다."

"아, 기획팀으로 오신 거구나. 반가워요. 나는 개발팀에 백과장이에요. 앞으로 협업할 일 많을 것 같은데, 잘 부탁드려요."

"네, 과장님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자리에 앉아 꼿꼿하게 허리를 피고 앉아있는 게 왠지 신입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신입이었다.

그동안 회사에 남자 후배가 없어서 외로웠는데 잘 됐다 싶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하루 업무를 정리하다가, 오전 팀 전체 미팅이 있어 노트를 챙겨 들어갔다.

오늘도 역시 내 옆자리에는 아무도 안 앉겠구나 생각하던 찰나 신입이 내 옆 자리 의자를 빼며 나를 보고 웃었다. 그동안 직장 동료들이 나를 피하는 게 은근히 외로웠는지 신입이 내 옆자리에 앉아주는 것만으로도 뭔가  마음의 위로를 받은 것 같았다. 


팀 미팅에서 각자 돌아가며 오늘 할 일을 이야기했고, 신입 차례가 오자 신입은 자기소개를 했다. 명랑하고 자신감 있는 신입의 모습에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 부럽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났다. 나도 함께 일어나 같이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을 다 먹고, 커피를 마시며 직장 동료들과 수다를 떨었다. 


"다들 주말에 뭐 하세요? 저는 이번 주말에 여자친구 만나는데 무슨 데이트를 할까 고민 중이에요."

"(놀란 눈으로 쳐다보며) 엇.. 백과장님, 여자친구 있으세요?"

"네"

"아 그러시구나..! 여자친구 있는 줄 몰랐어요."

"아, 만난 지 2년 정도 됐어요."


동료들이 눈빛 교환을 하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아무래도 내가 여자친구 있다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커피를 들고, 이제 사무실로 들어가 봐야겠다고 하고 먼저 나왔다.

신입은 그들과의 자리가 즐거운지 내가 나온다고 했는 데 따라 나오지도 않고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오늘 처음 왔는데도 왠지 나보다 동료들과의 사이가 더 좋아 보였다. 사무실로 올라가며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밥 먹었어?"

"응 먹었지, 밥 먹었어?"

"응 나도 지금 먹고 올라가는 길이야."

"약은 먹었어?"

"올라가서 먹을게"

"응 끊어~"


여자친구는 전화할 때마다 그놈의 약 얘기다. 손은 입에 가져다 대고 하~ 하며 입 냄새를 체크해 본다. 커피를 마셔서 그런가 오늘따라 지독하다. 오늘은 여자친구가 준 약을 꼭 먹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사무실로 올라와 여자친구가 준 약을 입에 털어 넣고 물을 마시며 꿀떡 삼켰다.



약을 먹은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구취는 딱히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신입이 온 지도 거의 한 달이 지났고, 사교성이 좋아서인지 동료들과 빠르게 친해져 퇴근 후에도 만나는 것 같다. 나한테는 같이 맥주 가자고 말도 안 하고 지들끼리만 노는 게 꼴 보기 싫다. 가서 내 욕하는 거 아니야?


신입이 기획안을 들고 내 자리로 왔다. 

"백과장님, 개발 검토를 받고 싶은데 기획안 보시고 피드백 주실 수 있으실까요?"

"네, 보고 검토해 볼게요."


1시간 뒤

"잠시 제 자리로 와주실래요?"라고 신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기획안을 읽어보니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기능들을 잔뜩 넣어뒀다. 굳이 해줘야 하나? 내 리소스가 얼마나 비싼데. 

"네 백과장님, 보셨어요?"

"네, 이거 왜 하는 거예요?"

"아, 저희 고객을 분석해 보니 이런 기능들이 없음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타사도 확인해 보니 저희만 이런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 않아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제 생각엔 안 그런데요? 꼭 이 기능 없어도 쓸 사람은 쓰잖아요."

"네, 근데 이 기능을 제공해 주면 쓰지 않고 이탈하려는 고객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따박따박. 신입이면 신입답게 굴지 내 말에 따박따박 말 대답하는 게 기분 나빴다. 나이도 한참이나 어린 게. 말만 잘하면 다야? 신입이 내 말에 모두 반박하니 왠지 더 해주기 싫었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설득이 안 돼요. 더 고민해 보고 가져오세요."

"네"


신입은 기획안을 들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신입이 자리에 앉자마자 주변에 동료들이 우리의 대화를 듣고는 속닥거리는 게 보였다. 으 저것들 매일 속닥거리는 거 이제 보기도 싫었다. 


"과장님, 잠시 시간 괜찮으세요?"

"네"

"어제 과장님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씀 주신 부분 다시 확인해 보니, 이런 부분 보완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신입이 어제 대화가 끝나고 늦게까지 기획안을 보완해서 보완된 기획안을 들고 내게 다시 찾아왔다.

보완점에 대해서 어떤 게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설명하고, 정량적인 지표도 함께 해야 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기획안을 더 완벽하게 수정해 온 신입에게 왠지 모를 질투심이 느껴졌다. 내가 가지지 못 한 적극성도 갖고 있어서 왠지 모르게 감정이 상했다. 더 이상 개발해주지 않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지만,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저는 아직도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음.. 그럼 저희 팀장님께 의견 듣고 다시 여쭤볼게요."

"아니요. 그 기획안의 기능들 다 이해가 안 가서 컨펌받고 와도 못 해줄 것 같아요."


신입이 뒤돌아 가는데 뒤통수에 대고 이야기했다. 왠지 이런 내 모습이 찌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해주기 싫은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잠시 뒤, 기획 팀장이 신입 기획안을 가져와서 재요청했다.

"개발하시는데 어떤 게 문제 있는 거예요?"

"그냥 제가 납득이 안 돼요. 왜 해야 하는지요."

"여기 근거랑 해야 하는 이유 다 적혀있는데, 뭐가 납득이 안되신다는 거예요?"

"꼭 그 기능을 넣어야 할지를 모르겠는데요."

"대안 있으세요?"

"아니요. 그건 기획자가 생각하셔야죠."


기획팀장은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는 실장에게 직행했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 내 자리를 찾아왔다.


"실장님이 진행하라고 하시네요."

"그래요? 왜 해야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하라고 하면 해야죠." 끝까지 비아냥대는 맡을 내뱉으며 기획안을 받아 들었다. 진짜 하기 싫다. 왜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기획안을 가져온 저 신입도 너무 싫다.



집으로 가는 길 서점에 들렀다. 왠지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구매하면 내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 같았다. 

서점을 한참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책 표지를 발견했다.


'나는 왜 저 사람이 싫을까?' 


나보다 늦게 입사해서 나보다 더 회사 동료들과 더 친한 그 신입이 생각났다. 

찰칵. 그 책을 집어 들고 사진을 한 장 찍었다. 


SNS를 켜고 방금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며 그 옆에 책 제목을 썼다. '나는 왜 저 사람이 싫을까?'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지적인 느낌도 주면서 어그로도 끌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업로드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ㅋㅋ저도 요즘 싫은 사람 있는데~"

"헛 ㅎㅎ 혹시 저는 아니겠죠~?"

"와!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내 글에 공감해 주고 관심을 보여주는 지인들이 왠지 내 마음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위로도 되고 올리길 잘했다 싶었다. 하나하나 댓글에 대댓글을 달아줬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니 동료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무슨 이야기를 하나 귀를 기울이고 들어보니 내가 올린 SNS 글에 대한 이야기였다. 수다 떠는 동료들 중 어제 내 게시글에 댓글을 단 동료도 있었다.


"백과장님이 어제 올린 글 봤어요?" 댓글 단 동료가 신입에게 내 게시글을 보여주며 물었다. 

"아뇨?" 신입이 답했다. 

"제가 보기에 상수님 저격글 같아서요. 여기 한 번 봐봐요."

"흠... " 본인보다 나이나 경력이 한참 많은 과장님이 올린 글이 맞나 싶어 여러 번 읽는 듯 보였다.

"맞죠? 맞는 것 같죠?"

"저를 싫어하시는 것 같긴 했는데, 설마 저 나이에 유치하게 SNS에 제 저격글을 올렸을까요?"

"그니까요 ㅋㅋㅋ저도 어제 보고 웃겨서 댓글 달았잖아요 ㅋㅋ왜 저래"


그들의 대화를 듣다 보니 어제 생각 없이 감정만 앞서 SNS에 저격글을 올린 나 자신이 수치스러웠다. 

그래도 이미 다 봤는데, 이제 와서 지우기도 자존심 상하고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둬야지 생각했다.

화장실에서 잠시 열 좀 식히다가 물을 입 안에 넣고 '쿠르르륵'하며 가글을 한 번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단체 메신저가 왔다. 오늘 회식 장소에 대한 안내 메시저였다.

'아 맞다, 오늘 회식이었지..' 하는 생각과 일찍 집에 가긴 글렀으니 '가서 공짜로 맛난 거나 먹고 오지 뭐..' 하는 생각으로 퇴근 준비를 했다. 


지글지글- 


한참 맛있게 구워진 고기에 소주를 입에 털어 넣으며 와구와구 먹고 있는데, 신입이 소주잔을 들고 내 앞자리에 앉았다. 나는 순간 불편한 감정이 들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고기를 우물우물 씹어먹으며 신입을 쳐다봤다.


"백과장님"

"네~"

"SNS에 올리신 글, 혹시 제 저격글이에요?"

훅 들어오는 신입의 질문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해 버벅거리며 대답했다.

"아.. 하하.. 네 죄송해요."

"아, 진짜 제 이야기였어요? 설마설마했는데.. 하하"

"서점에서 책 좀 보다가.. 그냥 그때 저희 한참 기획안으로 투닥거릴 때라 죄송해요..^^"

"네~ 맛있게 드세요."


신입은 딱 본인이 궁금한 것만 묻고, 내 대답을 듣고는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몇 초간 쳐다보다 상종하기 싫다는 듯 일어나 본인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너무 훅 들어오는 질문에 거짓말도 못 하고 솔직하게 말한 나 자신이 병신 같이 느껴졌다. '아 거짓말이라도 할걸.. 왜 맞다고 해서.. 아.. 왜 그 글을 올려서.. '


신입이 있는 테이블에서는 SNS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 보니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앞에 있는 고기를 몇 점 숟가락 위에 얹고 한 입에 쑤셔 넣었다. 주변에서는 동료들과 상사들이 회사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했고 나는 부지런히 젓가락만 움직이며 고기를 먹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투박한 백팩을 메고 두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로 터벅터벅 걸었다. 

내가 왜 신입을 싫어하게 됐는지,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구취가 심한 걸 가까운 사람들, 회사 사람들에게 지적받은 것'

'그래서 주눅 들어 괜히 그들 가까이 가지 못 했던 것'

'이런 감정을 아무렇지 않은 척 티를 내지 않았던 것'

'나보다 늦게 입사한 신입이 동료들과 더 빨리 친해진 것'

'나이도, 연차도 어린 신입이 나보다 인정받는다고 느낀 것'

'내가 그에 비해 못 하다고 느낀 것'


'아... 알았다' 신입이 싫었던 이유는 신입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그냥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나 자신을 부끄러워서 해서 신입에게 자격지심이 생겼던 것이었다. 


"아무래도.. 자기가 속이 안 좋은 건지, 양치가 잘 못 된 건지 구취가 심한 것 같아."라던 여자친구의 말,

"우유 먹었냐며 썩은내 난다"고 큰 소리로 외치던 상사의 말, 

내 옆자리에 앉지 않거나, 내가 말할 때 코를 슬쩍 막으며 답하던 동료들의 행동들..

회의가 끝나면 쑥덕거리던 동료들의 모습들...


그들의 행동에 상처를 받고 나조차도 나 스스로도 싫어하고 있었다.

괜찮다고 위로해 줄 생각이나,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냥 나를 그렇게 대하는 그들을 미워하고 남 탓하기에 급급했다.


그것들이 쌓여 내 안에 화가 되었고, 그 화는 마지막에 입사한 신입을 향해 표출되었던 것이었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못 난 사람이었나, 언제부터 이렇게 못 난 사람이 되었나 생각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내일 출근해서 그동안 못되게 굴어 미안했다고, 내가 너에게 자격지심을 느끼고 힘들게 했던 것 같다고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충분히 못 됐고, 못나게 굴었으니 이제부터라도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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